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리산 : 오대산의 멧돼지
2007. 11. 16. 08:43ㆍ명산산행기 Famous mountains
지리산엘 다녀왔습니다. 2007년 10월 24일밤 10시 10분 차로 강남터미널에서 밤차로 진주로 내려간 다음 중산리에서 새벽 3시반에 시작하여 천왕봉에 올라가고 지리산 능선길을 하루 종일 종주한 다음 연하천대피소에서 25일 밤을 일박하고 다음날인 26일은 반야봉을 거쳐 노고단으로 해서 화엄사까지 걸었습니다.(동행했던 우명길군이 산행기를 써서 경동동문산악회에 올려 놓았군요. 벌써 성공적인 산행으로 평가가 나 있는 셈입니다.)
2박3일의 비교적 짧은 여정이었는데 제 나름대론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무얼 좀 얻으려고 노력해 본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육체의 고달픔은 하루 이틀의 휴식으로 치유될 수 있기에 별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정신의 성숙이라는 게 확인이 안 되는 작업이기에 이렇게 글을 써가며 확인해 보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이군요.
산행도 힘들지만 산에서 내려와서 자료를 정리하고 산행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이 큰 짐이 됩니다. 안 써도 그만이지만 소중했던 시간들을 어딘가에 기록하고 이 넘의 마음상태를 다른 이들에게도 알리고 꼭 공감하고 싶어하는 욕심이 이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육십이 가까워 산전 수전은 물론 공중전까지도 겪었을 자들에게 대체 인생이란 무엇입니까?
자신도 모르게 세상에 던져져서 보이지 않는 큰 손이 내모는대로 어둠 속을 헤매다가 퇴장의 휫슬이 울리면 쓸쓸하게 쭈그러진 모습으로 무대에서 퇴출되는 배우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져야 하는 한 편의 단막극인가요?
아님, 자기자신의 재주로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조명을 켠 다음 그 위에서 관객의 부러운 시선을 받아가면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명품 속에 싸여 고급 와인을 마음껏 즐기다가 천당으로 가는 그런 이바구일까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 무어란 말입니까? 그저 쓸데없는 의심을 내려놓고 그분(신)의 뜻을 찾아서 어린애처럼 순진무구하게 또한 조촐하게 살면 구원된다구요?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찬 이 넘이 아직도 인생에 결론을 못 내렸소이다. 이미 결론을 내려놓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외다. 그러나 바꾸어 생각하면 인생의 의미에 이미 어떤 결론을 내려놓고 마음을 굳혀버린 사람은 답답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에 이 넘은 틈날 때마다 삶의 뜻을 짚어보는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여행이란 게 별게 아니고 짧으면 하루, 길면 이삼일 이 땅의 산줄기를 헤집고 다닌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치 오대산의 신들린 멧돼지처럼 멋도 모르고 땅을 파헤치다가 하늘을 바라보며 진정하고, 그 사이 사이론 인생의 의미를 되씹어본다는 말씀입니다.(말이 됩니까?)
강원도의 깊은 산인 오대산엘 가보니 산돼지들이 출몰하여 여기저기 맨땅을 파헤쳐 놓았는데 그들이 땅 속에서 먹을 것을 찾기 위해서라고 해석도 되지만 한편으론 어떤 광기가 느껴집디다. 인간들에게 자신들의 서식처를 점점 빼앗겨 갈 뿐 아니라 먹을 것도 줄어드는 산돼지들은 정말 화가 난 것 같습니다.
그 억센 주둥이와 코로 부드러운 오대산의 표면을 온통 헤집어 놓았더군요. 그들의 분노와, 그들의 카타르시스를 이해해 주고 싶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처한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데 대해 이해는 할 수 없지만 무언가 잘 못되어 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고, 알 수 없는 대상을 향해 분노의 돌진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대상은 보이지도 않은 채 그 무서운 힘을 산판을 파헤치는 데에 소진한 다음에야 겨우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고 조금은 진정했던 것 아닐까요?
