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갚아 개운한 이야기

2008. 7. 1. 05:20MISCE.

어제 저녁엔 빈아파트에서 홀로이지만 건배를 하며 기분이 좋았다. 지긋지긋한 은행빚을 갚아 버렸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축하하기도 뭐한 가족의 일인지라 혼자서 즐거워 하며 잔을 비웠다.

 

사연인 즉 이렇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8년전 2001년 4월, 돈이 필요하여 살던 아파트를 은행에 저당하여 담보를 설정하고 돈을 빌렸고 매달 20여만원의 이자를 8년 이상이나 물어 온 것이다.

 

그때 생각으로는 1-2년안에 갚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한달 벌어 한달 쓰는 생활에 여유라곤 생기지가 않고 돈들어갈 곳은 줄지가 않았다. 여의치가 않아 여태껏 이자납부만 지속돼 온 것이다. 그러다가 올초에야 겨우 숨을 쉬게 되어 원금 중 일부인 500만원을 지난 4월에야 변제할 수 있었는데 의외로 두달만에 나머지 돈도 완제할 수가 있었다.

 

사실은 큰딸 아이가 적금을 탔기에 그 돈을 빌려서 은행돈을 갚은 것이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딸에게서 문자가 왔다. 내 계좌에 적금 탄 돈을 송금했다고 한다. 점심도 못 먹고 직장에서 나와 솔로몬 무슨 은행까지 가서 만기가 몇일 지난 적금을 드디어 받은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쪼들리며 넣었던 적금이 만기가 되고, 거기다가 아들의 돈도 조금 보태고 처의 생활비도 보태서 겨우 은행 마감시간 전에 우리에겐 큰돈인 은행빚을 변제를 할 수 있었다. 

 

은행마감 시간을 지키기 위해 차를 몰고 은행으로 갔는데 은행이 있는 건물의 지하주차장은 만차이고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조금 떨어진 근처의 대단위 아파트단지에 차를 세우려는데 이미 세워놓은 차에 경고라는 크고 붉은 글씨가 쓰여진 종이를 풀로 붙여 놓은 것이 보인다. 얌체 주차족들을 응징하고 있나 보다. 불안하지만 은행마감시간을 지키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그냥 세우고 은행으로 뛰었다.

 

다행히 은행 문 닫기 약 10분 쯤 전이다. 번호표를 빼어서 기다리는데 다행히 곧 내 차례가 온다. 안경 쓴 여자 은행원은 한참 계산을 하고 내게 질문을 하고 싸인을 받고 하는 등 약 10여분을 부지런히 일한다. 돈을 갚았으니 담보가 풀려야 하는데 거기에 필요한 근저당 해제는 자기들이 해 주는데 4만5천원이 든다고 한다. 내가 직접 해 볼까도 생각했으나 의외로 부담이 큰 것 같지 않아서 그러라고 했다.

 

드디어 은행원이 다 됐다고 하며 대출금완제증과 근저당해제 납입영수증을 통장과 함께 내어준다. 드디어 지긋지긋한 빚에서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진이 빠져서인지 주차된 차로 가는 걸음은 빠르지가 않다. 그러나 마음만은 날아갈 듯 기쁘다. 다행히 차에 아무도 경고장을 붙이지 않았다.

 

그런데 은행에 돈을 갚으러 가기 전에 또 하나의 일을 했었다. 거래은행에 가서 큰딸을 위해 펀드에 가입한 것이다. 매달 은행이자만큼 들어가는 펀드에 가입하고 그 돈을 내가 내어주기로 한 것이다. 물론 다시 몫돈이 모이면 딸에게 줄 예정이다. 

 

가입자를 딸로 하지 못하고 내이름으로 했다. 그 애는 직장생활에 쫓기기에 개인일로 은행에 가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부담이 된다고 한다. 그애 이름 대신 내이름으로 했지만 펀드의 실질적 소유자는 딸이다. 이제 은행으로 갈 돈이 딸에게 가는 셈이니 빚은 아직 빚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가족에게 갚는 빚의 이자는 아무리 부담이 되더라도 아깝지가 않다. 자식이 잘되고 부유해 진다면 어느 어버이가 그 것을 마다할 것인가? 그애는 아직 결혼도 안하고 미래를 위해서 준비만 해 왔다. 직장을 두번이나 옮기면서 마음의 상처도 많았고 현재의 직장도 근무여건이 좋은 것은 아니나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아빠로서 실질적인 응원을 해 주고 싶지만 여의치가 않다. 이제 조금의 저축을 하게 되었으니 그것을 같이 기뻐해 줄 수 있을 뿐이다.(빚 갚은 내역을 애들에게 문자로 알려주었다.)

 

어쩌면 얘가 불쑥 결혼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 돈은 곧 토해내야 할것이다. 거기다가 더 붙여 주어야 하겠지만 우선은 그 녀석이 대견하고 점점 오르는 은행이자를 안내게 되어 기쁘다.(처음엔 16만원까지 내려갔던 이자가 무슨 연동에 의해 올해 들어서서는 26만원까지도 물었다.)

 

이러니 한 잔 안할 수 있나? 이렇게 울산의 초저녁 밤은 지나간다. 그런데 있는 돈 전부 다 은행에 내주었으니 이제 월급까지 남은 반 달을 어떻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