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7. 26. 15:18ㆍ명산산행기 Famous mountains
호명산에서의 신앙고백
우명길군(필명 BMW)의 '호명산 산행기'를 실었습니다. 그날 동행했던 저도 호명산산행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우사장의 멋진 산행기를 대하니 저도 무언가 보조로나마 쓰고 싶어졌습니다. 그날 산행에 동행했던 저도 대상은 같은 산이지만 색다른 산행기를 하나 써 봅니다. 그리고 회원(경동OB산악회) 아닌 분들도 볼 수 있도록 이곳(블로그)에 실어 봅니다.
제목을 호명산에서의 신앙고백이라 써 보았습니다. 신앙고백이라고 하니 무척 생소하게 들리시고 거부감을 갖는 분들이 있으실 줄 압니다. 저의 산행은 신앙고백과 닮아 있어야 한다고 자주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상을 떠나 신 쪽으로 조금 가까이 가는 것 그것이 신앙고백이라고 정의해 볼 때 가볍고 작은 산행이지만 위의 범주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회원과 저는 가톨릭신자로서 형제보다 다정하게 지내는 형제(가톨릭에서 남자 동료를 칭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늘 신앙고백의 프로세스에 서 있어야 하기에 글제목을 위처럼 잡아보았습니다. 물론 깊은 신앙고백은 못되는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우회원의 글이 하루의 산행이라는 사건의 한 면을 보여준다면 저의 글은 그 사건의 다른 한 면을 보여 주도록 써 보았습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성서 말씀처럼 두개의 글이 모여서 하나된 진리를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생각해 봅니다. 우명길회원의 글이 역사적 사실을 실증적으로 해석하는 근대성의 표현이라면 저의 글은 그분의 구원이 역사하는 출애굽기적, 엑서더스적 표현에 가깝습니다. 또한 읽으실 분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 무거운 제목이지만 가능하면 가벼운 터치로 표현했습니다.
우회원께서는 그의 산행기 후미에, 최근의 우리나라 사회현상이 '가벼움'이라는 화두로 표현될 수 있다고 짚으셨는데 저도 그 말씀에 동감합니다. 따라서 제가 쓰는 이 글도 그분의 화두인 가벼움에 접근하길 바라며 썼습니다.
크리스챤이 아닌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저는 성서의 인물과 지명을 패러디하고, 그분(여호와 하느님을 줄인 말임, 이하 이글에서 같음)의 은총 속에 산행이 이루어진 것으로 썼습니다. 그분의 구원을 산행에 비유하고 부드러운 표현이 되도록 써 보았습니다.
---------------------------------------------------------------
성서(창세기)에 보면, 아브라함이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세상 속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여호와 하느님은 아브라함이 세속에서 만족하며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시고 그에게 시련을 주기로 했습니다. 물론 시련 후에는 큰 상을 내린다는 통속적인 해피엔딩 스토리입니다.
그분은 아브라함으로 하여금 그가 탄생해서 살고 있는 갈대아 우르를 떠나 가나안으로 향하도록 강권합니다. 우유부단한 아브라함은 목적지를 알지도 못하였지만 그분의 명령을 따라 고행길을 떠납니다. 여호와를 전폭적으로 믿기 때문이지요. 그분은 아브라함에게 가나안이라는 복지(축복의 땅)를 주시기 위해 그를 시험하신 것입니다.
출발에 앞서 아브라함은 여태까지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버립니다. 단지 아내 사라와 조카 롯을 데리고 최소한의 짐만을 지닌 채 여태껏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출발합니다. 결국 그는 어려운 과정들을 그분의 도움으로 돌파한 후 좋은 열매를 따게 됩니다. 즉, 그는 여호와의 큰 축복을 받아 가나안을 발견하고 그곳에 성스러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됩니다. 또한 그의 자손이 번창하여 그는 마침내 열국의 아버지라고 불리우게 됩니다. 성서의 다른 이야기들처럼 해피엔딩입니다.
