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0. 12. 16:58ㆍ명산산행기 Famous mountains
송백의 송백에 의한 송백을 위한 산행기만 써야 하는 것이 정도일진대, 지난 주엔 송흑산악회(가명)와 동행하여 송백과 같은 날 같은 곳인 덕유를 갔으니 저의 이 산행기를 짝퉁이라 불러 봅니다.(짝퉁산행기를 올림도 송백운동장을 풍요롭게 하고자 함이니 보스님께서는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금요일(1월 6일)이었습니다. 어딘가 눈이 쌓인 곳에 가서 두 눈을 즐겁게 하는 산행을 하고 싶은 욕망이 불현듯 일었습니다. 후보지 중 하나인 강원도에는 아직 눈이 별로 많이 안 내렸다고 하였습니다. 그 다음엔 제주도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마일리지를 사용하면 항공기 이용도 가능하고 여차하면 금요일 밤 인천에서 배를 타도 됩니다. 제주도에 있는 오소장에게 그곳 사정을 알아달라고 하고 대한항공 항공표를 마일리지 이용해서 예약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후 오소장이 전화했는데 한라산엔 마침 그 시각에 눈이 내리고 있는데 너무 많이 내릴 것 같아서 주말인 토, 일요일에 산행이 금지될 것이라고 공원관리소에서 이야기 했답니다.
그렇다면 덕유산은 어떨까 하고 덕유산 쪽으로 가는 산악회를 찾았습니다. 그래서 덕유산+백두대간을 간다는 송흑산악회(가명)를 따라 나섰습니다. 송백의 백두대간을 좇아서 몇 번 산행을 하였지만 백두대간 마루금을 조금이라도 더 밟아보고자 하는 마음에 대간의 소구간(송계삼거리-지봉-신풍령)도 하나 끝내고 덕유산의 넉넉한 자태와 눈을 보고자 하는 욕심이었습니다.
송백의 덕유산행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았으나 혼자서 참가하기엔 아직 좀 낯설은 듯하여 스스럼없을 때까지 좀더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토요일 오후 BMW가 전화를 했는데 송백을 따라 덕유산을 간다고 합니다. 저는 계획을 바꾸기엔 이미 늦었다고 하고 각자 가서 덕유산에서 만날 수 있으면 만나자고 하였습니다.
BMW가 이미 백두대간을 거의 다 해가는 마당에 제가 마루금을 조금 더 밟는다고 해서 순위가 바뀔리는 없겠지만 틈과 사정이 허락하는대로 뒤쫓아 갈 예정입니다. 이게 라이벌에 대한 질투인지 정당한 결투신청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질투나 경쟁은 힘이 되어 돌아오기도 할 것 같습니다.
덕유산은 2003년 9월에 육십령-서봉-남덕유산-삿갓재-향적봉으로 종주를 한 적이 있기에 낯설지는 않았으나 겨울에 가 본 적은 없었고, 그럴 듯한 눈경치를 볼 수 있는 곳 중의 하나이기에 기대감은 더욱 커졌습니다.(물론 B는 저보다 덕유 경험이 더 많지요! 이 산을 두고도 그의 중요한 감탄사가 여러번 튀어 나왔을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2003년 9월 덕유산 갔다가 아침에 본 구름
1월8일 일요일 아침 6시30분 종각역을 떠난 송흑산악회 버스는 사당, 양재, 죽전을 거치며 인원을 2명 초과해서 태운 채 9시 쯤 경부고속도로의 죽암휴게소에 도착하여 20분의 휴식시간을 정하고 각자 화장실과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아침식사를 집에서 했기에 휴게소 마당을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송백의 버스 2대가 보였습니다. 반갑기도 했지만 부끄러운 마음에 오히려 외면하고 내가 탈 버스에 타려고 마당을 가로질러 가는데 국화대장을 만났습니다.
‘왜 여기서 어정거리며 있느냐? 왜 BMW와 같이 안 있느냐?’하고 물으시는데 아주 미안했습니다. ‘사실은 저 송흑을 따라 갑니다.’하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가워하는 국화대장을 배신한 것만 같아 매우 미안했습니다.
산행들머리인 신풍령을 가기 위해 무주나들목으로 버스가 고속도로를 나갔는데 스키어들의 차량 때문인지 국도의 교통이 복잡하여 버스가 제법 지체되었습니다. 그래서 11시나 되어서야 신풍령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곧 산으로 향하지 않고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하며 10분 가량을 쓰고 있는 것이 여유가 있다기 보다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11시 10분 리더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더니 앞서서 갑니다. 길옆 돌위에 신풍령이 아니고 秀嶺이라고 한자로 적혀 있어 이곳이 빼재임을 알리는 것 같았습니다. 빼어날 ‘수’ 자 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이 경치가 빼어나다는 뜻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 뛰어난지 궁금했습니다.
