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Personal한) 편지

2008. 4. 15. 08:02MISCE.

[올해 77세이신 큰동서께서 작년부터 신장투석을 하시면서 그 어려움을 이기는 길로 글을 쓰셨다고 한다. 그 글들이 그분의 두번째 수필집으로 출판되었다. 글을 쓰시고 교정하고 책으로 내고 남들이 읽어주는 동안 카타르시스에 들고 투석의 어려움도 과거에 대한 회한도 다 잊으신다고 한다. 글쓰기의 효용을 몸소 보여 주시고 글로 하는 컴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계신 셈이다. 그분께서 집으로 보내주신 수필집을 다 읽고나니 그분께 무언가 위로든지 격려든지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편지를 한장 쓰고 내블로그의 글 중 두 개를 인쇄하여 그분께 부쳤다. 나의 현제 상태가 조금은 엿보이는 그저 지극히 퍼스널한 기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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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께 멀리 울산에서 인사 드립니다.

                                                                                                                  2008.4.14. 월

 

안녕하셨습니까? 형님 계신 분당에도 봄이 왔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곳 울산에도 봄이 한창입니다. 봄의 세력은 아무래도 꽃들의 향연에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목련과 개나리가 활짝 피더니 이어서 벚꽃이 찬란하게 피었다가 지는 중입니다. 배꽃도 피고 어디선가 살구꽃 복숭아꽃도 피어 있을 것입니다. 교정에는 사람꽃이 피어서 마음껏 봄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젊은 학생들의 기운찬 모습이지요.


형님께 편지를 드려 본지도 너무 오래 되었습니다. 마침 형님께서 발간하신 두 번 째 수필집 ‘막고동 소리’를 읽고 생각나는 바가 있어서 몇 말씀 편지로 드려 봅니다. 이번엔 꼭 편지를 한 장 드려야 된다고 생각이 들어 이렇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우선 책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불원간에 작은 모임이라도 마련하여 출판을 기념하자는 이야기가 지난 4월 6일 처형들과의 춘천 산소 방문시에 있었습니다.


신장투석(透析)으로 비상체제에 들어간 건강을 의식하시며 자수틀에 수를 놓듯이 한 땀 한 땀 써 놓으신 글들이 보기 좋았습니다. 시련을 겪으시면서도 그 시련을 넘어서기 위해 쓰신 글들이 제게 재미는 물론 새로운 교훈을 주었습니다. 수필작가로서 다시 태어나심을 축하드립니다.


선배이신 김영도님이 강조했듯이 수필은 허구의 문학으로 쓸 것이 아니고 치열한 생활의 기록이어야 하는데, 형님께서는 지나간 실화들을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해서 쓰셨으니 공허한 상상의 글이 아니고 삶의 기록과 Fact가 녹아있는 탄탄한 수필집이 되었습니다. 거듭 어려운 글쓰기 작업을 하시고 발간까지 하신 것을 기뻐합니다.


이 번 책은 지난 번 내신 회상록 ‘세월따라 붓따라’와 비교해 보면, 제 느낌이지만 문체도 훨씬 부드러워지고 세련되어 진 것 같습니다. 특히 형님께서 일어, 영어, 독어를 독해하시기에 상상력이나 추론의 결론이 한국의 보통 사람들과는 매우 다르고 신선한 발상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진솔하게 표현하신 점은 1권(세월따라 붓따라)에서도 주요 주제였는데 2권에서도 다시 찾아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박대통령을 우리나라의 경제기적을 선도한 분으로 높이시고 6․25세대로서의 제몫찾기 말씀을 해 주신 것에는 공감이 가는 면이 많았습니다.


