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2. 11:41ㆍ낙동정맥 산행기(Nakdong Trails)
8월 20일(토), 한 달 만에 낙동정맥 구간을 이어갔다. 코로나 사태 후 두 번째이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 가슴 조리며 고민라다가 정해진 계획을 바꿀 수 없어 비를 무릅쓰고 산행을 감행하기로 하였다. 고교 동문 15인이 참가하였다. 가히 우리 고교 산악인을 대표하는 분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침 7시가 조금 지나 우리가 빌린 버스로 양재역을 출발하였다. 약 3년만에 전에 친해진 유기사가 운전하는 버스에 오르니 친밀감이 더났다. 09:32, 낙동강 의성휴게소에 들렀는데 하늘은 잔뜩 흐려있는데 비는 내리지 않는다. 포항지방에는 12시가 되면 오던 비가 그치리라는 소식도 있어 제발 센 비만 내리지 말아달라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버스로 계속 달렸다.
그런데 어디쯤인지 고속도로상의 터널을 나가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여 걱정을 더해 주더니 한참 후 비는 다시 잦아들어 안심을 하게 하였다. 동영천 IC에서 고속도로를 나간 버스는 10시 50분 경 산행의 들머리인 이리재에 도착하였다.(지난 달 산행 시작한 곳) 다행히 비는 오지 않고 있다.
기념사진을 찍고 들머리를 찾아서 축축한 풀 섶을 넘어 산길로 들어섰다. 미리 각오한 것처럼 초장부터 길의 경사가 급하다. 습도가 심하여 무덥기 짝이 없어 비 오듯 쏟아지는 땀에 옷이 젖는데 다행히도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더위를 식혀 준다. 여름만 되면 체력이 방전되어 고생하는데 올해도 예외가 아닌 듯하여 걸음걸음이 무겁다. 다행히 힘든 고비마다 선두가 쉬면서 기다려 주어서 겨우겨우 일행을 따라갈 수가 있었다.
오후 1시가 거의 다 되어 넓은 임도를 만났다. 나무기둥 이정표와 쉼터건물이 있는 곳이다. 길옆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 임도를 조금 더 가다가 다시 경사진 숲길로 들어섰다. 도덕산까지 계속해서 오르막길이다. 14:17, 낙동정맥의 종주길과 도덕산(707.5m)의 갈림길에 도착했다. 하늘이 더욱 시커멓게 변하여 블온한 기운이 팽배했다. 나를 포함하여 힘이 부치는 사람 여섯 명은 우측길로 종주길을 내려가고 다른 9인은 도덕산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여기서부터의 길은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인데 돌이 많이 박혀있고 먼저 온 비에 미끄러짐을 조심해야하는 난 코스였다. 바람도 불어오지 않아서 무더워지니 땀이 비 오듯 흘러 아래 위 옷을 번들번들하게 적셨다. 수직으로 300m 이상을 내려가야 하는데 하필 이때 하늘에서 걱정하던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미끄러운 경사길에 우산을 쓰고 스틱 두 개를 들고 조심조심 내려가는데 길이 끝이 없는 것 같아 아득한데 몇 번을 쉬면서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서 산소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잠시 쉬며 무전기로 연락해 보니 도덕산에 갔던 후미도 같은 길로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길의 경사는 조금 완만해졌는데 길이 분명하지 않아 몇 번 헤매가며 길을 찾는데 비는 계속 쏟아붓는다. 산을 깎아서 개간을 하고 있는 지점 근처에서 길을 못 찾고 한참 헤매고 있는데 후미가 도착하였다. 다행히 후미를 이끌던 선두대장이 잡목과 풀이 가로막은 곳을 뚫고 나가 길을 찾았다. 그 동안 길을 찾느라 고생하며 신발이 젖은 줄도 몰랐는데 길을 찾아 안전한 곳에 나오니 신발 속에 가득 들어 온 물이 새삼 질척거린다. 또한, 편한 길에 도착하니 어려운 곳에서는 못 느끼던 몸에 땀과 비가 범벅되어서 느끼는 칩칩함이 되살아났다. 길은 제법 넓은 임도로 오룡고개까지 이어졌다. 콘크리트 임도를 따라가니 곧 넓은 아스팔트 차도가 나왔는데 그 곳이 오룡고개였다.(16:12)
비는 그 세기가 약해지긴 했지만 다시 세차게 내릴 염려도 있고, 여기까지 빗속을 뚫고 오느라 고생을 했기에 오늘 산행은 여기서 마치기로 하였다.(원래 계획은 두 시간 정도 더 가야 하는 시티재까지 가는 것이었다.) 원래의 계획에서 70% 정도를 달성했는데 천재지변에 의해 수정된 것이다. 시티재에서 기다리고 있는 버스를 불러 안강휴게소 근처의 뒤풀이 장소로 갔다.
석쇠불고기(돼지)를 안주로 막걸리, 멕주, 소주로 작은 연회를 끝내고 일찍 서울을 향했다.(18:10) 일찍 현지를 출발했기에 서울(양재역)에도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21:20) 비오는 날임에도 포기하지 않고 출발한 산행, 결국 비의 힘에 의해 70%까지만 성공할 수 있었다.
- 후기 -
우리 고교을 대표하는 산악인들, 낙동팀이 위협적인 날씨를 극복하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비가 오리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이미 세워놓은 계획을 바꿀 수는 없는 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산행에 임했다. 우리 고교 단체산행의 역사에서 비 때문에 계획을 취소한 적은 없었다는 것이 결행의 한 이유였다.
비가 안 오기를 정성들여 기원했으나 비는 확률과 기상과학에 의해 내리고야 말았다. 하필, 도덕산에서 수직으로 400m를 내려가는 급한 경사길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동료들은 조심조심 내려가는 미끄러운 길에서 한 점의 사고도 없을 정도로 우수한 집단이었다.
물기에 젖은 산의 정기도 우리들 몸속에 스며들었다. 습도가 높을 때 피톤치드가 더욱 효과적이라고 한다. 또 한 페이지의 우리 동문들의 산악역사가 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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