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531 백두대간[삽당령-화란봉-닭목령]산행기 : 지루한 산행기

2007. 6. 3. 12:43백두대간 산행기 Baekdu Trails

[이 글은 송백산악회에 기고한 글을 전재한 것임]

 

목요일 아침의 잠실, 6시 43분이면 조명이 필요없을 만큼 날이 밝다. 광장의 중앙에 서서 너구리가 송백인들을 반긴다. 미지의 백두대간을 향하는 두근거림과 기대감, 오늘은 어떤 산행이 될런지 기대감이 크다.


경진관광 버스는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평창에서 내려와 구불구불한 대관령길을 내려간다. 언덕길을 구불구불 내려가며 감상하는 경치가 예사롭지 않다. 한참을 내려와서 버스는 오른쪽인 남쪽으로 향한다. 다시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오늘의 산행들머리인 삽당령에 우리를 내려 놓는다. 그 시각은 10시 반이 채 안된 시각이다.


단체사진을 찍자는 누군가의 제안에 송백인들은 삽당령이라 새긴 석조 이정표 앞에 줄지어 섰다. ‘하나 둘 셋, 찰칵’ 세월은 가도 사진은 남을 것임에 모두들 진지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선다. 곧 산행을  시작한다. 대간길은 숲속으로 나있는데 경사가 완만하여 초장의 시작이 아주 좋다. 산행시작점에서 이미 600m 정도의 고지에 올라선지라 기온도 그렇게 높은 것 같지 않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와 오늘 산행도 최고의 좋은 조건이다. 따가운 햇볕은 나무들이 가려주니 더욱 좋다.


우선 쉬지도 않고 물도 마시지 않고 계속 운행해 보기로 한다. 11시 정각에 862봉을 통과한다. 날씨가 무덥지 않고 경사도가 심하지 않은 관계로 11시 23분 대화실산 가는 삼거리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걸을 수 있었다.


대화실산 가는 삼거리에는 이정표가 있고 나무판에 닭목령과 대용수동 가는 방향을 각각 표시해 놓았다. 대간길은 약간 우측으로 틀어서 내리막이 되는데 곧 나무들을 베어내고 방화선을 만든 지역으로 이어졌다. 그 길은 큰나무가 없고 관목이나 풀로 덮여 있어 시계는 양호하였으나 햇볕을 가려줄 나무가 없으니 모자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뜨거운 길이 될 것 같았다.


내려가던 길은 한참을 가다가 다시 오름길이 되고 974m 까지 올라가서야 다시 내리막이 되었다. 내리막길은 약간 급하게 다시 896m 까지 내려가서 안부에 도달했다가 같은 경사로 급하게 위로 솟아올랐다. 지도상에 982m 석두봉이라 표기된 봉우리가 기까워 온다. 그런데 석두봉을 불과 2-30m 앞두고 석두봉보다 조금 높고 뾰족한 바위로 된 봉우리에 도달했는데 GPS에 표시된 높이가 993m나 되었다.(12시 09분)


나는 이곳에서 잠시 배낭을 벗어서 내려놓고 쉬면서 물을 꺼내어 마셨다. 시야가 트여 주변의 산세를 잘 살필 수 있었지만 카메라를 꺼내 전망이 좋은 사진을 찍을 생각까지는 못하였다.(이곳이 산행 중에 가장 조망이 좋은 곳이고 사진촬영 포인트임은 산행이 끝나서야 알게 되었다. 오늘의 최고봉인 화란봉에서 원경사진을 찍을 포인트가 있을 줄 알고 진행하였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993봉을 내려가니 곧 석두봉이 나왔는데 지도상 표기는 982m 라고 되어있지만 GPS 상에는 986m로 나와서 약간의 오차를 보였다.(모든 지점에서 지도상 고도표기와 GPS가 표시하는 고도표기에 차이가 났는데 862봉 처럼 -지도표기가 높음- 그 차가 35m나 되는 곳도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둘 점이 있다. 내가 993봉으로 명명한 조망이 좋은 뾰족한 바위봉우리가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흙산인 석두봉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았는데 어쩌면 石頭-돌로 되었다-라는 이름으로 보아 993봉이 석두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혼란은 나의 칠칠치 못한 관찰부족과 사전 공부의 미숙에 있다. 그래서 남들은 두 세 번 씩 백두대간을 하나보다.)  


