洛東正脈 종주기념 해파랑길 1코스(이기대) 걷기. 2023.11.19.

2023. 11. 22. 18:24낙동정맥 산행기(Nakdong Trails)

   전 날(2023.11.18.) 낙동정맥 전 구간 종주를 끝낸 동문들은 바닷길을 걷기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였다. 호텔에서 일찍 일어나 7시쯤 진하해변에 나가 해돋이를 감상한 다음 아침 식사 전에 우선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를 걸었는데 신축중인 반얀트리호텔, 아난티타운과 국립수사과학원을 지나서 해동용궁사까지 걸은 다음 절을 관람했다.

   해동용궁사는 여러 번 들은 적이 있어 곡 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 절에는 북쪽 입구로 들어갔는데 계단의 난간에는 각 사람들의 기원을 담은 나뭇잎 형태의 명찰(레이블)들이 잔뜩 걸려 있었다. 해동용궁사는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한국의 3대 관음성지로 해수관음상이 세워져 있었고 법당에는 누워있는 부처가 안치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좁은 부지에 몇 개의 법당, 여러 조각물과 탑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해동용궁사를 본 다음 버스로 해운대 LCT 건물에 인접한 할매집원조복국에 가서 복국으로 아침식사를 하려 했으나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참을 해변을 보며 기다리다가 길 뒤편의 미포할매복국에 가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원조집의 아류인 듯한데 손님이 적어서 29인이 다 들어가서 먹을 수 있었고 음식 맛도 괜찮다고 모두들 평을 했다. 아침식사가 예상보다 늦어져서 해파랑길 1코스는 전체에서 조금 줄여서 이기대 입구 근처에서 시작하여 산책로종점을 향해 남향해서 걸었다.

   11시반경 걷기 시작하여 활짝 갠 날씨에 해변 가를 걸었다. 삼삼오오 걸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며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중간에 이기대의 유래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었고 어느 시인의 충절을 기리는 추모시가 있었다.

   종점이 가까워지자 계단이 여러 번 나타났는데 한 곳은 200개가 넘는 곳도 있어서 제법 힘들게 걸었다. 그러면서 몸에 힘이 빠지는 원인이 뭔가 생각하다가 어제의 무리한 운동에 생각이 미쳤다. 원래 계획이 13.5km였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알바와 우회로 15.7km로 2km이상 늘어났고, 대티역에서 대티고개까지 걸어야 해서 정해진 거리에서 약 1km 증가, 몰운대 종착지에 도착한 후 버스가 있는 다대포로 돌아오는 길에서 거리가 약 1km 증가 등 가외 걸음을 합하면  어제 걸은 총 거리가 18km정도로 무리하였고 지형의 오르내림도 제법 있어 감당하기 힘든 중노동이었으나, 완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나도 모르게 물리적(객관적)으로 힘든 산행을 거뜬히 소화했던 것 같았다.

 

   어제가 낙동정맥의 마지막 구간 산행인지라, 완주의 마지막 한 획을 긋는다는 긍정적 생각이 몸이 힘들어 죽겠다는 호소를 억누른 채 진행된 모험이었던 것이다. 갑자기 "아 내가 지금 진이 빠졌구나. 여기서 더 나아가면 무너진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5년을 노심초사하며 낙동정맥을 완주하기 위해 마음 조려왔는데 이제 그 짐을 벗겠구나 하는 안도감과 이제 지쳤으니 좀 쉬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났다. 

   마지막 언덕위로 올라가니 저 아래 주차장이 보이고 봉우리에 부분적으로 가려져 있던 오륙도가 완연히 모습을 나타낸다. 언덕을 내려가면 걷는 길도 끝이다.  이 때 쯤 조금 아까까지 떠올렸던, 몸을 너무 무리하게 동원했다 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다시 지워버렸다.  오늘은 좋은 날, 어제의 산길에 비하면 훨씬 힘이 덜 들 뿐 아니라 거리도 짧은 편이라서 가벼운 소풍을 온 분위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화장실에 들른 후 천천히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버스에 올라, 오후 2시 반경 서울로 출발하였는데 아침식사를 늦게 했기에 점심은 거르기로 하고 계속 북쪽으로 달렸다.(버스가 달리는 중에 총무께서 남은 음식 부스러기와 소주를 돌렸다.) 경부고속도로로 운행하다가 영천에서 상주영천고속도로에 들어선 다음 군위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상주에서 서산영덕고속도로로 갈아탄 다음 청주JC에서 경부고속도로에 진입,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여 막히지 않고 버스가 운행되어 5시간이 조금 지난 밤 7시 40분경, 양재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부산에 하루 더 머무르며 낙동정맥 완주를 기념하는 해변길 걷기를 계획했는데 별 탈 없이 끝났다. 1박2일의 부산여행이 성공적으로 마감된 것이다.

   아침부터 부산의 바닷가를 걸으며 부산은 역시 바다가 있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푸른 바다를 보면 가슴이 탁 트이며 모든 잡념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낙동정맥 종주를 성공하고 이를 기념하는 바닷가 트레킹을 한다는 개념이어서, 하루 종일 걷는 길이 소풍길처럼 가볍게 느껴지며 산길처럼 쫓기지 않아서 좋았다.(마지막에 오르내림이 여러 번 있었고 거기 설치된 계단을 오르는데 힘이 들어서 예상 밖으로 혼이 나긴 했다.)

   현장 사정을 축약하여 시 한 수 써 본다.


해파랑길 걸으며, 2023.11.19.


동부산관광단지
오시리아부터 걸었다
희안한 이름 오시리아
오랑대 시랑대 첫 음에
땅을 나타내는 ia를 붙였단다
기발한 명명으로
부산관광 살아나려나

아난티타운 길고 높아
그 큰 규모에
못 채운 방은 없으려나
쓸데 없는 걱정이다

국립수산과학관 지나니
관음성지 해동용궁사
기원 명찰이 반겨주네
여기서나 저기서나
비는 게 대세다

바다에 용궁 있어
백의의 관음보살
용을타고 승천하니
그 자리가 해동용궁사
영험함의 증명인가
선남선녀 가득하다

복국집 사람 넘쳐
덜 붐비는 아류 원조집 가니
한가롭고 정갈하다
오늘은 소풍날이니
늦은 아침에 소주 한잔

이기대 바다경치
눈이 부시게 다가오는데
왜장과 수직낙하한
두 기녀의 순국행위
쨍한 날씨만큼 더욱 슬프다
부산이 애국의 고장임을
새삼 느끼네

이기대 끝 가는 길엔
계단이 여럿 있어
준족도 소용없고
인내로 걸어야 한다

멀고 먼 낙동을 끝내고
평화로운 길 걷는 날
나는 여태까지 무리를 했나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해방되었다

눈이 시리게 푸르른 바다
수평선 넘어서도 계속된다니
부산은 복받은 도시
낙동정맥의 선물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