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614 백두대간[댓재-두타산-청옥산-연칠성령-삼화사] 산행기

2007. 6. 17. 00:37백두대간 산행기 Baekdu Trails

[두타행]

일찍이 강원도 삼척 어딘가에 1,350m가 넘는 험한 산이 하나 있었다. 산삼과 약초가 많이 날 뿐 아니라 그 깊고 긴 계곡으론 벽계수가 여인의 살처럼 흰 바위사이로 흘러내리고 끝을 모를 깊은 소와 낭떠러지 절벽은 가히 사람들에게 경외의 대상이더라.


또한 그 산은 신비로운 안개와 구름에 덮여 있을 적이 많은데 그 깊은 산속에서 어떤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산 밖에서 보는 자로선 전혀 상상할 수도 없더라.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하고도 이상한 것은 그 산에 힘들게 올랐다가 하산한 자들은 누구나 다 말수는 적어졌지만 생각은 깊어지고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폼이 지가 제법 인생의 어떤 진리 한 자락은 본 듯한 양상을 보였다는 이야기이다.


거 참, 신기한 산이렷다. 산이 사람을 바꾸어 놓다니? 그래서 사람들은 이 산 이름을 두타산이라고 했다는 것이 이 넘이 생각해 낸 구라다.

그렇다면 사람이 바뀌려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할 것인가? 불교의 수행만한 것이 있을까? 일단 집을 나와 모든 것을 버리고 세속의 모든 영리행위를 중단하고 열심히 몸과 마음을 닦다 보면 사람이 바뀌고 결국에는 성불하는 것이렷다.


이런 행위를 불가에선 일찌감치 ‘두타행’이라고 이름 붙였었다. 두타행이란 무엇인가? 頭陀는 ‘버리다, 씻다, 닦다’ 등의 뜻을 지닌 산스크리스트어로서 頭陀行이라 하면 ‘세속의 모든 번뇌를 버리고 불도를 닦는 수행’을 뜻한다고 한다.


이 신비스런 산의 이름이 두타인지라 이 넘은 일찍이 그 산의 효험을 은근히 기대하던 바다. 그래서 S산악회 목요팀의 말석에 끼어 두타산을 오르고 내리며 두타행을 감행하였다. 불교도도 아닌 넘이 무슨 두타행이냐고? 두타행이 별 것인가? 아침 일찍 집을 나와(출가하여) 세속의 모든 번뇌를 내일로 미루고(버리고) 두타산으로 올라갔다면 그게 두타행이 아니던가?


그래서 7시간 가까이 걸려서 두타산을 성공적으로 넘은 뒤 이 넘은 모든 일에 사려가 깊어지고 총명해지며 인생의 어떤 진실 하나라도 깨달은 것처럼 나의 생활이 바뀌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중이다. 소위 두타산 효과를 기다리는 중임을 고백한다.

 

6월 14일 목요일, 이 넘은 S산악회의 목요팀에 참가하여 두타행을 결행하였다. 두타산을 넘고 그 옆의 두타보다 높은 청옥산을 넘어 난공불락의 연칠성령을 거쳐 급전직하하여 사원터를 지나고 계류를 건너 문간재 근처의 무릉도원을 찾아서 걷고 또 걸었다.


그날 간 길을 구글어스로 나타내 본다.(사진 4매) 또한 산행길의 높낮이도 단면도로 나타내 본다.

 

 

 

 

 

 

 

산행은 댓재부터 시작된다. 댓재에서 싱그러운 숲속으로 조금 가서는 길을 왼쪽으로 90도 이상 꺾어야 한다. 

 

댓재의 조형물

 

산행 들머리

 

숲으로 들어간다.

 

대간길을 따라 가려면 왼쪽으로 90도 이상 꺾어야 하는 곳 : 많은 사람들이 잘못 직진하는 곳

 

산행의 어려운 구간은 대략 두 군데로 볼 수 있는데 첫 번째가 통골재에서 작은 두타산으로 오르는 급경사 오르막길인데 제법 기운이 빠지게 한다. 다음은 연칠성령에서 사원터로 내려가는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미끄러져 넘어지기 쉬운 길이다.

 

[산행 요약표]

주요지점의 도착시각과 고도를 나타내면 표와 같다. 산행 총 시간은 6시간 41분이었다.