석두봉부터 길은 다시 약간 급하게 내리막이었다. 조금 내려가니 작은 공터가 있고 거기에는 닭목령과 삽당령의 양방향을 표시한 나무말뚝이 서 있었는데 식사장소로 적당할 것 같았다. 시각은 12시 18분으로 식사하기엔 적당한 시각이다. 나는 복숭아 통조림을 꺼내서 먹은 다음 얼음물을 마시는 것으로 점심을 대용했다. 밥대신 싸가지고 간 인절미는 입맛이 없어 다시 배낭 속으로 집어 넣었다.


10분도 채 안 걸리는 시간에 식사를 끝내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길은 완만하게 상승한다. 완만하게 상승했던 길은 다시 똑같은 완만함으로 하강하기 시작한다. 크게 부담을 주지않는 경사도이다. 드디어 안부이다. 여기서부터는 약간 급하게 소위 송백봉을 향하여 길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다. 경사가 약간은 더 있지만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다.


12시 46분 드디어 소위 송백봉이라고 김대장이 가르쳐 주었던 봉우리에 도착했다. 언젠가 송백에서 이 봉우리에 이름이 없고 큰 소나무들이 정상 주위에 서있어서 송백봉이라는 이름을 붙였었다고 한다. 지도에는 989.7m 라고 고도만 표기되어 있다.(GPS 상에는 973m 였다.) 그런데 이 봉우리는 우뚝 선 봉우리가 아니고 주변보다 조금 높은 둔덕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주변은 나무에 둘러싸여 있어 주위를 전망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아서 멋진 봉우리리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봉우리 바로 아래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 있어 더욱이나 송백봉이라는 이름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길은 다시 하강하여 고도 835m되는 안부까지 내려갔다가 희봉을 향하여 상승해 가는데 경사가 그리 급한 편은 아니어서 큰 힘은 들지 않는다. 그런데 희봉에 가기 전 오후 1시 06분 샘 표시가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어떤 이가 플라스틱 물병에 ‘계곡물’이라고 써서 대간주자들에게 잘 보이도록 나무에 달아 놓았는데 오른쪽 계곡으로 가면 물이 있다는 표시였다.(나는 물을 충분히 소지하여 샘을 확인하지 않았음)


언덕길을 계속 올라가 오후 1시 26분 지도에 1,006m 라고 고도 표시가 되어 있는 희봉에 도착하였다. 이곳 역시 주변을 제치고 솟아오른 봉우리가 아니라서 조망은 거의 없다. GPS 상에는 고도가 989m 라고 낮게 나와 17m나 되는 차이를 보인다.


이제 다음 목표는 오늘 산행에서 최고봉이자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화란봉이다. 길은 다시 한참 내려갔다가 위로 치솟는다. 여러 시간을 걸어와서인지 약간은 지쳐 걸음이 느려지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고생이라고 생각하니 별로 힘든 줄 모르겠다. 사실 오늘의 산행거리(16.5 km 라고 함)는 다른 구간에 비하면 조금 짧은 편이고 최고점에서 최저점을 뺀 고저차도 470m(1062-592) 밖에 안 되어 힘이 덜 드는 편이었다.


활엽수가 뒤덮힌 숲속의 마지막 언덕길을 올라가니 그곳이 오늘의 최고점이자 해발 1,069.1m 인 화란봉이었다. 시각은 오후 2시 06분이다. 이곳에서 멀리 원경을 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오산이었다. 봉우리는 주변보다 약간은 솟아올라 있었지만 나무들이 주위에 무성하여 좋은 경관을 열어주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이곳은 주변에서 가장 높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봉우리가 봉우리답지 않아서인지 그 흔한 정상석 하나도 설치되지 않았다.


