洛東正脈 28차 산행[전원마을-소호고개-백운산-고헌산-외항재]에서 미끄러운 길을 내려오다

2023. 4. 18. 23:11낙동정맥 산행기(Nakdong Trails)

   2023년 4월 15일(토) 고교 동문(선후배)들과 낙동정맥을 가는 정기산행일이다. 제 시간에 집을 나서야 하는데 비가 온다는 예보도 있고 꼭 무리해서 가야하나 하는 의문이 들며 선뜻 나서지지가 않는다. 정기산행이라는 것이 매월 3째 주 토요일로 정해지고 바꿀 수 없는 것이기에 비가 온다는 예보에도 산행을 수행해야 하는 귀찮음이 있다. 이런 날 새벽 쯤 잠을 못 이룬 채 일어나서 산행을 준비할 때면 스트레스가 만땅이다. “제게서 이 잔을 거두소서!”라는 말씀이 떠오른다.

   그러나 약속은 약속인지라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 양재역으로 가는 전철을 타러 간다. 하늘은 찌푸려 있는데 아직 비는 오지 않는다. 물론 현지인 울산지방에 가보아야 비의 여부를 알 수 있겠지만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후부터 울산에도 비가 온디고 한다. 양재역 2번 출구 앞에 전세 낸 버스가 서있고 오늘은 7시도 되기 전에 예정 인원 14인이 모두 탑승하여 다른 때보다 10분은 일찍 출발하였다. 동천역에서 세 사람을 더 태워서 총인원이 17인이 되었다.


   어느 새 봄이 되고 꽃들이 한꺼번에 피었다가 지는 데 철쭉 정도만 피는 것이 서울인데 고지의 백운산과 고헌산에는 아직 진달래가 한창이었다. 비를 예고한 날씨는 우산을 쓸 정도는 아니었지만 오후가 되자 약하게 계속 뿌려대니까 부슬비가 옷을 젖게 했고 고헌산에서 내려가는 길은 비에 젖어서 돌길을 옅은 진흙탕이 덮고 있어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걸어야 했다. 고헌산을 300m 쯤 남겨둔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에는 잠시 구름이 벗겨지고 산 아래에 잠시 펼쳐지는 환상적인 경치를 잠깐 동안이나마 볼 수 있었다.

   양재역을 떠난 버스는 경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중부내륙고속도로 - 상주영천고속도로 -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경주시의 건천IC에서 고속도로를 내려와 20번 국도, 921번 지방도를 거쳐 11시 10분경,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 태종전원마을 앞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고 산행을 시작했다.(휴게소에서 한번 휴식)

   전원마을을 통과하여 언덕길로 해서 직선으로 산을 향해 올라갔다. 여기까지 접근로이고 소호고개에 도착하여 비로소 낙동정맥길에 들어서게 되었다.(11:50) 백운산을 향해서 경사길을 계속해서 올라갔다. 나뭇가지에서 신록이 싱그럽게 피어나고 있고 여기저기서 핑크빛의 진달래가 반겨주었다. 13:02, 형산강, 태화강 및 낙동강(지류)의 3강이 시작된다는 삼강봉(해발 845m)에 도착했다. 삼강봉의 북동쪽에 떨어지는 빗물은 형산강으로, 북서쪽에 떨어지는 빗물은 태화강으로, 서쪽 물은 낙동강으로 흘러간다고 한다.

   삼강봉을 떠난지 약 20분 후인 13:23, 해발 893m의 백운봉에 도착하였다. 정상에 오기 전에 식사를 하면 다시 오르막을 올라갈 때 힘이 들 것 같아 정상까지 식사를 보류하였기에 정상인 이곳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정상석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15인이 함께 모여 즐겁게 식사를 하였다.(2인은 B코스를 택하여 외항재로 가서 고헌산을 왕복산행 했다.) 식사 중에 가양주인 약주와 매실주, 그리고 위스키가 있어서 조금씩 맛보았다. 하늘은 시커멓게 개여 어둡다. 약하게 빗방울이 듣기 시작한다.

