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8. 20:25ㆍMISCE.
<隨筆>
물항아리와 아침
高三 李XX
작은 사실들이 모여서 긴 人生이 되고 적은 돈이 모여서 큰 돈이 됨을 우리는 믿어 의심ㅎ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작은 사물에서도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찾으려 들고 하나의 사색을 끌어내려 한다. 그래서 그 사람의 모든 인간성과 사상이 그러한 판단에 참여하는 것을 우리는 느끼고 경험하곤 한다.
작은 사실조차 우리는 임의로 무시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 ○ ○
나는 아침마다 세수를 하러 뜰 옆에 놓인 물항아리로 간다. 그 항아리는 검으틔틔한 색갈이면서도 높은 온도에서 구운 탓으로 약간 반짝이는 윤기마저 간직하여 그런대로 손색이 없다. 또한 배만 불러 오른 것이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 그대로 옆으로 퍼져 있다.
그런대로 수수한 모양은 남의 눈을 그렇게 끄는 것은 아니고 또한 거슬릴 정도도 아니다. 저녁때마다 식구들이 물을 채우고 아침마다 나는 그 물로 세수를 한다. 이같이 매일같은 生活의 反復中 나는 그 항아리 전을 붙들고 몸을 굽혀 항아리 속을 들여다 보는 습관이 생겼다. 서둘러서 집을 나서야 할 경우를 빼놓고는 나는 내 키 반보다 조금 큰 항아리를(항아리 속을) 몸을 굽힌 채 들여다 본다.
아침의 고요와 전일(前日) 낮에서 저녁까지의 들뜬 감정이 교차되는 순간이다.
의식의 시간처럼 엄숙한 기분마저 깃들이며 나는 조용히 내 像ㅡ 내 얼굴을 본다. 고요히 잠긴 물에 비친 내 얼굴, 그것은 分明 나르시수스였다. 그 순간 映像은 나를 사로잡는다. 그러나 그것도 일순, 다시 내 자신에 대한 혐오는 나를 하나의 非人間的인 人間으로 비치기조차 한다.
그러나 다시 自愛心이 솟고 다시 自己嫌惡가 솟는다. 나의 映像, 그 속에 깃든 미를 발견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지만 비인간적 차가움을 발견한다는 것은 가슴이 섬찍한 일이다
그러나 自愛와 혐오의 두 감정이 서로 얽혀 드는 중 그들 반대되는 감정은 내 자신에 대한 원칙적인 긍정 ㅡ 자신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선으로 굳어지고 마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인간의 本性 속에 숨겨진 利己心의 발로라고 봐야겠다. 자기로서 自己에 對한 절대적인 객관은 存在ㅎ지 않는지도 모른다. 물위에 비친 얼굴, 그 얼굴에는 어제의 들떴던 흥분했던 소심했던 모든 일들이 차례로 비쳐 가고 다시 후회의 감정과 반성과 희망이 교차하는 것이다.
원으로 이루어진 水面 위에 내 얼굴이 중심을 차지한 하나의 작은 構圖, 그것은 나로 하여금 나라는 인간에 대한 연민의 정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며 또한 나라는 人間이 마음속에 그려가고 있는 꿈을 비추어 준다.
그 꿈은 즉 이상은 나로 하여금 하나의 구체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요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 마음 속 어디인가에는 하나의 추상성을 사랑하는 낭만적인 감정의 흐름이 있음에 틀림없다.
抽象性의 構象化, 그것은 하나의 꿈의 소모(消耗)라고나 할까? 구체적으로 구획된 꿈이 나의 마음을 위안하는 건 사실이지만 추상화로 남아 있던 자리가 비어 있는 것 같은 설움이 앞서는 것은 어쩔까?
항아리의 둥근 수면 위에만 설정된 평면의 구도, 그것을 들여다 보고 누가 平面이라 하겠는가? 엄연한 입체로 하늘이 들어 앉고 구름의 움직임마저 내비치는 것이다. 또한 거기에 내가 아끼는 나의 빈약한 상이 비친 입체의 구도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고요라는 것은 권태를 불러 일으킬 때도 있다. 그런 때는 나는 하나의 행동의 귀결로서 항아리의 수면을 가만히 흔들어 본다. 거기에 부서지는 하나의 소우주, 그것은 침잠의 세계에서의 침착을 잃고 일그러지고 짜부라져 무질서를 초래한다. 그러나 혼란이 아직도 둥그런 원으로 경계지어져 있고 흔들리는 사이마다 原狀態로 돌아가는 내 얼굴의 상으로 질서를 얻은 때문인지 나는 새로운 움직임의 세계에 매력을 느낄 수조차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으로 하나의 사색이 導出되는 어떤 순간 나는 갑자기 현실로 돌아 와선 박아지에다 물을 떠서 세숫대야에 붓곤 아무 일도 없은 듯이 북북 얼굴을 문지른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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