갈대아 우르를 떠나기로 한 아브라함의 결단은 성과 속(Sacred and Profane)의 분리를 뜻하는 위대한 행동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는 행복할 수도 있던 속세의 일상을 버리고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성스러운 곳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이렇게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신 그분이 오늘날 저희에게도 나타나십니다.
그날 저희(우명길과 이규성) 둘은 속진으로 가득 찬 서울을 버리고 호명산으로 들어 갔습니다. 가평과 청평 사이에 놓인 호명산으로 향했는데 모세가 올라 갔던 호렙산과 발음이 비슷합니다. 모세는 호렙산으로 올라갔다가 십계명이 적힌 돌판을 받았습니다. 저희 둘도 호명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직행버스에서 완행버스로 갈아타고 내린 곳이 갈치고개였고 여기서부터 순례의 고행과 같은 워킹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분의 보살핌인지 둘이 걷는 길이 전혀 힘들지 않고 천상을 거니는 듯이 그 옛날 순례자들이 느꼈을 기쁨이 저에게 전해 왔습니다.
호명산에서 주발봉을 지나고 양수발전소를 지나는 500미터 이상 높이의 능선길을 우리는 8시간이나 걸었습니다. 아브라함이 성곽으로 된 도시와 일상의 번화한 삶을 떠나 미지의 곳, 위험한 곳을 여행했듯이 저희도 친숙했던 모든 것을 서울에 버려두고 미지의 호명산 능선을 순례하였습니다.
그분은 아브라함에게 목적지를 가르쳐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믿고 떠나라고 말씀하십니다. 저희도 사실은 목적지의 정황을 확실하게는 몰랐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목적지에 갈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이지만 그곳은 주발봉과 긴 능선과 얼어붙은 호수와 높이가 632미터 되는 호명산 정상이었습니다.
저희 둘은 8시간 동안 500 미터 이상되는 고지를 걸었습니다. 그분이 충실히 지켜주는, 그분께 바쳐지는 시간 같았습니다. 400 미터 이하에 머무는 사랍들과는 분명히 구별되고 분리되는 성화된(Sanctified) 시간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가나안에 도착하고 번성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양수발전소 댐을 발견하고 감격했습니다. 양수발전소는 강력한 마력으로 그분의 은총을 퍼 올린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강력한 우정이 우리 둘을 묶는 것도 경험했습니다.
따사로운 햇볕이 은총처럼 비추고 있었습니다. 그분께 감사하고 경배하는 기도를 올리고 싶었지만 입속에서만 맴돌았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신앙은 '아직도...'임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보낸 8시간은 너무나도 짧게 느껴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가 진리임도 알았습니다.
그분께서 말씀했던 산상수훈을 되새기기에는 저희들의 믿음이 너무나 약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기차를 타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아브라함처럼 아주 떠나버리기엔 용기가 부족했고 서울은 아름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점, 부족한 저희들이 그분의 은총을 구해야 하는 부분 같았습니다. 어쨌든 너무나도 행복했던 천국여행이었습니다.
---------------------------------------------------------------
[2006년 7월의 후기] 2년 반 전에 썼던 산행기입니다. 지금와서 보니 저의 심리상태가 매우 그분께 경도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를 지금 와 반추해 보니 그 봄(2004)에 저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방황하였고 그분께 더욱 의지했던 것 같습니다. 2003년 후반기와 2004년의 1, 2. 3월 이곳 저곳 너무 많은 산행을 했습니다. 체력이 소진되니 육체의 피로와 함께 정신도 황폐화된 듯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방황하던 그 때도 제게 있어선 소중한 시간인지라 자주 회상하며 '인생'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그 기분이 투영된 글을 꾸밈없이 게시해 보았습니다. 거부감을 느끼시더라도 이해해 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읽어주심에 감사하며...
'명산산행기 Famous mountains'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060106짝퉁 덕유산 산행기 -질투는 나의 힘...? (0) | 2006.10.12 |
|---|---|
| 051016 설악산행사진 (0) | 2006.07.28 |
| 041007 영남알프스 (0) | 2006.07.26 |
| 041111 홍도 깃대봉 (0) | 2006.07.26 |
| 040201 호명산-주발봉 찬조 산행기(by BMW) (0) | 2006.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