   다음 목표는 오늘 산행에 있어서 가장 높은 지점인 고헌산(1,034m)인데 길은 백운산 정상에서 한참을 내려갔다가 다시 쳐 올라가기 시작한다. 백운산을 오르내리느라 많이 지친 것 같다. 14:50, 곰돌이 활공장이라는 곳을 지나갔다. 다시 힘을 내서 언덕길을 계속해서 올라갔다. 바람이 블어와 조금 추운 느낌까지 있어 점심식사 때 다시 입었던 웃옷을 계속해서 입고 걸었다. 언덕길을 계속해서 올라가 15:41, 고헌산 300m 전에 있는 전망대에 도착하였는데 잠시나마 구름이 벗어져 산 아래의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었다.

   15:51, 오늘의 최고점인 해발 1,034m의 고헌산 정상에 도착했다. 좋은 조망장소인데 구름이 끼어있어 경관을 즐길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기념사진을 찍고 고헌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길이 경사가 있는데다가 비에 젖어 있어서 미끄럽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길이었다. 돌길 위에 진흙이 옅게 덮여 있어 바지에 흙이 튀어 올라서 붙기 시작했다. 지루하게 먼 길을 조심해서 내려가는데 앞에 가시던 선배님이 두 번이나 미끄러지셔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다치신 데는 없었다.(옷에 흙을 묻히심)

   원래의 계획엔 몇 km를 더 가서 운문령까지 가려고 했지만 길이 나빠져서 지체했기에 아쉽지만 이곳 외항재에서 산행을 끝내기로 한다. 외항재에 거의 도착하였는데 산철쭉이 화사하게 피어 반겨준다. 16:43, 외항재에 도착하여 산행을 끝냈다. 근처 공용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버스를 타고 상경을 시작하였는데 건천IC 앞에 있는 기사식당에서 “고디탕”(다슬기탕)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상경하였다. 산행이 일찍 끝났기에 귀가도 다른 때보다 한 시간 정도 이르게 할 수 있었다.

   백운산과 고헌산, 두 개의 큰 산을 넘느라 온 힘을 짜내서 걸어야 했던 힘든 산행이었고 음울한 날씨에 느끼는 우울증을 진달래꽃의 붉은 군락들이 달래준 하루였다.

- 후기 -


   정해진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스트레스로 마음을 무겁게 하던 아침이었다. 그러나 그 압박감을 무사히 극복하고 힘든 산행을 마친 점을 대견하게 느끼게 된 저녁이기도 했다. 여느 때처럼 산행을 기념하는 시를 한 수 썼다.

 

[28차 낙동정맥 종주산행에 부쳐]

 

태종잿골 전원마을서 시작해
소호고개서 우로 꺾어
정맥길로 들어서는데
헝상궂은 백운산이 가로 막는다

한국에 흔한 산
백운산에 올라
한 조각 구름같은 인생
별 거 아니라 해탈하고

이 몸 가진 것
별 거 없으나
높고 큰 곳에 헌신하러
고헌산에 오른다

대저 진리는
높은 곳에 거하나니
오늘도 진리 가까이
갈 수 있어 좋았다

구름이 걷혔다면
일망무제 터질 시야
아름다운 금수강산
죽기까지 걸으면서
이 산하를 찬미하리

You raise me up(넌 나를 밀어올려)
I am strong(그래서 나는 강해지지)
백운산아 고헌산아
나를 더 높은 창공으로 올려다오

내 발길도 가볍게
영남알프스를 넘어
천성산 금정산을 지나
다대포 몰운대까지
연착륙하도록 밀어다오

삼각산의 후예들이
산행의 벗이 되어
오늘도 전설이 될
산행을 연출한다

You raise me up, so I can stand on mountains(넌 나를 밀어올려, 그래서 난 산들 위에 설 수 있지)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넌 나를 밀어올려, 내가 설 수 있는 곳보다 더 높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