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가지고 놀기

2019. 4. 8. 17:03포토DOCUMENTARY


  창덕궁에 청매화가 피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꽃이 지기 전에 빨리 보러 가야한다는 조급증이 갑자기 밀려왔다. "닥치고 공격이라고" 집을 나서 전철을 두 번 갈아타며 돈화문 앞에 가니, 아뿔사, 대문이 닫혀 있고 사람들도 엾다. 뭐에 씌었는지 생각없이 집을 튀어 나온 꼴이 되고 말았다. 대개 고궁이나 박물관 등이 월요일에는 휴관(휴궁?)한다는 상식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검증하는 걸 잊은 것이다. 

  그런데 팻말에 적힌 안내문을 보니 창덕궁, 창경궁과 경복궁은 월요일에 쉬지만 종묘와 덕수궁은 예외로 화요일에 쉰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종묘와 덕수궁은 월요일은 개방이라는 말이렸다. 칼을 뽑았으니 어디든 가서 무우라도 베어야겠다. 

  꿩대신 닭이라고 창덕궁에서 가까운 종묘로 가서 꽃을 찾아보기로 했다. 몇년 전 어느 봄날, 평소 보기 힘들었던 오얏나무가 종묘에서 꽃을 피우고 있었던 기억이 났다. 종묘 관람은 개인이 자유롭게 돌아보는 관람은 안 되고 무리를 지어 해설사를 따라 한 시간 동안 설명을 들으며 관람을 해야 한다. 해설이 시작되는데 주변을 살펴 보니 꽃은 개나리와 진달래가 좀 피어 있고 멀리 목련 한 그루가 막 피려고 한다. 키가 작은 오얏나무에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 살구나무에도 아직 소식이 없다. 창덕궁 청매화도 몇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결국 계절의 기미를 살피지 못 하고 너무 서둘렀다.

  온 김에 해설이나 잘 들어두기로 하고 여성해설사의 설명을 경청했다. 종묘의 "정전"이 건축물로서 아주 아름다워 많은 건축가들이 전세계에서 보러 온다고 한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오늘 꽃 대신 정전 건물을 카메라에 담아서 그 이름다움을 증명해 보리라."고 다짐했다. 그런데 정전은 길이가 100m가 넘는 건물이어서 8.8~25.7mm의 줌렌즈를 가진 내 카메라로는 한 장에 들어가지 않는다. 두 장으로 찍어서 붙여야 한다.

  1번과 2번 사진, 두 장을 현장에서 찍었다. 집에 와서 포토샵으로 두 장을 붙여보니 건물의 키가 너무 작아 보인다. 세로만 10% 정도 늘여서 3번 사진으로 완성하였다. 그렇게 완성된 사진을 보니 작품답지 않고 맘에 들지 않는다. 왕들의 혼이 왕래하는 장소로서의 위엄이 보이질 않는 듯 하다. 

  고민 끝에 색깔을 빼고 흑백으로 한 다음 조금 어둡게 해서 나름대로 혼령을 불러내려고 해 보았다. 결과가 4번 사진이다. 그래도 아직 먼 듯 하다. 건물은 어두운데 마당은 아직 밝다. 마당을 어둡게 하면 건물이 너무 까매질 것임에 거기서 멈추어야 했다.

  그래서 완성된 흑백사진으로 보는 정전은 아름다운가? 아까 해설사가 정말로 건물이 아름다워서 사람들이 보러 온다고 했던가? 내가 그런 아름다움은 찾지 못 했다고 고백해야겠다.

  간 김에 정전과 영녕전의 위패 배치(5, 6번 사진)와 꽃(8, 9, 10번 사진)을 찍어 보았다. 세운상가의 옥상에 올라가니 종묘를 굽어볼 수 있었지만(7번 사진) 정전은 나무들 속에 깊이 숨어 있었다.

  한 숨 자고 나니 다시 도전의식이 생긴다. 현장에서 찍은 다른 사진 3장을 골라 다시 도전해 본다. 그래서 11번 사진이 탄생했다. 그런데 좌우의 명도가 차이난다. 그래도 먼저 완성했던 3번 사진보다는 나은 것 같아 내쳐 기둥이 아주 조금 밝게 나오도록 하고 금테를 둘러 액자형으로 해 보았다.(12번 사진) 

  그 다음에 먼저 했던 것처럼 칼라를 날리고 흑백으로 처리한 다음 죽은 자의 건축물을 부각해 보려고 주위에 검은 테를 둘러 보았다.(13번 사진) 분위기가 약간은 살아나는 것 같아 여태까지의 수고에 위안을 삼는 순간 1, 2차 작업의 결과물 모두 모두 그게 그거로 킷치(Kitsch)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은 완벽을 지향해야 하거늘..... 완벽은 커녕 "완"자에도 가까이 가지 못 했음을 통감했다. 아, 이 아둔한 자여...

  그래서 나의 "종묘 정전 사진으로 아름다움 찾기" 작업은 전체적으로 보니 불만족이다. 2%가 아니고 10% 이상 부족이다. 미련이 남아서 다시 발상의 전환을 했다. 원래 3장의 사진에 이용한 가운데 토막만 내놓아 보았다.(14번 사진) 한 장으로 찍은 사진이라서 건물의 날개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게 훨씬 낫게 보인다. 그렇다면 여태까지의 편집 작업은 정녕 도로였는가?  

  종묘 정전의 건축미가 어찌 단 번에 찾아지겠는가? 그 걸 찾기 위해선 미욱한 이 넘에겐 탐구가 더 필요할 듯 하다. 찍기 전의 구상부터 찍은 후의 편집과정까지 그때 그때 옳은 결정을 내려서 시간을 절약하는 심미안이 내게 절실히 필요하다. O M G !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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