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705 사진없는 용문산 산행기

2008. 8. 5. 15:32명산산행기 Famous mountains

7월의 첫째 토요일인 7월5일 동료(고교동문)들과 용문산엘 다녀왔다. 미리 고지된 산행이지만 막상 가는 날 아침이면 이런저런 사정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오늘의 걱정은 비와 체력저하이다. 장마인지 아닌지 모르는 이도 저도 아닌 궂은 날씨가 되풀이 되니 그저 비만 안 오면 좋을 것인데, 1,157미터나 되는 그 높은 산을 오르려면 제법 힘이 들 것이 걱정된다. 무더위와 여러 가지 잡일에 시달리다 보니 기쁘게 동참해야 할 산행이 요즈음엔 의무감으로 닥아온다. 체력에도 약간은 자신이 없어져서인가 보다. 그래도 옛날 여름 농촌에서 두레를 조직하여 힘든 일을 나누어 하듯이, 동료들에 둘러싸여 같이 격려하며 오르다 보면 어느 결에 산꼭대기에 오를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반가이 동료들에 합류한다. 오늘산행은 11인이 같이 한다. 고교동문이 8인, 그들 중의 부인이 2인, 초청된 동료 1인이다. 청량리역에서 용문역까지는 1시간 10분이나 걸리는 느린 무궁화열차를 이용한다.


몇 친구는 오랜만에 해보는 기차여행이라며 즐거워한다. 오늘 여행이 낭만이 있던 6, 70년대의 기차여행과 흡사하다는 이야길 나누며 우린 즐겁게 용문역에 도착했다(09:15). 여기서는 다시 시내버스 종점에 가서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를 타면서 보니까 이곳 용문의 거리풍경은 흡사 70년대 그대로인 듯하다. 자그마한 건물들과 조금은 무질서한 장마당의 모습에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의 입성도 서울과는 차이가 나는 약간은 촌스러운 모습이다. 이곳이 서울과 많이 다르리라는 생각을 가져보지 않아서인지 내 눈에 비치는 여러 정황들이 사뭇 낯설어 보인다.


20분쯤 지나 버스는 우리를 용문사입구에 내려놓는다. 잘 정비된 넓은 길 양쪽으로 음식점이 즐비하다. 매표소에서 1인당 1,800원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표를 끊었다. 입구를 들어가니 넓은 공원이 펼쳐지고 공연시설도 갖추어진 곳을 지나자 용문산용문사라고 편액을 써 붙인 일주문의 고색창연한 모습이 나타난다. 자연 속에서 처음 나타나는 한식건물이다. 그 뒤로는 절까지 완만한 경사의 고즈넉한 길이 우리를 인도한다.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길옆으로 맑은 물이 바위 사이로 흘러내려 보는 눈을 시원하게 한다.


용문사 절의 주요 전각들은 높은 기단위에 세워져 있어 돌층계를 올라가야 관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유명한 은행나무는 기단 아래에서 우리를 맞아 준다(10:10). 마의태자가 심었다고도 하고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자랐다고도 하는 이 은행나무야말로 오래 전부터 용문사 내지는 용문산의 명물인 것이다. 누구나 은행나무를 관람하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몇 마디 나무에 대해 언급하고 갈 길을 가니 이 나무야말로 중요한 이정표이자 용문산 구경을 보증해 주는 증표이다. 구한말(1907) 왜구보다도 못한 일본군이 의병의 근거지를 없애기 위해 절집을 불태우는 것도 나무가 보았을 것이고 약 40년전 스무살 앳된 나이의 청년이 이곳을 지나가서 산으로 올라가는 모습도 보았으리라. 그 청년이 지금의 나라는 사실을 나무는 알고 있을런지? 내가 자진해서 고백할 필요까지는 없으리라.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세월은 또 흘러가리라.


다행히도 비는 내리지 않는다. 대웅전 앞 샘에서 물을 보충하고 기단 아래에서 한참을 쉰 후 우리는 산속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계곡으로 해서 정상으로 갔다가 내려오는 보통 코스 대신 옆으로 휘돌아서 상원사를 구경하고 장군봉으로 해서 정상으로 갔다가 오는 길에 마당바위를 들러 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따르기로 했다. 따라서 보통 때보다 시간이 조금은 더 걸릴 것으로 생각되지만 오후 6시 20분에 용문역을 떠나는 기차에 늦지는 않으리라고 산행대장이 이야기 한다. 즉 산행시간이 오전 10시경 시작해서 오후 5시 전에 끝나 7시간 이내가 된다는 이야기이다.(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계산은 매우 어긋나서 2시간 가까이 늦게 되었다.)


龍門이라는 지명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登龍門이라는 말이 내게 떠오른다. 산에 가는 사람들이 산악인으로 변신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등용문같은 산이 아닐런지? 1,157m나 되는 높이에 험한 바윗길이 많은 제법 산행하기 힘든 산이 용문산이다. 바위와 계류와 나무들이 어우러진 경치가 좋아 작은 금강산이라고도 할 만한 경치 속에는 험준한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어 매우 조심해야 한다. 내가 잘 아는 선배 한 분도 이곳 바윗길을 가다가 미끄러져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다행히 치료가 잘 되어 완치되었다고 한다.)


내가 용문산을 처음 오른 것이 벌써 약 40년 전인데, 그때는 용문산을 오르면서도 산악인의 반열에 등용되었다는 자각은 전혀 하지 못하였다.(지금도 내가 산악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산을 좋아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러나 오늘의 등용문에 대한 생각은 오늘 나와 같이 산을 오르는 동료들에 대한 나의 기대이다. 그들이 산을 좋아하고 많이 다녔지만 오늘에야 그들이 처음 이곳에 오게 되었고, 산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용문산 산행을 계기로 전과 후가 매우 달라지는 희열을 맛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용문산=등용문 이론을 등장시켜 본 것이다.       


