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7. 15:36ㆍ낙동정맥 산행기(Nakdong Trails)
낙동정맥을 완주할 날(2023-11-18, 부산 몰운대 구간 예정)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 동안 개인 사정에 의해 낙동팀(단체)을 따라서 같이 산행하지 못 했던 구간을 살펴보니 두 구간이 되었다. 첫 번째 구간은 4차산행(2018-10-20, 답운재-통고산-에미랑재) 구간이고 두 번째는 5차산행(2018-11-17, 불심재-진조산-답운재) 구간이었다.
위의 두 구간을 살펴보니 답운재-통고산-에미랑재 구간의 4차산행은 총거리가 12-3km로 앞으로 보충하기에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 뒤로 미루어 두었다가 근일 시간이 갈 때에 산행을 하기로 하고, 산행이 까다로운 5차 산행에 먼저 집중하기로 하였다. 기록을 찾아보니, 5차 산행은 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에서 트럭을 빌려 타고 10여km 떨어진 불심재까지 올라가서 낙동정맥 마루금을 만나서 남쪽으로 답운재까지 약 16km를 걸어서 주파한 난관이 많았던 산행이었다.(안태인님 산행기록을 참조했다.)
그런데, 불심재 윗 구간인 석개재-불심재(12차) 구간을 살펴보니 2019년 6월 15일, 석개재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용인등봉을 지나 문지골삼거리에서 좌회하여 문지골로 해서 덕풍산장으로 진출하는 뾰족한 ㄴ자형 경로의 산행을 했다.(필자도 참석하였고 산행기록을 남겼다.) 따라서 두 구간(5차+12차)을 합해서 보면, [석개재-삿갓재-불심재-백병산-진조산-답운재]구간이 되고 총 거리가 26.6km 정도 되는데 낙동 팀에서는 5차와 12차 두 번에 걸쳐 산행을 했지만 중간에 있는 문지골삼거리-불심재 사이의 약 2.5km 정도 구간에는 발을 딛지 못하고 남겨두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그림 참조)

그래서 내가 따라가지 못했던 5차 구간을 보충하려 하니 석포리에서 불심재까지의 접근로(10km 이상이라 팀 산행에선 트럭 동원)가 너무 멀어서 문제이고 이왕 하는 김에 석개재에서 답운재 26.6km를 단 번에 보충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동지를 모으고 교통수단을 강구하던 차에 1년 선배인 김기창님이 승용차로 서울에서 들머리와 날머리까지 운행해 주시기로 하고, 11년 후배인 손용준님이 같이 산길에 동행해 주기로 하여 먼 길을 떠나게 되었다.
2023년 9월 12일 오후 3시 승용차로 3인이 양재역을 비장하게 출발하였다. 나로서는 인생의 버킷리스트 하나가 낙동정맥 완주였는데 이제 그 완주를 향해 거의 마지막 큰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경부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치악휴게소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제천에서 내려와서 영월을 지나 태백시에 늦게 도착하였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산악지대라서 으슬으슬 한기가 돈다. 내비(Navi)로 찾아간 '성지24시 찜질방'에 입실하였는데 밤이라서 관리자가 없고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눅눅한 날씨에 조금 어둡고 쓸쓸한 분위기인데 노동자 같은 분들이 몇 명 더 있었다.
새벽 4시 기상을 약속하고 2층으로 올라가 안 오는 잠을 청하였다. 비몽사몽 간에 자는 둥 마는 둥 몸을 뒤척이는데 손 형으로부터 1층으로 내려오라는 전화가 왔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태백역 앞 영빈식당에서 우거지해장국으로 아침을 먹고 약 30km 떨어진 석개재로 향하는데 약하게 빗방울이 듣다가 말다가 오락가락한다. 비가 세게 내리면 산행을 접어야 하는 순간이라 걱정이 되었는데 05:43, 석개재에 내리니 비는 일단 멈추었다.
석개재의 이른 아침, 셋이서 기념사진을 찍었고 김기창님은 안전산행을 당부하고 승용차로 죽변으로 향했다. 나중 오후 4-5시경 날머리인 답운재에서 만나기로 하고, 손 형과 나는 이제 밝아오는 아침을 맞으며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05:47) 길은 완만하여 걸을만 했다. 신갈나무 군락 숲속으로 오솔길이 이어진다. 나뭇잎은 아직 싱싱한 초록색이다.(약 두 달 후 11월 3일 산행시에는 활엽수들이 모두 잎을 떨구고 헐벗은 나목이 되어 있었다.) 사람 키보다 낮게 자라는 산죽도 보였다.