표. 댓재-연칠성령-삼화사 구간의 주요지점 도착시각과 고도 및 특기사항


주요지점

도착시각

지도에 표기된

고도(m)

GPS에 나타난 고도(m)

특기사항

댓재

11:15

 

820

백두대간 구간 시작점

1028봉

12:12

 1,028

1.036

삼각점이 설치된 곳

통골재

12:33

 

976

통골목이로 갈라지는 갈림길

작은 두타산

12:58

1,243

1,215

여기서부터 경사가 완만해 짐

두타산

13:21

 1,352.7

1,360

삼척사람들이 모산으로 숭상

박달재

14:12

 

1,159

박달골로 가는 갈림길

청옥산

14:54

1,403.7

1,409

본 구간의 최고점

연칠성령

15:21

 1,170

1,237

백두대간 탈출지점

계류만남

16:02

 

648

처음으로 시냇물을 만남

사원터

16:17

 

549

청옥은 극락의 일곱가지 보석 중 하나임

삼화사

17:30

 

173

3층탑과 철불(노사나불)의 보물 2점이 있음

주차장(버스)

17:56

 

134

 

 

[안개구름과 나무들]

날이 흐려있어 먼 곳의 경치를 조망할 수가 없다. 나무들 사이로도 안개가 서려있어 뿌옇게 보인다. 개스와 나무의 화해를 종용해 본다. 안개속의 나무들에서도 그 나름대로의 힘과 운치를 느낄 수가 있다. 숲은 거대한 수채화가 된다.

 

 

 

 

 

 


[야생화]

청옥산을 조금 못 가 멧돼지들의 행위인 듯 땅이 파헤쳐진 곳이 있엇다. 그 주위 풀밭으로 꽃들이 피어 있다. 도시의 화단에 있는 꽃처럼 크고 화려한 것들은 아니나 이 깊은 산 속에서 작지만 조촐한 아름다움을 나그네에게 선보인다. 

 쥐오줌풀

 

눈개승마

 

털쥐손이 

 

[나무들]

안개가 개였을 때의 나무들 모습이다. 물기를 머금어 싱싱하다.

 

 

 

 

 

[두타산 정상]

날이 맑았더라면 두타산 정상에서의 경치가 환상적일 터인데 경치구경도 못하고 원경사진도 못 건졌다. 두타산 정상은 두타행의 클라이막스로서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할 장소였다. 그러나 해발 1,353m의 정상은 깔끔하지가 못하여 실망감을 준다. 넓은 공터 중앙에 낮게 바위가 있고 그 주위로 이정표와 몇 가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한 가지 더 답답한 것은 어느 분의 큼직한 묘가 정상에 자리잡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시각상의 어지러움이야 말로 현실에서의 두타행을 막는 장애물들이다. 묘를 이장하고 나무를 더 심고 쓸데없는 팻말들을 없앤다면 좋을 것이다.(두타행은 어차피 마음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서 외부 경관은 상관없다고 한다면 할말은 없겠다.)

 

 

 

[청옥산 정상에서의 파노라마]

청옥산 정상은 두타산 정상보다 51m 높은 해발 1,404m로서  오늘의 최고점이다. 이 산은 청옥이 발견되었다 해서 청옥산으로 붙였는데, 청옥은 금, 은, 수정, 적진주, 마노, 호박과 함께 아미타경에 나오는 극락의 일곱가지 보석 중 하나라고 한다. 따라서 이 산 이름도 불교에서 유래했다고 보아야겠다. 두타행의 결실로서 청옥이 손에 쥐어진다면 누구나 기뻐하리라.


청옥산 정상도 몇가지 시설물로 약간은 어지럽다. 동해바다 쪽으로 트인 곳이 한 군데 있어 날씨만 좋다면 두타행의 실감을 느낄 수 있으련만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청옥산정상 주변엔 나무가 들이차 원경은 안보이지만 파노라마로 사진을 찍어 본다. 그리고 한 군데 터진 틈으로 동해를 겨냥해 보나 바다의 모습은 불확실하다.


청옥산 정상

 

청옥산에서 동해를 바라보다.

