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이 산보다 높다면?

2008. 8. 13. 19:51MISCE.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자주 말해지는 서양 속담이다. 펜이 칼보다 힘이 있다는 말인데, 모름지기 사람들은 '글로 기록된 역사의 힘'을 두려워야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칼이 무력이라면 펜은 문화가 아닐런지? 산악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우린 산행을 기록하는 펜의 힘을 인정해야 한다.


 ‘쉐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라고 영국인들이 말했다지만 그것은 인도에 대한 모욕이라기 보다는 쉐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주는 문화적 카타르시스 없이는 세상살이가 재미없이 팍팍할 거라는 이야기로 보인다. 영국신사들은 스포츠를 필수로 알아야 하고 더 나아가 고전의 이해와 같은 인문적 가치를 습득해야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만큼 지성인의 최고층인 신사라면  교양인 대한 동경과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문화의 습득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산악인이라면 역시 산악활동이라는 스포츠와 더불어 산악문화의 근간인 글쓰기[기록]에 힘써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스포츠맨을 넘어서서 교양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다.    


산악인들은 기록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까 생각해 본다. 산악활동에서도 역시 기록이 산행보다 중요할 수도 있다고 감히 말해 본다. 산행은 문화로 기록되어 한 차원 더 높게 거듭나야 한다. 개인이 행한 산행은 그에게 한 번의 카타르시스를 주지만 그것이 문화로 승화되어 거듭나면 많은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카타르시스를 주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산악인들이 많지만 그들이 남긴 글이나 사진 또는 수상록들은 적은 편이라고 해야겠다. 그나마 산악계 원로이신 손경석선생께서 한국산악사를 정리하고 산에 대한 이야기를 써왔고 최근에는 김영도 선생도 과거의 회상록을 발표하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의 산악문화는 매우 빈약하다고 감히 평해 본다.


우리 블로거들 모두 산악활동을 왕성히 할 뿐 아니라  많은 글과 사진들을 남겨 주길 기대해 본다. 최고의 지성을 갖춘 블로거들에게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닐런지? 블로그가 갖는 의의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손경석선생은 우리의 산행에 있어 기록문화를 증진하기 위해 한국산서회를 조직하였다고 한다. 산악문화의 중요성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말해 준 분인 것 같다. 한국산서회는 내게도 관심이 가는 그룹임에 틀림없다. 언감생심 곁에 가보지도 못했지만....

 

에머슨은 말했다. 문화는 야심에서 나온다고. 우리 산객들은 어떤 야심을 가져야 할까? 상상력으로 기획하고[계획] 열정으로 실행하고[산행] 문화를 만들어야[기록]하지 않을까?

 

다행히 내 곁에도 ‘에베레스트와도 바꾸지 않을 산악문필가’가 한 분 계시다. 내 친구 '시인마뇽'이다. 그는 현재에도 왕성히 산엘 가고 산행기를 쓰고 있다. 그의 야심은 한국의 산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걸 이루기 위해 백두대간, 9정맥을 밟고 지맥과 기맥을 훑고 산이 만들어 놓은 물길을 탐험하는 중이다. 물론 기록도 계속해 가는 중이다.

 

그에게 있어 산행이 50이면 글쓰기도 50이다. 그래서 100을 완성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람들 몇몇만으론 안 된다. 더 많은 산악인들이 동참하고 노력해서 백가쟁명 내지는 백화난만한 산악문화를 열어가야 한다. 산악문화의 잔치가 블로그에서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그래서 속담을 악간 변형해 보았다.


The PEN is HIGHER than the MOUNT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