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830 [고치령-마당치-늦은맥이-상월봉-국망봉]구간 산행기

2008. 9. 5. 14:33백두대간 산행기 Baekdu Trails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서양속담이 있다면 ‘모르는 게 약’이라는 우리 속담도 있다. 모순도 한참 모순인 이야기다. 그러나 인생사 늘 모순투성이인지라 각자의 처한 상황에 따라 편리하게 쓰면 된다.


그렇다면 산을 자주 드나드는 내게 있어 ‘나의 산’은 어느 속담을 가지고 접근하는 편일까? 아무래도 서양속담 쪽인가 보다. 산에 대해 알고 싶어서, 보고 싶어서, 아니 만지고 싶어서 오늘도 산 속을 헤매는 건 아닐까?


그러나 산에 대한 고수는 한국속담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된다. 산에 대한 지식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워 하고 산을 잘 안다고 하지는 않으면서도 언제나 산을 다정하게 느끼고 산을 가까이 하는 그런 고수 말이다.


나 자신도 산에 대해서 아주 많은 것을 경험하고 알게 된 다음엔, 아는 것으로 산을 대하지 않고 느낌으로 산을 대하는 때가 오기를 바래본다. 산에 대해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 그저 산과 같이 있으면 즐겁고 흐뭇해지는 그런 경지 말이다.


백두대간을 간다는 것이 우리 산줄기를 더 잘 알기 위한 활동의 하나라면, 아는 방법에도 또한 구별이 있을 터이다. 보는 것과 믿는 것이다.


본다는 것은 말 그대로 산줄기를 타고 정상에 올라 시원한 경치를 즐기는 것으로 좋은 날씨의 혜택을 받아야 가능하다. Seeing is believing 이라는 서양속담은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고 했으니 우선은 보아야 할 터이다. 그래야 믿을 수 있다는 말인데. 그러나 산이 그리 호락호락 보여주기만 하는가? 여기에 문제가 생긴다. 산꾼은 안개속에 산을 가더라도 그 산의 아름다움을 믿어야 한다.


다시 말해, 믿는다는 것은 흐린 날씨임에도 산행을 결행하고 경치를 조망하지는 못하였어도 산의 정기를 느끼며 그 산 경치의 아름다움을 상상 속으로 믿는 것이다. 특히 여름 날씨에 하는 산행은 경치 없이도 만족하는 믿음이 없이는 안 될 행위이다. 

    

오랜만에 S산악회의 토요 대간산행에 합류하여 보는 즐거움의 산행을 만끽하였다. 보지 못하고 믿는 산행보다는 역시 보고서 믿는 산행이 나을 듯 싶다. 아직은...

 

잠실에 도착하니 그 동안 익혔던 낯익은 얼굴들이 반겨준다. 잠시후 버스가 도착하여 승차한다. 버스는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로 해서 중앙고속도로로 들어간다. 단양휴게소에서 약 20분 정차하고 죽령터널을 지나 영주 나들목에서 나와 부석사방향으로 달린다. 날씨가 매우 맑고 화창하여 보는 산행을 위해 다행한 일이다. 길옆 과수원에서 익어가는 빨간 사과들이 보기 좋다.


10:42 제3연화교에서 출발.

단양휴게소에서 휴식한 후 들머리인 좌석리 제2연화교에 도착한 시각은 10시 40분경, 고치령까지 접근로를 걸어올라 가야 한다. 아스팔트길인지라 별 볼 일없는 길이지만 그것도 언덕길이라고 초장부터 힘이 든다. 도로는 대개 나무그늘로 덮여 있지만 가끔 땡볕으로 나서야 되고 산행의 열기로 온몸에서 땀이 솟는다. 40분 넘게 걸어서 고치령에 도착하였다.


11:24 고치령 도착. 고치령에는 산령각이 있는데 여기서부터 좌로 틀어 대간길로 들어서는데 숲으로 덮인 멋진 산길이 시작된다.


경사가 약간 급한 길을 힘들여 오르니 11:43 형제봉 갈림길 도착한다. 형제봉 쪽으로 내쳐 가면 안되고 대간길은 왼쪽을 택하여야 한다.


12:18 마당치에 도착하였다. 고치령에서 2.8km 전진하였고 국망봉까지는 8.3km 거리가 남았다는 내용을 팻말이 알려준다. 고치령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서 놀랐는데 몇몇 사람이 벌의 공격을 받아 팔과 다리에 몇 방씩 쏘였다고 한다. 다행히 나는 모르고 지나친 곳인데 쏘인 사람들은 큰 부상은 아니기에 응급약을 바르고 계속 산행을 계속한다.