 

파노라마 1(사진 4장을 붙인 것)

파노라마 2(사진 4장을 붙인 것)

파노라마 3(사진 4장을 붙인 것)

 

 

[연칠성령에서의 급전직하]

해발 1,170m의 연칠성령에서 무릉계곡으로 꽂히는 길은 급격하다. 한번 넘어져 땅을 사놓는다. 한참을 내려가니 물소리가 들리고 돌로 된 시내가 나타났다. 시각은 오후 4시 2분, GPS의 고도는 648m, 연칠성령에서 수직으로 530m나 내려온 지점이다. 짐을 벗어놓고 세수를 하고 머리에 물을 뿌려 더위를 식혀 본다. 그리고 물을 손바닥으로 떠서 두어 모금 마셔본다.

연칠성령을 나타내는 이정표

 

처음 만난 개울

 

 

[돌과 물과 기암절벽]

이제부터는 급전직하하던 경사길도 진정이 되고 완만한 길이 길게 이어진다. 우측으론 나뭇가지 사이로 맑은 계류와 바위를 엿볼 수 있다. 또한 나무가 비켜줄 때에는 맞은편의 절벽풍경을 볼 수도 있었다.

 

 

 

 

 

 

 

 

 

 

 

[삼화사의 보물]

문간재를 넘어가니 계곡입구의 절인 삼화사가 반겨준다. 이 절에는 국보가 두 개나 있다. 하나는 마당에 있는 삼층석탑(1277호)이요, 또 하나는 철제로 된 노사나불(1292호)로 적광전에 모셔져 있다. 특히 이 불상은 왼쪽 어깨와 양손, 몸 아래 부분이 없어진 채 발견된 것을 1990년대에 복원하여 이 절의 주존불로 모시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부처님의 얼굴 모습을 보면 코가 낮고 눈이 옆으로 찢어져서 인도인의 모습이 아니고 영락없는 한국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신라말 고려초의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이미 불교의 토착화가 많이 진행된 때인지라 부처님의 모습도 토종 사람을 닮게 된 듯하다.


삼화사 적광전과 그 앞의 삼층석탑

 

노사나불 : 잘 생기지 않은 한국인의 얼굴이다.

 

 

[무릉반석과 피날레]

삼화사 아래의 무릉반석과 그 위에 지어놓은 일주문의 조화가 아름답다. 또한 길옆의 장승 한 쌍이 한국적 정서를 짙게 내뿜는다. 버스가 기다리는 아래 주차장옆의 개울가로 내려가 발을 씻는데 이 또한 절경이다. 오늘의 파이널 터치이다.

무릉반석

 

장승

 

주차장옆 개울에서 발을 씻다가 물이 흘러가는 동해바다쪽을 보다. 마지막에 만난 경치, 피날레이다.

 

 

[후기]

마음의 준비도 안 된 채 친구따라 강남가듯 송백 따라서 두타행을 결행하였다. 높은 봉우리를 넘고 험한 계곡을 헤쳐온 결과 이 넘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까? 앞으로의 세월이 말해줄 것이다. 볼 것도 많은 한 구간이었으나 다 보고 소화하지 못한 채 산행은 끝났다.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OO行이 우리의 행동을 나타내는 글자일진대 ‘행’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그중 두타행은 도를 닦는 최고의 경지가 아닐런지.


두타행-108번뇌를 버리고 세속을 떠나 수행에 매진함.

보살행-자기보다 어려운 이를 위해 재산과 노력을 바쳐 도움.

기행-기묘한 언동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음.

잠행 ? 암행-몰래 다니며 인심을 살핌.

여행-두루 세상을 구경하며 다님.

산행-산이 좋아 산을 넘어 다님.

고행-육체에 고통을 주어 심리적 위안을 취함.

동행-동지가 되어 같이 가 줌.

미행-몰래 남의 뒤를 밟음.

추행이나 소행처럼 부정적인 행동도 있다.

 

 

나 홀로 걷는 깊은 숲속, 생각이 많던 이 넘이, 그분께 물었다.

‘저의 오늘 두타행은 무엇으로 보십니까?’


‘너는 무엇이라고 부르겠느냐?’(되레 나에게 되묻는 반어법을 쓰신다.)

‘님과의 동행이라고 부르면 안 될까요?’(그분이 나를 미행했기에 연칠성령 바로 밑에서 미끄러졌음에도 까딱 없었으리라.)


‘요행이었느니라.’(그분이 보기엔 아직도 부족한 이 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