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4. 18:09ㆍMISCE.
[양해를 구하며 알려 드립니다. 이 글은 경동24기 홈페이지 '여행이야기'란에 올린 것을 그대로 퍼 온 것입니다. 물론 원작자는 저입니다. 판타지 수필이라 하였으니 생각이 멋대로 춤추었다는 야그입니다. 하나 더 퍼올 예정입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경동 24기 가을 포항-경주여행에 반쪽만 참여하였지만 동문들의 환대로 구경 잘 하고 울산으로 왔습니다. 경주에 가면 여러 가지 옛이야기들이 생각나고 그 이야기들은 다시 우리의 머릿속에서 와일드한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게 됩니다. 에밀레종이라든지, 무영탑이야기, 제망매가 등의 이야기를 접하면 제 스스로의 상황에 대입도 해보며 상상을 즐기곤 합니다. 그중 만파식적이란 마술피리 내지는 요술피리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래서 울산의 잠못 이루는 밤이 지난 새벽, 오늘은 만파식적 이야기를 해 봅니다.
(인터넷 가라사대)
만파식적은 신라시대 전설상의 피리입니다. 원명은 만만파파식적(萬萬波波息笛)이라고 불리웠답니다. 신라의 제31대 신문왕(神文王)이 아버지 문무왕(文武王)을 위해 감초 근처에 감은사(感恩寺)를 지은 후에 해룡이 된 문무왕과 천신(天神)이 된 김유신(金庾信)으로부터 대나무를 얻어 만든 피리라고 합니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실린 설화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682년(신문왕 2) 5월 초에 해관(海官)이 와서 동해 가운데에 떠 있는 작은 산이 감은사를 향해 물결을 따라 왕래한다 하여 임금이 곧 이견대(利見臺)에서 동해를 바라보고 산을 살펴보니, 그 모양이 거북의 머리와 같고 산 위에 대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낮에는 둘로 갈라졌다가 밤이면 하나로 합쳐졌습니다. 이에 배를 타고 들어가서 그 대나무를 베어서 피리를 만들었는데, 이 피리를 불면 적군이 물러가고 병이 나으며, 가뭄이 들면 비가 오고, 장마 때는 비가 개며, 바람이 불 때는 그치고 물결이 평온해졌습니다. 그리하여 이 이름을 만파식적이라 하여 역대 임금들이 보배로 삼았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이너넷입니다.)
만가지 파도를 잠재우는 피리라니요? 칼이나 창도 아니고 글도 아니고 법이나 매도 아닌 음악으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신라사람들의 예지가 빛나 보이지 않습니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대저 음악이라는 것이 우리들 마음에 평안을 주고 더 나아가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는 장치라는 걸 납득할 때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세상에 평화를 주는 피리 이름을 간단히 만파식적으로 하면 될 것을 만만파파식적이라고 겹쳐 부르는 데에서 신라 사람들의 비교급 또는 최상급의 용어가 글짜를 겹치는 방법이라는 걸 엿볼 수 있습니다. 천주교 미사에선 같은 구절을 세 번 외치면 최상급이 된다고 합니다. 미사 중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라고 세 번 외치는 이유가 ‘최고로 거룩하시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후대에 오면 글짜 앞에 큰 대자를 붙여 ‘대한민국’, ‘대경동’, ‘김포대교’ 이런 식으로 이름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한편, 우리 경동24기가 풍파없이 순항하는 데에는 누군가 만파식적을 가지고 늘상 불어대기 때문이 아닌가 상상해 봅니다. 여기서 생각난 것이 동음회이기도 하고 퉁소를 잘 부는 정모군이기도 하고 뒤늦게 피리를 배운 윤모군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평화의 도구가 피리라고 했지만 현대식으로 생각하면 음악이라면 모두 만파식적으로 봐 줄 수 있을 것 깉습니다. 온갖 관악기를 부는 동기들이나 노래로 파도를 가라앉히는 기술을 가진 동기들은 여기에 굴비달기 신고하십시오. 제가 이름을 다 모르니까요. 24기의 평화에 당신들의 공헌이 아주 큽니다.
신라때의 강조법을 써서 친구들 이름을 불러 볼까요? 우선 동음회를 이끌어 가는 ‘장’군의 이름을 한자씩 겹쳐서 강조해 봤습니다.
(장) 동동 호호 -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웃는다고요?
홈페이지를 지키는 다른 ‘장’군의 이름입니다.
낙낙 중중 - 낙락장송 같은 스님인가요?
세치혀로 우리를 즐겁게하는 또 다른 ‘장’군이 있습니다.
용용 진진 - 용용죽겠지? 진진한 얘기 또 있다고요?
여행에 참석 못했지만 저멀리 북쪽 전원에서 기타를 들고 노래하며 만파식적을 행하던 ‘김’군을 빼 놓을 수 없네요.
(김) 준준 식식 - 준식군이 동기들만 여행 즐긴다고 씩씩거리나요?
여행후 좋은 기행문을 써서 우리 마음의 눈을 뜨게 만든 동기.
(우) 명명 길길 - 명이 길긴 길다고요?
받침이 없는 이름은 이럴 때 불리한 것 같습니다. 그날 4호차 조장이던 님.
(이) 기기 후후 - 무슨 기계를 먼지 털려고 후후하고 분다고요?
그날(9월 15일) 아침에 새벽술로 얼굴이 홍조가 된 동호군에게 물었습니다.
‘만파식적은 가져왔수? 아니면 이따 점심때 인환이가 가져오나?’
‘아냐, 아예 안 가져왔어. 인환인 고래고길 가져올 거야.’
‘왜? 우리 평화를 위해선 그게 꼭 필요한데.’
‘응, 왜냐면, 만파식적만 믿고 행동거지를 막 하다간 정말 걷잡을 수 없어지지. 그리고 만파식적은 우리들 마음이 합쳐지면 필요 없을 거거든.’
(허, 그렇게 깊은 뜻이...)
아름다운 상상은 사실과 어울려 한바탕 춤을 춥니다.
울산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새우다시피하다 새벽에 일어나 생각에 잠기던 이넘, 엉뚱한 마음을 먹습니다. 만파식적의 재료가 대나무였고, 그 대나무가 저의 주변에 깔려 있음을 눈치챘던 거지요.
‘우리 이사장님 좋아해서 본관 뒤에 그득 심어놓은 대나무나 하나 베러 갈까? 스위스 칼 어디 있더라? 이제부터 세상 평화는 내가 맡는다.’
남쪽의 어느 대학교 교정, 시꺼먼 본관 뒷편 숲. 일진광풍에 진저리치는 것처럼 대숲이 흔들리네요. 그리고선 한줄기 가을바람 속에 동기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네요.
'새로 하나 만들게? 아서라. 그러다 너 짤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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