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7. 09:27ㆍ명산산행기 Famous mountains
2008년 9월 15일.
추석 다음날이다. 야심찬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경동 동문들과 시작했던 한북정맥의 광덕고개-백운산-국망봉-개이빨산-도성고개 구간을 혼자서 종주하기 위해서이다. 지난 겨울에 동료들이 이 구간을 갈 때 나는 백두대간을 갔었기에 빠졌던 것이다. 송편을 점심으로 넣고 수통에 물을 채운 다음 배낭을 멘다. 아침 5시 50분 집을 나서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했다. 6시 50분 사창리행 차를 탄다. 산행 들머리인 광덕고개까지 가기 위해서다.
버스가 빨리 달린 탓으로 8시 10분이 안되어 광덕고개에 도착하여 하차했다. 8시 11분 옛날 매표소를 지나 산행을 시작했다. 여기서의 산행은 두 번이나 했던지라 그리 낯설지가 않다. 사람이 없는 숲속길을 혼자서 호젓이 걸어갔다. 백운산까지는 3.2km 라고 이정표가 가리킨다.
오전 9시 14분 별 어려움 없이 해발 903.1m의 백운산에 도착했다. 봉우리가 솟아있지 않아 전망을 하기엔 어렵다. 큰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흥룡사 표시가 있는 이정표가 나온다. 정맥길이겠거니 하고 가는데 길의 고도가 급격히 떨어져 길을 잘 못 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나침반을 꺼내어 방향을 보니 서쪽으로 가고 있다. 남쪽으로 가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워낙 길이 잘 되어 있고 두 번이나 온 길이라 지도도 없이 왔다. 머릿속에 저장한 지식만으로 충분히 산행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약간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돌아서서 백운산 정상으로 다시 돌아간다. 간단한 알바지만 약 30분을 까먹었다.
정상에 와서 다시 길을 살펴보니 남쪽으로 난 길이 있어 그길로 들어서 걸어갔다. 여기서는 가까운 목표로는 도마치봉이고 먼 목표는 국망봉이다. 그런데 한참 가다보니 봉우리가 하나 나오는데 119표시 간판에 삼각봉이라고 적혀 있었다. 시각은 9시 56분이었다.
길은 산을 완만하게 내려갔다가 다시 다음 봉우리로 솟구친다. 삼각봉에서 약 20분을 가니 해발 937m의 도마치봉에 도달한다.(오전 10시 17분) 도마치봉엔 정상석은 없고 도마치봉이라는 명칭이 나무말뚝 위에 쓰여 있었다. 정상 중앙에는 삼각형 4개의 멋진 무늬로 된 헬기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발길을 떼놓아 다음 봉우리를 향했다. 30분이 채 안되어 높이 883m의 도마봉에 도착했다. 시각은 10시 45분. 도마치봉과 형제간인데 어느 곳이 더 중요한 장소인지 모르겠으나 이곳에는 까만 돌로 된 정상석이 서있고 헬기장도 널찍하게 설치되어 있다.
도마봉을 내려와 국망봉을 향하는데 길이 변하고 있다. 여태까지 나무가 우거진 숲속길인데 반해 여기서부터는 능선을 따라 널따란 길이 나있는데 시계청소를 위해 나무를 베어낸 듯 했다. 나무와 풀이 제거되어 먼 곳까지 훤히 보이는 넓은 길은 처음에는 걷기에 좋았겠지만 이제는 허리까지 키가 오는 잡풀이 우거져서 걷기에 힘이 드는 길이 되고 말았다. 빨리 걸을라 치면 풀섶이 들여다 보이지 않아 뱀이라도 나올까 두려웠지만 일일이 발밑을 살피며 가기엔 길이 너무 먼지라 발밑은 대충 살피며 풀을 가르고 계속 전진했다. 발길을 잡는 우거진 풀 말고 한 가지 더 고역은 땡볕이다. 나무가 머리위를 가려주지 못하니 뜨거운 햇볕이 상반신을 달구는 듯하다. 스카프로 머리를 덮고 그 위에 모자를 쓰니 햇볕은 좀 가려지나 열기는 그대로이다.
길은 굽이굽이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는데 국망봉은 멀기만 하다. 도마봉에서 두 시간 이상 가야만 국망봉에 도착할 것이다. 풀과 햇볕과 싸우며 계속 전진하는데 가끔 풀이 나지 않은 길도 나와 걸음을 편하게 해주기도 한다.
13시 5분, 가파른 마지막 언덕을 오르니 해발 1,168.1m의 국망봉이다. 오늘의 최고봉에 오르니 먼 곳의 경치가 좀더 가슴에 호소하는 듯하다. 높은 곳으로만 오르려는 산쟁이들의 꿈은 이렇듯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오르는 순간에 어느 정도 충족되는 것이리라. 거기다가 사방이 트여있어 경치까지 제공하니 더 바랄 것이 없다.