화란봉(花蘭峰)은 평범한 봉우리에 지나지 않으나 한자가 주는 뜻은 의미심장하다. 부챗살처럼 펼쳐진 화관이 정상을 중심으로 겹겹이 에워싼 형국이 마치 꽃잎 같다고 해서 얻은 지명이라고 하는데 결국 화란봉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산물결은 모두 꽃잎이 되고 그 중심에 화란봉이 있는 셈이다.


이제 길은 내리막길 밖에 안남은 것 같다. 오늘의 어려운 고비도 이제 막 끝났기에 나는 화란봉을 조금 내려가서 숲을 마주하고 돌 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카메라를 꺼내어 숲과 나무의 모습을 촬영하였다. 숲은 참나무 숲이다. 이 산을 오면서 보니까 참나무같은 활엽수가 번창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 옛날에 번성했을 소나무들이 큰 키로 활엽수위로 솟아있는 풍경도 가끔 볼 수 있었다.


오늘 촬영의 주제는 아무래도 숲이 되어야 할 것 같다. 4시간 가까이 초록빛 숲속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물속에 넣으면 푸른색 빛깔이 나온다는 물푸레나무처럼 내 몸을 짜면 초록색 물이 흘러 나올 것만 같다. 카메라로 그 숲을 표현해 보려고 애썼다.


길을 따라 내려오니 오후 2시 36분, 잘 가꾸어놓은 어느 집의 산소와 만난다. 산소가 있다는 것은 민가가 가깝다는 말이기도 하겠다고 생각해 본다. 오후 2시 42분 드디어 오늘의 종착점인 닭목령에 도착하였다, 아스팔트가 깔린 큰 길이 닭목령을 지나고 있었다.


총 산행시간은 4시간 15분이 소요되었다. 큰길을 따라 약 100m 정도 내려가니 계류가 흐르는 곳이 나온다. 머리를 감고 찬물에 발을 넣고 씻어 보는 호사를 누린다. 식사가 끝나고 아기곰님을 위한 생일축하 잔치가 있었다.


오후 4시 7분 산행이 일찍 끝났기에 버스를 주문진항으로 돌린다. 4시 54분 항구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회와 소주와 여흥이 있었다. 1시간 반의 시간을 부여받은 이 넘은 바다를 배경으로 카메라 셧터를 눌러가며 바다의 냄새를 맡으려고 애써 보았다. 산 중독엔 바다가 치료제가 될 것 같았다.


오늘도 주저리 주저리 산행길을 복기하는 기분으로 글을 써 보았다. 재미없는 글이다. 마음에 드는 글은 언제나 나오려는지 아득하다. 지루한 글을 읽기에 식상할 분들을 위해 지름길을 하나 만드는 심정으로 산행을 축약해서 표를 하나 만들어 보았다.


구라를 하나 만들어서 후기에 달아 놓는 것도 늘 하던 짓이렷다.


표. 삽당령-닭목령구간의 주요지점 도착시각과 고도 및 특기사항

주요지점

도착시각

지도에 표기된

고도(m)

GPS에 나타난 고도(m)

특기사항

삽당령

10:27

680

592

산행시작

862봉

11:00

862

827

 

대화실산

갈림길

11:23

-

922

대화실산은 지나지 않음, 대용수동 방향지시 표지판 있음

993봉

12:09

-

993

전망이 가장 좋은 곳

석두봉

12:13

982

986

石頭란 재미있는 이름

목제 이정표

12:18

-

940

점심식사

송백봉

12:46

989.7

973

쓰러진 소나무 있음

샘물표지

13:06

-

855

나무에 매단 페트병에 계곡물이라고 써 놓음

희봉

13:26

1006

989

 

화란봉

14:06

1069.1

1062

가장 높은 지점, 꽃잎의 중심

무덤

14:36

-

737

 