북서쪽으로 계곡을 따라 정상으로 직행하지 않고 서쪽으로 에둘러서 가는 길은 의외로 멀다. 우선은 절골고개에 올라 잠시 숨을 진정하였다. 그리고 능선을 내려와 다시 다음 능선을 지나는데 마음이 급해서인지 상원사는 보이지 않는데 이정표마저 나타나지 않는다. 다시금 몇 번을 의심해가며 진행하니 나무들이 없는 공터에 제법 큰 절이 나타난다(11:45). 찾고 있던 상원사이다. 대웅전 건물과 탑이 아주 새 것으로 조성되어 있다. 또한 차가 이곳까지 들어올 수 있게 되어 있어 사람들의 출입도 많은 절 같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일행 중 한 사람이 이곳 대웅전에 연등을 달고 그의 이름을 적어 놓은 것을 알게 되었다. 산속을 헤매다가 절을 발견했기에 그는 상원사가 전에 차를 타고 와서 시주했던 절이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초장부터 우회길에 들어서인지 가는 길이 힘이들다. 12시 쯤되어 일찌감치 밥을 먹고 가기로 하여 상원사에서 조금 올라간 숲속 공터에서 즐겁게 식사를 했다. 즐거운 식사가 끝난 뒤의 산행은 어쩌면 고난의 연속이다. 간헐적으로 뿌려대는 비와 비에 젖은 진창길 때문이다. 다 같이 속도를 못 내고 누구는 먼저 가고 누구는 뒤쳐지길 반복한다. 어렵사리 장군봉이라 새겨진  표석이 있는 곳에 도착하여 앞길을 가늠해 보나 남은 길이 요원해 보인다.


힘들게 전진하고 있는데 정상이 가까웠다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데 다른 팀의 등산객들이 정상이 어디냐고 묻는다. 그들도 구름 속에서 정상을 못 찾고 있었다. 그중에는 광주에서 온 여러 명도 있었다. 지도를 같이 보며 얼마 안 남았으리라고 서로 격려를 하며 오른다. 아닌게 아니라 그곳에서 정상은 그리 먼 곳은 아니었다. 다만 마지막 가파른 언덕길이 진흙밭이어서 옆에 설치된 밧줄을 잡고도 힘을 써서 올라가야 했다. 그러다 보니 신발은 물론 옷에도 진흙이 튀어서 달라 붙는다. 힘들게 진흙길을 거의 다 올라가니 철조망을 뚫고 난 길이어서 힘을 쓰느라 길옆의 철조망을 잡았더니 손에 가볍게 피가 난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그러나 일단 철조망을 통과하고 나니 거기서부터 정상까지는 계단이 잘 나있다. 예전엔 군부대가 있어 가지 못하던 정상인데 올해부터 정상을 개방하고 있었다. 아주 잘 된 일이다. 군부대가 철수한 것은 아니지만 산 정상을 등산객들에게 양보한 것 같다. 용문산에 올 때마다 정상에 올라가고 싶었는데 오늘에야 그 꿈을 달성할 수 있었다.


오후 4시 10분 드디어 1,157m 높이의 정상에 섰다. 용문사 절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상원사 쪽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올라 오는데 6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그런데 정상을 처음으로 밟을 수 있어서 기뻤으나 정상에서의 경치는 시계 제로이다. 오늘따라 개스가 꽉 차고 부슬비가 내려서 주변 경치는 전혀 볼 수가 없다. 다시 한번 오를 때에는 보여 주겠거니 하고 경치 조망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기차시간도 있고 하여 이제는 계곡으로 해서 내려가야 한다. 돌이 많아 조심해야 하는 길이기에 시간을 제법 잡아야 한다. 내리막길을 내려 오는데 옛날에는 없던 철계단이 여기거기 설치되어 있어 내려오기가 조금은 편해 졌다. 그렇다고 험한 지형에 모두 계단을 설치할 수 없으니 어려운 길은 어려운 길대로 남아있다. 마당바위에 가면 족욕도 하며 쉬기로 하고 계속 내려가는데 길이 험해서 속도가 잘 나지 않고 대열이 흩으러 진다.


오후 5시 40분 쯤 마당바위에 도착하였다. 모두들 시원한 냇물로 얼굴과 손발을 식히며 즐거워 한다. 2-30분 물놀이를 즐기다가 일어섰다. 이제 슬슬 어두워지려고 한다. 길은 약간은 덜 험하나 아직도 갈길이 멀다. 일행보다 조금 먼저 출발하여 절 앞의 공원에 도착하니 오늘 헤어졌던 일행 4인이 기다리고 있다(19:03). 걸음이 서로 안맞아 길이 엊갈렸는데 세사람은 정상 등정까지 마쳤고 한사람은 다리가 시원치 않아 중도에서 하산한 것이다. 


나머지 일행이 다 내려온 후 용문역으로 가는 막버스가 떠나기까지는 시간이 충분하여 절앞의 음식점에서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밤 8시 버스를 타고 용문역에 도착하니 기차시간이 또 여유가 있다. 술 좋아하는 동료가 슈퍼에서 술을 사와서 다시 몇 모금씩 마셨다. 청량리행 기차를 타니 오늘의 긴 산행이 끝나간다는 실감이 든다.


1,000m가 넘는 용문산 산행이 조금은 힘들었지만 무사히 마쳐서 기쁘다. 높은 산을 오르는 일은 역시 시간과 땀을 필요로 한다. 이 산이 나의 산악세계로의 등용문같은 생각이 자꾸 듦은 웬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