이제 도성고개가 다음 목표인데 중간에 개이빨산(견치봉)이 있다. 1.3km 전방의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뗀다. 13시 45분 견치봉 1,102m라고 쓰여진 팻말에 도착했다. 지명이 조금 특이하여 생각을 굴려 본다. 이 산이 멀리서 보면 개의 이빨같이 보였기에 이런 이름을 붙였을 것인데 犬齒라는 이름보다는 개이빨이라는 지명이 먼저였을 것 같다. 개이빨을 누군가 한자말로 바꾸어 견치로 한 것 같은데 발음은 약간 순화되었으나 뜻은 두루뭉수리가 된 것 같다. 원래의 우리말을 한자말로 바꾸어 놓은 경우가 여기뿐일까 만은 뜻이 분명했던 우리말을 한자로 고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성고개 가기 전에 도달할 다음 목표는 개이빨산에서 1.7km 떨어진 해발 1,008.5m의 민둥산이다. 14시 31분 , 민둥산에 도착하여 걸음을 빨리 하는데 여기서부터 다시 피하고 싶은 나무없는 풀이 난 길이 나온다. 오후의 뜨거운 햇볕속에서 풀을 헤쳐가려니 꽤 힘이 든다. 그러나 꼭 가야할 길이기에 약간의 그늘이라도 있는 곳이면 그곳을 따라 풀을 헤쳐가며 전진했다.
15시 27분, 두어번의 오르내림 끝에 드디어 도성고개에 도착했다. 아침 8시 11분 광덕고개를 떠난지 7시간 16분이 걸린 셈이다. 백운봉에서 약 30분간 알바를 안했다면 7시간이 채 안걸렸을 것이다. 이제 이곳 도성고개에서 우측으로 돌아 한북정맥에서 탈출하는 길로 접어든다. 길은 제법 가팔라서 흙에서도 발이 미끄러지려 한다. 가볍게 한번 넘어졌는데 제법 조심해야 할 정도로 경사가 있다. 특히 길이 얼어붙은 겨울철엔 더욱 조심해야할 곳이다.
도성고개에 도착하여 수통에 남은 마지막 물까지 마셔버렸기에 계곡에 도착하면 물을 마실 수 있다는 기대가 된다. 한참을 내려가니 드디어 시내가 시작되고 물이 비친다. 조심스럽게 손으로 떠서 몇 모금 마신다. 아주 달다. 갈증을 참다가 시원한 물을 만나는 것처럼 확실한 해결책은 없을 것이다.
조금 더 내려가니 물은 이제 큰소리를 내며 길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저 아래 있을 계곡속으로 흘러서 빠르게 내려간다. 조금 더 가면 그 물줄기를 볼 수 있으리라. 드디어 길과 시내가 만나는 점에 도착했다. 길이 물을 건너는 곳이다. 배낭을 벗어 던지고 시원한 물을 머리와 얼굴에 끼얹는다. 그리곤 수통을 꺼내어 물을 가득 채운 뒤 몇 모금을 마셨다. 조금 전 상류에서 목을 축였기에 큰 갈증은 해소되었지만 여기서 나머지 갈증을 다 해소하였다.
이제 길은 이미 거의 평평하게 변하였다. 콧노래를 부르며 산책할 그런 부드러운 길이다. 곧 지난 번 보았던 현대식 건물이 있는 곳에 도착하였는데 마당에 매어 놓은 개가 요란하게 짖어댄다. 개를 보고 개이빨산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차도 다니는 넓은 길이다. 조금 내려가니 절과 음식점이 있고 곧 군부대가 나온다. 군부대의 담을 따라 길을 내려가니 정문이 나오고 거기서 한참을 가니 16시 30분경, 구 국도와 만나는 버스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약 8시간 20분의 산행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버스를 타고 일동에 도착,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추석 다음날인지라 동서울행은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의정부행 버스에 올랐다.
(후기) 뜨거운 날씨에 산행내내 끊임없이 나는 생각은 시원한 물이었다. 산행의 화두가 목마르지 않는 샘이었는데 이것은 그분께서 이미 여러 번 말씀하신 바다.
나는 마르지 않는 샘이니 누구나 와서 마셔라. 저자거리의 샘물은 마시더라도 곧 다시 목마를 터이나 내가 주는 이 샘물은 한번 마시면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 하리라.
목마르지 않는 샘을 이 넘은 이미 찾았던가? 아니면 산을 넘나들며 계속 찾아 볼 것인가?
(사진은 다른 꼭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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