그들의 대상없는 분노와 고조되는 흥분, 그러다가 종내는 땅에 헤딩하여 카타르시스를 맛보고, 정상으로 회복되는, 지극히 멧돼지같이 미련한 자가 이 넘은 아닌지 걱정이외다.
산을 걸으면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무언가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그 시간을 마음이 공상에 빠져 다 빼앗기기도 하지만 대개는 평소에 검증하지 못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유용한 시간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산행은 이 넘에게 꼭 필요한 활동이 되는지도 모릅니다. 바꾸어 말하면 산행 틈틈이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여유가 생기니 평소에 접어두었던 인생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흘끔흘끔 엿 볼 수가 있다는 말씀이외다. 그러다가 이번처럼 제법 긴 산행이 되어 하루에 열시간 이상씩 걷게 되면 인생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크게 시비도 걸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 넘에겐 인생과 붙어서 한 판 대단하게 겨루어 본 적도 없고 인생을 멋지게 이겨 볼 힘도, 계기도 없었지만, 그 인생을 자주 흘겨보며 시간이 있을 때마다 딴지도 걸어보고 의심도 해보다가 이렇게 지리산같이 큰 산을 산행하는 날 같은 때는 정면으로 도전도 해보는 투쟁을 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이번의 지리산 등반에서는 마침 반야봉이라는 뜻깊은 봉우리에도 올랐기에 이 넘은 이번 산행의 주제를 구원이라는 쪽으로 좁혀 보았습니다. 야그가 잘 풀릴지 걱정입니다.
무슨 서두가 이렇게 기냐구요? 우리 나이 쯤 되면 이야기에 뜸들이는 시간이 좀 있는게 좋지요. 네, 알겠습니다. 이야기의 핵심으로 빨리 가도록 애써 보겠습니다.(새벽에 찍은 사진 두 장 보여드리고 2편에서 계속됩니다.)


10월 26일 새벽 연하천대피소를 떠나 5시 33분과 35분에 산길에서 찍은 서쪽으로 지는 새벽달입니다. 삼각대를 쓸 처지가 아닌지라 셧터가 열렸다 닫히는 10여초 동안 무거운 카메라를 손으로 받치고 있어야 했기에 좀 흔들린 사진입니다. 새벽 지리산의 풍경이 조금 상상된다면 성공이겠는데 모르겠군요.
2박3일의 비교적 짧은 여정이었는데 제 나름대론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무얼 좀 얻으려고 노력해 본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육체의 고달픔은 하루 이틀의 휴식으로 치유될 수 있기에 별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정신의 성숙이라는 게 확인이 안 되는 작업이기에 이렇게 글을 써가며 확인해 보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이군요.
산행도 힘들지만 산에서 내려와서 자료를 정리하고 산행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이 큰 짐이 됩니다. 안 써도 그만이지만 소중했던 시간들을 어딘가에 기록하고 이 넘의 마음상태를 다른 이들에게도 알리고 꼭 공감하고 싶어하는 욕심이 이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육십이 가까워 산전 수전은 물론 공중전까지도 겪었을 자들에게 대체 인생이란 무엇입니까?
자신도 모르게 세상에 던져져서 보이지 않는 큰 손이 내모는대로 어둠 속을 헤매다가 퇴장의 휫슬이 울리면 쓸쓸하게 쭈그러진 모습으로 무대에서 퇴출되는 배우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져야 하는 한 편의 단막극인가요?