07:12, 가파르게 오르막을 150m 가량 올라가서 해발 1,121m의 북도봉에 도착하였다. 경고판이 하나 나왔다. “이곳은 실종 조난 사고가 자주 발생하며 휴대전화 전파가 미약한 지역이므로 입산시 각별히 유의할 것”이라고 석포면장과 파출소장의 경고문이 적혀 있었다. 경고문을 보고 우리가 지금 낙동정맥 중 가장 오지에 해당되는 곳에 와 있음을 실감하였다. 달리 생각하면 낙동정맥 중 가장 청정한 지역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되었다.
08:05, 북도봉에서 산을 내려가 작은 봉우리를 넘고 다시 올려쳐서 오늘 최고점인 해발 1,124m의 용인등봉에 도착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우비를 꺼내서 입고 걸었다. 길은 다시 170m 가량 수직으로 하강했다가 올라간다. 09:13, 문지골로 내려가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2019년 6월 15일, 12차 산행시 석개재에서 여기까지 와서 좌측으로 틀어 문지골로 내려갔던 기억이 있는 장소였다. 그때 문지골 통과하는 길이 꽤 험했던 기억이 나는데, 역시나 헝겊에 인쇄된 입산통제 경고문이 붙어 있었는데, 거기에는 문지골을 통과해서 덕풍계곡으로 가는 길엔 사망사고가 있어서 출입을 통제한다고 적혀 있었다.(예전에 여기를 통과할 때에도 이 경고문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때는 새벽 시간이라서인지 경고도 보지 못하였고 통제된 구간으로 진행하였었다.)
문지골 삼거리에서 길은 잠시 내려가다가 서서히 상승한다. 비가 세차게 내린다. 비가 우비 속으로도 파고들고 신발 속으로도 침범한다. 앞을 보고 묵묵히 전진하는데 다행히 빗발이 약해진다. 10:26, 산불무인감시탑이라 쓰여 있는 원통형 쇠기둥이 서있는 삿갓봉에 도착하였다.(GPS추정 해발 1,120m) 우선 기념사진을 찍었다.
여기까지 약 8.5km를 오는데 4시간 40분이나 걸렸다. 속력을 계산해 보니 시속 1.8km 밖에 내지 못하였는데 답운재까지 앞으로 가야할 거리는 약 18km가 남았다. 계획대로 진행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지금 시각이 오전 10시 반이고 추가로 9~10시간이 필요하니 오후 7시반 이후에나 답운재에 도착할 터인데 도착시간이 너무 늦어지는 문제도 문제이지만 그 시간까지 산행을 계속할 힘이 남아 있을지 의문이었다. 이미 언덕길을 오르느라 지치고 비를 맞아서 몸의 움직임이 둔해졌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간단한 토의 끝에 여기에서 탈출하기로 결정하였다.(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읽었기에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삿갓봉을 떠나 바로 밑의 삿갓재로 내려왔다. 여기서 정맥길을 버리고 탈출하기로 한다. 큰 동네로 기차역이 있는 석포리까지 가지 않아도 중간의 샘터마을까지만 가면 길이 괜찮아서 거기까지 김기창님의 승용차가 들어 올 수 있을 것이다. 휴대전화 속 카카오맵을 보니 삿갓재에서 우측으로 임도가 잘 나있어서(산길샘 지도에는 길이 없음) 다행이라 생각하고 그 길을 현장에서 찾는데 그 현장에서 길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방향을 정하고 정글을 이룬 숲을 헤치며 나아가다 보니 낡은 리본도 보이고 사람이 다녔을 법한 길이 희미하게 보이기도 했기에 계속 풀과 나무를 헤치며 내려갔다. 다행히 비는 그쳐서 전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제대로 된 길은 나오지 않고 길이 험해서 잘 전진이 안 되니 답답하고 고통스러웠다. 지도에는 있지만 현장에는 없는 길을 따라서 계속 내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가끔 리본이 달려있고 희미한 길의 흔적이 있어 믿고 내려가야 했다. 한참을 가는데 나뭇가지에 걸려서 안경이 벗겨져 달아났다. 생각지 못한 위기를 만난 것이다. 안경이 떨어져 숨어있는 바닥은 나뭇잎과 풀로 덮여있어 안경이 보이지도 않았다. 주저앉아서 어두운 나무 밑을 찬찬히 살펴보고 손으로 더듬어 보아도 안경은 찾을 수가 없고 오리무중이었다.
