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3 평화누리길_6코스➁+7코스➀

2021. 11. 5. 18:19평화누리길

  수요일, 다시 5인의 평화애호가가 평화의 길을 걷기 위해 모여서 길을 나섰다. 9시반에 2호선 합정역에서 만나 파주출판도시로 가는 2200번 버스를 탔는데 2층버스이다. 지난번에도 한번 이용했었는데 다시 타게 되었는데 2층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는 게 즐겁다. 10시 10분경 지난번(10월 6일)에 5코스를 끝내고 6코스를 하다가 멈추었던 파주 출판도시의 "이채사거리"에 도착하여 6코스의 남은 부분을 걷기 시작했다.(오늘 걸어야 할 6코스의 남은 부분이 10km 정도로 짧아서 6코스를 끝내고 7코스를 10km 가량 더 걷기로 하였다.)

 

  교보문고 건물도 보이는 출판도시를 빠져나와 버드나무도 보고 조경지대를 보면서 자유로 큰길의 왼쪽을 걸었다. 날씨는 선선하고 햇빛이 비추어 걷기에 좋은 날이다. 큰길 아래로 걸으니 찻소리가 안 들려 조용해서 좋다. 눈앞으론 평화로운 정경이 펼쳐진다.

 

  1시간 가량 지나 자유로와 헤어져 마을길로 들어선다. 숲으로 덮힌 동네인데 제법 맵씨를 낸 주택들이 여기저기 서있다. 그중 2층집 앞에 세워놓은 돌에 두 분의 부처인지 보살인지 양각 조각이 세워져 있다. 집 주변의 분위기가 토속 내지는 무속의 분위기이다. 평소 잘 만나지 못 하는 분위기라서 새로웠다.

 

  마을길에서 조금 더 큰 길로 올라서니 “우연히, 설렘 COFFEE & DESSERT"라고 간판을 단 커피집이 나온다. 재미있는 이름이지만 시골에 과연 어울리는 이름인지 의문이 간다. 너무 도회지 청춘남녀를 의식한 명명이 아닐지? 일행을 의식하지 않고 두 사람이 짝이 되어 무심코 걷다보니 공릉천을 건널 찰나인데 뒤에 오는 분에게서 전화가 온다. 한 분이 스틱을 부처상 앞에 두고 와서 돌아갔으니 기다려 달라고 한다. 꽃밭을 가꾸어 놓은 집앞에서 두 사람이 후미 3인을 한참을 기다리는데 꽃밭에 커다란 다알리아 꽃이 눈길을 끌었다. 5인이 다시 뭉쳤다. 

 

  공룡천을 건너기 위해 길은 ㄷ자로 굽어지는데 공릉천을 건너는 다리 밑에는 수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다리를 건너자 길 우측으로 넓은 들이 보이고 멀리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는데 짓다만 것 같은 고층 건물들이 여러 개 보여서 보기에 별로 좋지가 않았다.

 

  12시가 넘어 식사할 장소를 찾는데 곧 검단사라는 절이 나오니 그 근처에서 찾기로 했다. 마침 검단사 입구에서 사각 정자를 찾았는데 그 밑에는 평상이 있어서 그 위에 올라가서 접이의자를 펴고 앉아서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는 컵라면, 떡, 고구마 등이다. 사과 등 과일과 바나나 우유와 커피가 나왔다. 오늘 술은 없다.

 

  검단사로 올라가 잠시 절을 감상했다. 이곳에 며칠 전 작고한 노태우 대통령의 유골을 이곳에 잠시 모셔 놓았다고 하는데 화려한 절은 아니고 평범한 절이었다. 절앞에 흙을 쌓아 놓고 무슨 공사를 계획하는 것 같았는데 정리가 덜 된 모습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절에서 내려와 걷는 길은 산길이다. 여기부터 통일동산까지는 찻길은 없고 걷기 좋은 보행로가 직선으로 뻗어 가다가 숲속으로 들어가서 구부러졌다가 통일동산에 이른다. 강변길에서 산길로 옮아온 셈이다. 직선길을 가다가 우측으로 올려다 보니 산위에 크고 긴 기와 건물이 나타났는데 편액에 "고려통일대전"이라고 써 있었다. 울타리는 닫혀 있고 아직 미완성이라 개방하지 않은 건물 같았다. 

