42007년 4월하고도 스무이튿날, 거기에도 봄은 주체할 수 없이 흐르고 있었다. 수지 친구들의 초대로 광교산 구경을 하러 가는데 미금역에서 탄 버스의 차창밖으론 여러 가지 꽃들이 난만하게 피어 나그네를 반긴다. 구세계라 할 수 있는 제기동에 살고있는 내게 있어 수지는 아주 먼 곳이고 신대륙과도 같이 신선한 이미지를 주면서 아직은 낯선 곳이다. 수지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새로운 도시를 나타내고 있음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방문해 보기는 처음이다.
수지라면 벤처러스한(모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이 과감하게 도전해서 성공하면 살러 가는 곳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치 유럽을 버리고 아메리카를 개척했던 사람들처럼 기존의 답답함에 얽매이지 않고 신선한 발상을 하는 그런 동네는 아닐런지? 거기다가 광교산이라는 멋진 산이 받쳐주니 산을 통한 구원도 가능할 것 같다.
광교산에 대해서 간단히 인용해 본다. '光敎山은 수원시와 용인시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수원의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막아주며 시가지를 안고 있는 수원의 주산으로 원래 이름은 광악산이었으나 고려 태조 왕건에 의해 광교산으로 명명되었다고 전해진다. 광교산은 산의 높이에 비해서는 인근의 백운산과 함께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덩치가 큰 산이다.
능선엔 수목이 울창하여 여름에도 햇빛을 보지 않고도 산행을 할 수 있을 정도이고 능선엔 소나무가 빽빽하여 삼림욕도 겸할 수 있다.'
원래 수원을 감싸고 있는 산임을 알겠는데 뒤늦게 발달한 수지 신시가지에도 좋은 휴식처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렇게 좋은 산이 집 근처에 있다는 것은 큰 은총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아파트를 새로 살 때는 이 점을 첵크리스트로 넣어야 한다고 주장해 보고 싶다. 8년전 쯤의 여름, 우명길군과 백운산으로 해서 광교산으로 갔다가 수원 경기대로 하산한 적이 있기에 광교산은 아니 올랐다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모습은 내 머릿속에 별로 남아있지 못했다. 오늘 오르면서 찬찬히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눈으로 살펴봄과 더불어 사진을 찍고 GPS를 휴대하여 실제 산행경로를 기록하여 이를 나중에 구글어스로 보는 것이 나의 산알기의 한 방법이 되고 있다.
버스종점에서 조금 떨어진 오늘의 모임장소에 가니 친구들이 반겨준다. 주차장 가에는 벚꽃 몇 그루가 활짝 피어 그 찬란함을 뽐내고 있었다. 다 모인 후에 차량으로 조금 이동해서 산행시작점으로 갔다. 10시 40분쯤 석축위에 일행 모두 가지런히 서서 포즈를 취하여 기념사진을 찍은 다음, 느릿느릿하게 산행이 시작된다.
벚꽃은 이미 산 아래서 여럿을 본 바이고 산행의 시작부근에는 목련도 보이고 진달래도 보인다. 산속으로 들어가니 현호색을 비롯해 땅끝에 붙어서 피는 야생화들이 피고 있는데 찬찬히 살펴보아야만 눈에 들어온다. 무신경한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 이들 들꽃이다. 그 대신 난 멀리 보려고 했다. 능선과 언덕배기의 생김새나 봉우리의 자태에 더 눈을 자주 돌리게 된다. 연두색 여린 잎이 한꺼번에 나오는 나무들의 모습도 장관이다. 신록! 정말 아름답다.
등산로는 비교적 완만하고 부드럽다. 소위 양탄자길이다. 거기다가 사람들이 어지럽힌 모습도 보이지 않아서 좋다. 제법 깨끗하게 유지되는 길이었다.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잠시 경치도 보며 가다보니 언덕길이 덜 가파른 곳에서 일행은 한 번 쉬게 된다. 그때가 11시 15분이다. 물을 한모금 마시며 충분히 쉰 다음 천천히 올라가니 주변경치를 잘 볼 수 있는 헬기장에 도착한다.(11시 40분경) 여기서는 전망바위와 좌측의 정상(시루봉)이 바로 올려다 보이는데 정상은 날카롭지가 않고 완만하여 후덕한 인심을 느끼게 한다.