동행인 손 형도 같이 땅바닥을 더듬는데 몇 분을 찾아도 안경은 나오지가 않았다. 포기하고 그냥 가자고 하니 손 형이 펄쩍 뛴다. “선배님이 앞장 서야 하는데 안경 없이 안 되니 천천히 더 찾아보자”고 합니다. 그래서 다시 주저앉아서 손으로 낙엽을 하나하나 쓸어 젖히기 시작했습니다. 몇 분이 지났을까 손 형이 소리쳤다. “선배님, 찾았습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다행인 순간이었다. 다시 정글을 해치고 내려가며 시내도 건너고 가시덤불도 만나며 약 2km 정도 전진했는데 갑자기 Y자형의 임도가 나타났다.(12:19) 한 시간 40분 가량 정글을 헤치고 내려와서 큰 고생은 끝난 셈이었다. 임도에 앉아서 빵과 치즈, 햄 등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이제 여유있게 임도를 따라 서쪽으로 천천히 샘터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김기창님을 불러야 하는데 휴대전화가 먹통이다. 한참을 걸어 나오다가 길에서 전주 공사를 하는 사람을 만났다. 여기서는 전화가 SK만 통한다고 하여 전화기를 빌려서 김기창님에게 “샘터마을로 오시라”고 문자를 보냈다. 한참을 더 걸어나와 드디어 샘터마을의 정자가 있는 곳까지 왔다.(13:25)
우리를 태워갈 차를 기다리면서 정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조금 떨어진 곳의 고랭지 채소밭에서 무를 수확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삼각형의 뾰족한 모자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베트남에서 온 여인들 같았다. 우비와 우산을 말리며 앉아 있는데 마침 나타난 마을 주민과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이 송이버섯 채취기간이라 외부인의 마을 근처 출입을 매우 경계한다고 하며 우리가 마을에 온 것에도 불편함을 표했다. 비싼 송이버섯도 탓해야겠지만 산행을 도시사람들의 하릴없는 오락으로 오해하는 매정한 시골인심도 느껴야 했다.
한 시간 쯤 지나서 김기창님이 도착했다. 승용차에 타고 석포리로 갔다. 역 앞에서 동네를 잠깐 훑어보고 서울로 향했다. 봉화-풍기를 지나 중앙고속도로의 단양휴게소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영동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양재역 앞에서 승용차를 내려 김기창님과 헤어졌다. 새벽 4시부터 부산을 떨었던 긴 하루였다.
산행은 무리한 계획으로 예정된 경로를 다 밟지 못했지만 완성을 향해 몸부림쳐 보았으니, 의미 있고 귀중한 하루의 산행이었다고 생각된다. 불심재-답운재 구간을 꼭 완성해야 하는 과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현장체험을 상기하며 써보는 시입니다.
낙동정맥 석개재에서 삿갓봉까지 가다
서울서 오후에 떠나
밤늦게 온 태백시 찜질방
비 내려 눅눅한 공기
모든 게 생경하고
을씨년스럽다
새벽 식사는 우거지 해장국
비가 오락가락 30km 길
승용차로 달린다
산행은 석개재에서 시작이다
신갈나무숲 아직 푸른 잎
아무도 없는 외로운 길
둘이서만 전진한다
낙동정맥 중 가장 후미진 지역
용인등봉 지나는데
비가 세차니 하늘도 어둡다
문지골 갈림길 지나 삿갓봉
산불감시탑 높아도 보기 외롭다
체력은 방전되고
마음도 움츠러든다
답운재 목표 수정하고
샘터마을로 탈출한다
길도 아닌 희미한 길
비는 그쳤으나
긁히고 찢기며
정글을 뚫고 간다.
드디어 나타나는
잘 생긴 임도
샘터마을로 이어진다
승용차 타고 서울 오는 길
비가 간간히 뿌려대어
쉬운 날이 아니었음을
상기시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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