오후 1시가 조금 안되어 길가에 앉아 식사를 했다. 마침 옆에서 식사하던 분에게서 막걸리 한 잔을 얻어 마실 수 있었다. 갈증속의 술 한잔에 산행의 맛이 더해진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서 오후 2시 27분 늦은맥이재에 도착했다. 국망봉을 2.1km 앞 둔 곳으로 을전으로 탈출할 수 있는 지점이다. 원래의 대간 한 코스는 여기까지이다. 그러나 오늘은 보너스(어쩌면 페널티)구간이 더해진다.


지난 번 S산악회의 대간산행 때  앞 구간을 하면서 비 때문에 상월봉과 국망봉을 가지 못하였기에 못 간 분들은 보너스로 두 봉우리를 다녀오라는 것이다. 나는 이미 2007년 2월에 갔던 구간이지만, 그때 눈이 미끄러워 상월봉을 우회하였고 궂은 날씨에 경치도 시원치 않앗기에 오늘은 힘들더라도 상월봉과 국망봉에서의 경치를 보기 위해 보너스길로 나섰다.


약 30분을 힘들게 올라가서 마지막 바위를 올라서니 상월봉인데, 시각은14시56분이다. 상월봉에 올라서서야 비로소 저 멀리 지나온 산줄기들과 앞쪽의 국망봉과 비로봉을 조망해 보고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상월봉에서의 경치 조망이야말로 오늘 행한 보는 산행의 백미가 된 셈이다. 늦은맥이에서 맥이 풀려 을전(새밭)으로 그냥 내려갔다면 섭섭할 뻔했다.


고치령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는 조망을 할 만한 장소도 부족했고, 주변 경치가 나무숲에 가려서 산행길 전체를 조감해 보는 것이 어려웠는데 상월봉에서 이러한 갈증이 다 풀려 버렸다. 그래서 늦은맥이란 이름은 늦어서 맥이 풀린다기 보다는 ‘늦게나마 맥이 도는 곳’이라 풀어 본다.


상월봉에선 카메라를 360도 돌리며 연속해서 경치를 찍어 보았다.(어줍잖은 실력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 아래에 실어 보았다. 상월봉에서 보는 경치들 중 하단 2컷 참조하실 것)  


상월봉에서 국망봉은 빤히 건너다 보이고 두 봉우리를 연결하는 길은 고원위로 평활하게 나있어 상월봉에서 국망봉 가는 길은 아주 쉽고도 멋지다. 여기처럼 목표를 보면서 가는 일이 산에선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15:11 국망봉에 도착하였다. 날씨가 한 부조하여 멀리까지 조망할 수가 있다. 국망봉은 국가를 바라보는 봉우리라는 뜻이다. 안 된 이야기지만 약 1,000년도 더 전에 국가에 망조가 들었기에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이곳에 올라 저 멀리 남쪽의 서라벌을 바라보며 눈물 흘렸다는 곳이다. 국망의 望은 바라본다는 뜻이렷다 그런데 한북정맥 길에 있는 포천의 국망봉은 궁예가 올라서 눈물지은 곳인가?


국망봉에서 다시 상월봉쪽으로 조금 백(back)하여서 나오는 삼거리에서 을전 쪽으로 내려갔다.(15:18)


그런데 이 길은 별로 좋지가 않다. 돌밭인데다가 길이 희미한 곳이 여러 군데이다. 표지기를 찾으며 조심스레 내려갔다. 시내를 몇 번 건너고 길과 시내가 같이 합쳐지기도 하는 길이어서 장마 때는 피해야 할 길이다.


한참을 고생해서 내려가니 늦은맥이에서 내려오는 길과 합쳐진다.(16:07) 이정표가 있는데 을전을 3.1km 앞 둔 곳이라고 팻말에 적혀 잇다.


16시 57분 드디어 숲을 벗어나 을전마을로 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나왔다. 후련하다.


17:10 야영장 속에 주차된 버스를 찾아가서 산행을 끝냈다. 6시간 28분이 소요되었고 거리는 약 20km 쯤 되는 것 같은데 만만한 산행은 아닌 약간은 힘든 산행이었다. 보는 산행으로서 눈이 매우 즐거웠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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