헬기장에서 한참을 쉬며 산줄기와 주요 지점들에 대해 김준식군의 설명을 듣는다. 초록의 옷을 입은 산등성이가 동물의 가죽처럼 울퉁불퉁하게 결이 가 있다. 산과 대비되며 어우러지는 들과 저수지도 보인다. 아름다운 산이다. 금수강산, 비단으로 수놓은 강과 산이라 함은 이렇게 부드러운 능선이 끝없이 펼쳐짐이 아닐런지. 비로봉으로 해서 수원까지 내쳐 걸어가고 싶으나 오늘은 계획에 없으니 다음을 기약해 본다. 누군가(장광종군 이하 여러분이) 내놓은 과일을 나누어 들고 얼마 안남은 정상을 향해 떠났다. 정상 전에 전망바위가 나오므로 그곳엘 들러 사진을 찍고 동영상도 하나 촬영해 놓는다.(11시 55분경)
전망바위에서 경치를 보다보니 일행은 벌써 270m 떨어진 정상으로 가고 없다. 서둘러서 그들을 뒤쫓아 정상으로 가니 광교산 시루봉 이라고 쓰인 정상석이 서있고 그 주변에 일행이 모여 정상에 오른 기쁨에 무슨 얘기인가를 왁자지껄하게 나누고 있었는데 남정네들에겐 이미 정상주가 배급되고 있었다.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종이컵에 제법 실하게 따라 주니 안 마실 수가 없다.(이렇게 술 밝히면 안되는데) 장낙중군이 일행을 모아 기념사진 찍는 작업이 있었다. 옆에서는 동영상을 찍는 문순신군이 캠코더를 계속 돌리고 있다. (광교산의 높이는 해발 582m 라고 하며 봉우리의 이름은 시루봉이라고 적혀 있다. 난 시루봉을 계속 수리봉으로 잘 못 알고 있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뒤적이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딘 이 넘, 다행히 늦게라도 알게 되니 기쁘다. 구글어스 사진을 비롯 몇장의 사진에 있는 이름을 수리봉->시루봉으로 교정하여 본다.)
충분히 쉰 후 우리는 하산길로 들어섰다. 내려오면서는 아쉬움에 멋진 경치를 눈속에 더 많이 넣어두려고 주변을 부지런히 살펴본다. 내려오는 길도 비단길이다. 봄의 향기와 빛깔속으로 해서 내려오는데 졸졸 시냇물이 흘러 정취를 더해준다. 역시 봄은 좋은 계절이다. 나로 하여금 과거의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새로운 희망과 비젼을 마음속에 갖게 하고 거기에 확신을 더해주는 듯하다.
‘그래. 봄이란 말이지. 나 또 새로운 희망에 올인하련다.’
광교산으로의 봄나들이는 아쉽게도 끝나갔다. 오후 1시 4분 일행이 차들을 주차했던 지점으로 돌아왔다. 오늘의 산행이 4.8km로 한줌꺼리 밖에 안되는 게 아쉽다. 그러나 남은 시간엔 친구들과 대작하며 이야기꽃을 피울 작정이다. 다음 행사는 수지 친구들이 거행하는 시산제가 남아있다. 일행은 음식과 물건을 들고 다시 산속으로 조금 들어가서 자리를 폈다.
(시산제도 무사히 끝나고 술과 안주로 된 여흥도 잘 끝났다. 그런 다음 승용차에 분승, 자리를 보릿골식당으로 옮겨서 정식으로 식사를 했다. 그리고 집에 오려는데 김주홍군이 집으로 초대했다. 산 이야기말고 친구들과 어울린 이런 이야기들은 재미있었지만 생략하려 한다. 왜냐면 장낙중군의 사진과 글, 김준식군의 글, 문순신군의 동영상과 스틸사진에서 잘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며 내가 이글을 쓴 목적은 수지의 자연환경의 큰 요소인 광교산에 대해서 나름대로 설명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래 올린 사진들에도 인물사진은 없다. 광교산에 도착한 봄에 관한 사진들로만 채우려 했는데 결과는 어떨지...)
















-후기-
이 넘이 봄을 타나 보다. 오랜만의 만남에 반가워서 권하는 친구들의 술잔을 물색없이 넙죽넙죽 받아마신 죄로 뺨은 불콰하고 이미 정상적인 사고는 불가능해진 채 수지치구들과 아쉽게 작별하였다.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중앙극장행 직행버스에서 봄에 취해 깜박 잠이 들었다.
그분께 여쭈어 보았다.
‘저도 신세계로 이사해서 광교산에 매일같이 오르고 싶습니다. 수지맞게 해 주십시오.’
‘그러냐. 내 알아볼 터이니 조금만 기다리거라. 그렇지만 우선은 너는 서울을 지켜라.’
(그렇구나! 서울이 내꺼였다니...)
서울을 지켜야 하는 이 넘은 직행버스에 실려 북쪽으로, 븍쪽으로 멀리 끌려가고 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