닭목령

14:42

706

707

산행끝점. 닭목재라고도 함


 그날 갔던 길을 구글어스로 살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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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경과를 따라 사진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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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43분이지만 잠실의 아침은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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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들머리인 삽당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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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표시 팻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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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녹음 속으로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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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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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죽이 제법 있지만 키는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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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선으로 된 대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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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송백봉인데 시야가 트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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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송백봉 옆에 쓰러져 누워있는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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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 물이 있다고 친절하게 표시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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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엽수로 된 숲속에서 가끔은 미인송이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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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난 길, 저길을 따라 가면 숲의 왕국으로 갈 수 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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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가운데 가장 중앙의 꽃잎이라는 뜻을 가진 화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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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란봉, 그 흔한 정상석 하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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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들이 살고 있는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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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 임꺽정과 로빈후드의 숲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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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나무가 어울린 경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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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란봉 조금 지나 서 마침 시야가 트였기에 한 컷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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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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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목령 거의 다 와서의 산소 - 명당자리라서인가 깨끗이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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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타협할 줄 모르고 꼿꼿한 소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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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엽수 밑에 활엽수가 자란다. 언젠가의 역전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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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 하나 햇볕에 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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딝목령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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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목령의 장승 한 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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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 회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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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 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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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 어항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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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독증은 바다로 고친다고?  그분께선 아직 안 오신다.


 

- 후기 - 구라편

 

꽃잎의 중심이라는 화란봉에서 내려가는 길에 이 넘은 송백님들과 떨어져 홀로 남게 되었다. 닭목령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가서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곳은 숲속에 있는 왕국이자 요정의 나라였다. 푸른 숲속엔 키가 작고 귀여운 요정들이 살고 있었다. 또한 숲으로 들어가 신선이 된 로빈후드나 임꺽정도 숲속에서 아직 살고 있다고 한다.


대간을 열심히 가다보면 언젠가 그들을 만나리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그들과 맞닥뜨리리라고는 생각 못 했었다. 사람들과 같이 다니지 않고 혼자 다니는 버릇에 그렇게 되고 만 것이다. 자업자득이다. 


그들의 왕국으로 한발 앞서 안내하는 요정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왜 이곳에서 사나요?’

‘화란봉이 백두대간중 꽃의 중심이기 때문이지요.’

‘우두머린 누구요?’

‘백설공주와 로빈후드입니다.’

‘임꺽정은 어디 있소?’

‘불곡산의 임꺽정봉에 살고 있습니다. 가끔 한북정맥길과 대간길로 해서 놀러 오지요.’


숲속의 왕국은 연두와 초록이 교차하는 아름다운 세계였다. 그들은 숲의 산물인 허브차와 더덕안주로 나그네를 정성껏 대접했다. 왕국을 나오기 전 그곳의 대표자인 로빈후드를 대면했다.

내가 그에게 물었다.

‘아직도 불만이 있소?’

‘물론입니다.’

‘어떻게 할거요?’

‘대간꾼들을 털진 않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잘 못 뽑으면 가만 안 있을 겁니다.’’


그 옛날 숲은 사회에서 부적응한 사람들의 피난처이렷다. 임꺽정도 로빈후드도 숲에 숨어서 산아래 사회의 정화를 목표로 시간을 벌고 있었다. 그러나 개혁을 준비하는 긴 시간 동안 숲속엔 먹을 것이 없을 터인데도 그들은 숲의 산물로만 연명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착한 그들! 그들에게 비만이란 없다.) 그들은 숲속에서 때를 기다리며 큰일을 저지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목표는 좋으나 수단은 나쁜 그런 경우일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게 자가당착적인 일을 꿈꾸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며 닭목령을 향해 걷는다.


혁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악법도 법이니 지키시오.’ 라고 간단히 말해 버리면 될 그런 세상은 애전에 가버렸다는 이 넘의 얘기다.


그래서 그분께 다시 물었다.

‘당신의 왕국은 언제 옵니까? 급하옵니다.’(이 넘의 단골 레파토리가 되어 간다.)


‘네가 대간 끝나기 전엔 아니다.’


(냉정한 그 분. 백두대간 땜에 사바세계에서 아직 나를 들어 올리시지 않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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