산행을 시작하여 얼마 안가니 언덕길을 내려가야 하는데 눈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착용하였습니다. 그러나 한참을 더 가다보니 길은 그다지 미끄럽지 않고 눈도 얼어붙지 않은데다 두께도 10센티 미만이어서 아이젠을 벗게 되었고 산행내내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날씨는 제법 풀려 영상의 기온이고 하늘은 맑게 개여 산행하기에 좋은 날씨였습니다.
12시25분경 갈미봉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도착했는데 덕유산의 웅장함을 조망할 수 있는 경치가 훌륭한 곳이었습니다. 이 훌륭한 경치를 담기 위해 룩색에서 큰 카메라를 꺼내어 사지을 5-6장 찍고 있는데 송흑의 후미대장이 빨리 가라고 재촉합니다. 자기보다 늦으면 중간에 탈출시킨다고 하는군요. 부랴부랴 길을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12시52분 더 좋은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대봉에 도착하여 잡시 휴식하며 작은 카메라만 써서 사진을 찍습니다. 이번 덕유산행의 특징은 덕유산에는 제법 여러 군데에 멀리까지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테라스 또는 전망포인트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갈미봉, 대봉, 지봉, 상여돔, 백암봉(송계사삼거리), 중봉, 향적봉 등이 이러한 경관의 감상포인트가 될 것 같았습니다.
이상의 운행상황은 장황하게 설명문으로 쓸 것이 아니라 엑셀을 이용해서 그린 도표로 나타내 보겠습니다.(오랫만에 엑셀 프로그램 가지고 장난해 보는데 재미있었습니다. 문제는 도표가 흐린 것이 문제입니다만 클릭해서 보시면 깨끗하게 보입니다.)
이 도표에서 기울기는 거리를 속도로 나타낸 것이 되어 사실상 운행속도(km/hr)가 됩니다. 따라서 기울기가 가파를 수록 운행속도가 빠름을 나타냅니다 결과적으로 백련사->매표소구간 속도가 가장 높고 지봉->지봉안부 구간의 속도가 가장 낮습니다. 이것은 전자가 평지에 가깝고 운행에 지장을 줄 것이 없는 까닭이고, 후자의 경우 그 구간에서 약 10분간의 알바를 했기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주요 지점들이 대개 전망포인트가 되는데 갈미봉, 대봉, 지봉, 송계3거리, 중봉 등 5지점이 거기에 해당됩니다. 사진은 총 59매 밖에 찍지를 못했습니다. 이 산행기엔 전술한 다섯 개의 주요 전망지점에서 향적봉을 조감한 사진만 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글의 후미 참조하십시오.)
송흑산악회의 A씨와 B씨, 저 셋이서 한 조가 되어 산행하는데 4시47분 송계3거리에 도착하니 대장이 기다리는데 저희 3인이 후미로 꼴찌이니 중봉에서 오수자굴로 내려가라고 합니다. 저희 뒤는 모두 횡경재에서 탈출했다고 합니다. 원래의 지시는 오후 6시 삼공리도착을 종용받았는데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가파른 길을 약간씩 미끄러지며 내려가니 오수자굴이라는 곳이었습니다.(5시16분) 어두워질 위험도 있어 서들러 백련사를 향하여 걸음을 빨리 했습니다. 다행히 여기부터는 가파르지는 않았습니다. 5시56분 백련사밑에 도착하니 어둠이 깃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는 길이 눈으로 덮혀 있을 뿐 평탄하고 넓어서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약간은 무리한 산행인지라 다리가 아프고 쉬고 싶었지만 버스에서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 걸음을 쉬지 않았습니다. 마침 제 배낭에 플래쉬가 있어서 불을 켜고 앞을 살필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결국 7시5분 버스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하였는데 밥을 매식할(밥은 안 줌) 사이도 없이 버스는 서울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BMW 전화가 왔는데 벌써 무주를 떠나 서울 근처라고 약올립니다.
결론 : 송백이 아닌 아류(송흑)산악회를 좇아 갔는데 운행시간 부족으로 향적봉은 1km전에서 포기했으나 덕유산의 넉넉한 품과 눈경치는 그런대로 느끼고 즐길 수 있었으며 백두대간의 소구간 하나도 챙길 수 있었습니다.
향적봉을 향한 사진 5매를 실어서 여러분에게 보여드립니다.
1번 : 12:27 갈미봉에서 향적봉 쪽으로
2번 : 12:52 대봉에서 향적봉 쪽으로
3번 : 13:49 지봉에서 향적봉 쪽으로
4번 : 16:19 송계3거리에서 향적봉 쪽으로
5번 : 16:46 중봉에서 향적봉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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