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5. 16:42ㆍ명산산행기 Famous mountains
용문역은 한가하고 조용한 시골역이다. 역건물은 거의 좌우대칭으로 단순 소박하지만 단정한 모습으로 옛날에 지어져 과거로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단순한 외양에서 이곳사람들의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모습을 느끼게 하는 것도 같다. 이 역은 중앙선에 있는 역인데 중앙선은 중앙이라는 훌륭한 이름과는 달리 별 볼일없는 기차길이어서 외길로 기차가 느리게 다니고 있어 청량리에서 여기까지 1시간 10분이나 걸린다.
이곳 용문 사람들의 생활도 기차를 닮아 느릴 것 같은 감이 들었는데, 길을 가며 보니까 가방이 아닌 헝겊 보따리에 무언가를 싸서 들고 다니는 사람도 보이고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가 매우 큰 것으로 보아 서울과는 라이프스타일이 꽤 다를 것으로 짐작해 알 수 있었다.
용문산산행은 산악인에게 있어 하나의 통과의례이자 등용문으로 여길만 하다. 산세가 험하여 산행이 제법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경치만은 매우 아름다워 등산의 어려움을 보상해 준다. 옛부터 경치가 좋아서 경기의 금강산이라고도 불리웠다니 용문산 산행은 남는 장사가 아닐 수 없다. 일주문이 바로 등용문으로 보이지 않는가?
용문산의 명물이자 랜드마크인 은행나무는 절 앞에 있는데 천연기념물 제30호로 키가 41m나 된다. 주소는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신정리 산 626-1이다.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는 도중에 이곳에 심었다는 설도 있고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살아서 큰나무로 자랐다는 설도 있으니 확실하지는 않은 것 같다.
오랜 세월 전란속에서도 불타지 않고 살아남았던 나무라 하여 천왕목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웠으며 조선 세종 때에는 정3품 이상인 당상직첩을 내리기도 하였다고 한다. 구한말 정미년(1907) 의병이 일어났을 때 일본군이 절을 불태웠으나 나무는 타지 않았다.
또한 어떤 사람이 나무를 베려고 톱을 대는 순간 피가 쏟아지고 하늘에서는 천둥이 쳤다고도 한다.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에는 소리내어 알렸으며 조선 고종이 세상을 떠났을 때 큰 가지 하나가 떨어졌다고 한다.
어떤 산이든지 그곳에 유명한 장소나 기념물이 있으면 그 산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데 용문산의 경우 이 은행나무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용문사는 신라 신덕왕 2년(913) 대경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하며 일설에는 경순왕(927-935 재위)이 친히 행차하여 창사하였다고도 한다.
고려 우왕4년(1378) 지천대사가 개풍 경천사의 대장경을 옮겨 봉안하였고 조선 태조 4년(1395) 조안화상이 중창하였다. 세종29년(1447) 수양대군이 모후 소헌왕후 심씨를 위하여 보전을 다시 지었고 세조3년(1457) 왕명으로 중수하였다. 성종 11년(1480) 처안스님이 중수한 뒤 고종 30년(1893) 봉성대사가 중창하였으나 순종 원년(1907) 의병의 근거지로 사용되자 일본군들이 불태웠다.
1909년 취운스님이 큰방을 중건한 뒤 1938년 태욱스님이 대웅전, 어실각, 노전, 칠성각, 기념각, 요사 등을 중건하였으며, 1982년 선걸스님이 주지로 취임하여 대웅전, 삼성각, 범종각, 지장전, 관음전, 요사, 일주문 등을 새로 중건하고 불사리탑, 미륵불을 조성하였다.
경내에는 권근이 지은 보물 제531호 정지국사 부도 및 비와 천연기념물 제30호 은행나무가 있다.
산수국은 여름이면 높은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이다. 가운데 작은 꽃들을 가장자리의 큰 꽃잎들이 둥그레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조화와 균형에다 통일감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꽃이다. 내게는 그 모습이 어머니의 한복 저고리앞에 꽂혀 있던 브로치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산행하면서도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용문산에는 용문사 말고도 또 하나의 절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그걸 몰랐다. 아마 지은지 얼마 안 된 새절인 것 같다. 대웅전은 물론 탑도 석축도 주변의 전부가 새 것이다. 상원사라는 이름은 오대산에도 있는데 이름만은 새 것이 아니다.(백운봉 쪽에 사나사라는 절도 있기는 하다.)
장마 속에 야생화는 많지 않다. 아니면 산행이 힘들어 눈에 잘 띄지 않는지도 모른다. 잘 생긴 큰까치수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조금은 귀찮지만 카메라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어디 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그것도 어려운 등반 끝에 오른 높은 봉우리의 꼭대기라면... 군부대에서 내주지 않던 용문산 정상이 올해부터 개방되었다. 해발 1,157m라는 높은 정상에 선 나의 동료들은 행운아들이다. 그들 모두 등산의 등용문은 통과한 것 같다.
하산길에서 훔쳐 본 경치가 일품이다. 날은 흐렸지만 나무와 구름과 산봉우리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경치가 이곳이 선계(仙界)임을 말해 준다.
정상에서 계곡을 타고 용문사 절로 내려갈 때 마당바위는 중간 이정표가 된다. 이곳엔 맑은 물이 흐르고 적당한 바람이 불어 또 하나의 선계인 듯 했다. 바위 위쪽이 평평해서 마당바위라는 명칭이 적당하게 보인다. 그러나 막상 그 마당위로는 올라 볼 생각을 안한 것이 내려와서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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