또한 글을 쓰실 때 만년필로 쓰셔야 맛이 난다는 아날로그(analog)적 발상에는 공감하면서도 저와는 다르다고 느낍니다. 저는 악필이라서인지 디지털(digital) 글쓰기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로 글을 만들면 바로 인쇄가 가능하고 악필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형님께서 사이버세계와 친숙하시다면 제가 써 놓은 글들을 저의 블로그(blog)에서 읽으실 수 있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아날로그적 감성을 더욱 존중하시니 강권할 수는 없겠습니다.(대신 제가 저의 글들을 blog에서 인쇄해서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형님께서 고교시절 문예반에서 활동하셨다는 글을 보고 아주 반가웠습니다. 저도 그랬기 때문이지요. 1967년 4월 고3때이지만 저는 연세대학교에서 개최하는 백일장에 참여하여 ‘숲속에서’라는 주어진 제목으로 수필을 제출하였고 그 글이 장원을 차지한 경력이 있습니다. 그때 시 부문에서 장원을 한 사람이 현재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인 마광수씨였습니다.


그후 저는 생업에 밀려 글을 쓸 엄두도 못내고 수십년을 지냈는데 힌 3년전 쯤부터 산행을 한 후 그 글들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주로 산행기이지만 글을 여러 편 써 보았습니다. 이 참에 형님께 보여드리고 평가를 좀 받아보아야겠습니다.


사실 저의 어릴 적 꿈이 소설가였었는데, 시골놈은 취직이 잘 되는 공대에 가야 된다고 해서 진로를 공대로 택했었습니다. 그러나 글쓰기에 대한 욕구는 아직도 저의 마음속에 늘 내재해 있고 조금씩이나마 실천해 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제가 쓴 글들을 책으로 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저는 주로 제가 갔던 산행(山行)을 중심으로 글을 쓰고 사진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좀더 기분이 내키면 제가 겪었던 사실(Fact)에 허구(Fiction)를 가하는 식의 Faction 도 쓰고 있습니다. 이들의 대부분이 제 Blog(http://blog.daum.net/heimatzu)에 실려 있습니다.


형님의 책을 보고나서 저의 출판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때까지 기다려 주시면서 좋은 글 더 써 주십시오. 그 글에서는 좀 더 주제를 넓혀 주시면 어떨런지요.


형님의 글을 읽으며 술 이야기(막고동), 인연 이야기, 어릴 적 친구 고노데쓰 이야기 등 모든 이야길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형님께서 살아오시면서 다방면에 관심을 기울이신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음식이나 탁구같은 운동에 대한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그런데 쓰신 글 중에 음악이나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서 이미지(영상)나 음악에 대해서는 형님께서 어떤 경험과 생각을 가지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젊어서 팝송을 많이 들었고 클래식 음악도 애호하였습니다. 사진에 관해서는 많이 찍고 감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려서 사진기가 없어 아쉬웠던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또한 저의 전공이 이미지(Image)를 다루는 건축이기에 열심히 찍어 보았습니다. 특히 산에 갈 때면 꼭 카메라를 가지고 갑니다. 저의 블로그 글들도 사실은 사진 중심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형님의 글을 읽다보면 많은 인용문들이 있었는데 직접 ‘성경’으로부터 인용한 글이 없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절대자를 믿는 입장에서 그분의 말씀 중에도 좋은 말씀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시편23편 같이 다윗이 주님을 찬미하는 노래와 같은 아래 글은 많은 상상력과 위안을 줄 것 같습니다.


야훼는 나의 목자, 나 아쉬울 것 없네.

그분이 나를 푸른 초원에 누워 놀게 하시고 물가로 이끌어 목을 축이게 하시니,

이 몸에 생기가 넘치네.

그분의 이름은 목자, 인도하시는 길 언제나 바르고 곧은 길이네.

나 비록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곁에 주님 계시오니 두려울 것 없네.

막대기와 지팡이로 인도하시니 나 아무 것도 걱정할 것 없네.


저도 형님처럼 은퇴한 후에는 글을 써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습작을 남기고 있는 중입니다. 그 중 두 꼭지만 보내드려 봅니다.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두번째 수필집이 세상에 태어남을 저희가족과 같이 기뻐합니다. 오래 사시고, 지금은  


안녕히 계십시오.

 

울산에서 영미아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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