아님, 자기자신의 재주로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조명을 켠 다음 그 위에서 관객의 부러운 시선을 받아가면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명품 속에 싸여 고급 와인을 마음껏 즐기다가 천당으로 가는 그런 이바구일까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 무어란 말입니까? 그저 쓸데없는 의심을 내려놓고 그분(신)의 뜻을 찾아서 어린애처럼 순진무구하게 또한 조촐하게 살면 구원된다구요?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찬 이 넘이 아직도 인생에 결론을 못 내렸소이다. 이미 결론을 내려놓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외다. 그러나 바꾸어 생각하면 인생의 의미에 이미 어떤 결론을 내려놓고 마음을 굳혀버린 사람은 답답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에 이 넘은 틈날 때마다 삶의 뜻을 짚어보는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여행이란 게 별게 아니고 짧으면 하루, 길면 이삼일 이 땅의 산줄기를 헤집고 다닌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치 오대산의 신들린 멧돼지처럼 멋도 모르고 땅을 파헤치다가 하늘을 바라보며 진정하고, 그 사이 사이론 인생의 의미를 되씹어본다는 말씀입니다.(말이 됩니까?)
강원도의 깊은 산인 오대산엘 가보니 산돼지들이 출몰하여 여기저기 맨땅을 파헤쳐 놓았는데 그들이 땅 속에서 먹을 것을 찾기 위해서라고 해석도 되지만 한편으론 어떤 광기가 느껴집디다. 인간들에게 자신들의 서식처를 점점 빼앗겨 갈 뿐 아니라 먹을 것도 줄어드는 산돼지들은 정말 화가 난 것 같습니다.
그 억센 주둥이와 코로 부드러운 오대산의 표면을 온통 헤집어 놓았더군요. 그들의 분노와, 그들의 카타르시스를 이해해 주고 싶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처한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데 대해 이해는 할 수 없지만 무언가 잘 못되어 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고, 알 수 없는 대상을 향해 분노의 돌진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대상은 보이지도 않은 채 그 무서운 힘을 산판을 파헤치는 데에 소진한 다음에야 겨우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고 조금은 진정했던 것 아닐까요?
그들의 대상없는 분노와 고조되는 흥분, 그러다가 종내는 땅에 헤딩하여 카타르시스를 맛보고, 정상으로 회복되는, 지극히 멧돼지같이 미련한 자가 이 넘은 아닌지 걱정이외다.
산을 걸으면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무언가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그 시간을 마음이 공상에 빠져 다 빼앗기기도 하지만 대개는 평소에 검증하지 못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유용한 시간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산행은 이 넘에게 꼭 필요한 활동이 되는지도 모릅니다. 바꾸어 말하면 산행 틈틈이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여유가 생기니 평소에 접어두었던 인생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흘끔흘끔 엿 볼 수가 있다는 말씀이외다. 그러다가 이번처럼 제법 긴 산행이 되어 하루에 열시간 이상씩 걷게 되면 인생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크게 시비도 걸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 넘에겐 인생과 붙어서 한 판 대단하게 겨루어 본 적도 없고 인생을 멋지게 이겨 볼 힘도, 계기도 없었지만, 그 인생을 자주 흘겨보며 시간이 있을 때마다 딴지도 걸어보고 의심도 해보다가 이렇게 지리산같이 큰 산을 산행하는 날 같은 때는 정면으로 도전도 해보는 투쟁을 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이번의 지리산 등반에서는 마침 반야봉이라는 뜻깊은 봉우리에도 올랐기에 이 넘은 이번 산행의 주제를 구원이라는 쪽으로 좁혀 보았습니다. 야그가 잘 풀릴지 걱정입니다.
무슨 서두가 이렇게 기냐구요? 우리 나이 쯤 되면 이야기에 뜸들이는 시간이 좀 있는게 좋지요. 네, 알겠습니다. 이야기의 핵심으로 빨리 가도록 애써 보겠습니다.(새벽에 찍은 사진 두 장 보여드리고 2편에서 계속됩니다.)


10월 26일 새벽 연하천대피소를 떠나 5시 33분과 35분에 산길에서 찍은 서쪽으로 지는 새벽달입니다. 삼각대를 쓸 처지가 아닌지라 셧터가 열렸다 닫히는 10여초 동안 무거운 카메라를 손으로 받치고 있어야 했기에 좀 흔들린 사진입니다. 새벽 지리산의 풍경이 조금 상상된다면 성공이겠는데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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