 

  통일동산은 내가 잘 모르던 곳(공원묘지로 오해)이었는데 통일의 준비를 위해 조성된 공원과 시설이라고 한다. 통일동산이 1989년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 발의되어 건설되었기에 노대통령 묘소를 이곳에 쓰고 싶다고 하였다는데 일부 반대도 있다고 한다.

 

  통일동산에는 평화를 염원하는 비둘기가 새겨진 흰색의 조형물이 공원 중앙에 있었는데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중국단풍나무들이 심어진 공원의 중앙 길을 걸어서 성동사거리로 향했다. 넓은 길이 교차하는 성동사거리가 6코스의 종점이자 7코스의 시작점이다. 경기도내 평화누리길은 12코스로 되어 있는데 여기까지 6개 코스를 끝냈으니 경기도 지역의 평화누리길의 반을 끝낸 셈이다.(14:42) 평화누리길 7코스 헤이리길이라고 쓰인 목제 아치를 지나 7코스에 진입하였다.

 

  성동사거리의 약간 동쪽에서 큰길(360번 국도)과 평행으로 북서쪽으로 뻗은 길을 지나가는데 언덕을 넘어가는 길 주변에 큰 음식점들이 여럿 보인다. 아마 서울이나 일산 사람들을 노린 음식점들로 보이나 요즈음 코로나로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근처에는 동화경모공원이라는 공원묘지와 헤이리 마을도 있어 손님을 끄는데 도움을 줄 것도 같다. 언덕을 올라가서 걷다보니 "프로방스마을"이라는 표지가 나오는데 남프랑스 풍으로 건물과 조경을 꾸미고 음식과 소품들을 파는 관광지라고 하는데 살펴 볼 시간이 없어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길은 다시 자유로의 우측을 따라가고 있다. 길 양쪽에 그어 놓은 파란선이 자전거길 임을 나타내 준다. 평화누리 보행길과 평화누리 자전거길이 공존하는 곳인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런 곳이 제법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만유천을 건너는 다리를 건너자 길은 자유로와 헤어져 우측으로 꺾어졌다가 다시 좌측으로 꺾여 오금1리를 지나가는데 굽어진 향나무를 돌 축대로 보강해 놓은 것을 보았다.

 

  이제 모두들 조금 지쳐 걸음이 느려지는데 목표지점인 낙하리까지 가보기로 한다. 동네를 지나더니 길은 다시 자유로 옆을 지나가는데 제법 큰 자동차 이용객을 위한 휴게소가 나왔는데 매우 긴 2층건물이 인상적이었다. 탑 모양 건축물 위에 “문지리 535 카페”라는 글씨가 크게 쓰여 있었는데 이게 이 휴게소의 명칭인 듯하다. 근처에는 돛을 하늘을 향해 올린 배 모양의 건축물도 나무로 뒤덮인 오른쪽 언덕 위쪽으로 보였다.

 

  자유로를 따라 조금 더 가다가 길은 90도 우측으로 꺾여 파주탄현 국가산업단지 쪽을 향했다. 작은 언덕을 넘어가는데 아스팔트길이 풀이 나고 낙엽이 깔린 길로 갑자기 변하여 예측과 달라졌는데 길은 다시 아스팔트로 변하고 산업단지(공단)의 가운데를 지나간다. 공장들이 늘어선 길로 한참을 내려가 좌측으로 경로가 급격히 꺾이는 삼거리에 도착하였는데 평화누리길을 표시하는 팻말이 서있고 그곳이 금승리라고 표시되어 있었는데, 7코스의 종착지인 반구정은 급격하게 꺾어서 좌로 가게 되어 있었다.

 

  원래 목표한 낙하리는 여기서 조금 더 가야 하지만 버스 승차를 위해 이곳에서 7코스를 접기로 하고 나머지는 2주후에 재개하기로 하였다.(17:20) 반구정과는 반대로 큰길 쪽으로 내쳐 걸어 버스정류장까지 와 보니 양평해장국집이 있어 저녁식사를 먼저 하고 버스를 타기로 하여 그리로 들어갔다. 김선배께서 식사를 내겠다고 하신다. 다음엔 나도 일조해야할 것이다. 선지해장국에 맥주와 소주를 시켰다. 해장국의 간이 짜다. 조용히 물을 조금 타서 먹었다.

 

  25번 버스시간이 6시 50분이라 거기 맞추어 5분전에 음식점을 나와 버스를 타고 월롱역으로 왔다. 월롱역에서 전철을 환승하여 집으로 오니 밤 9시가 채 안 되었다. 평화를 위해 4만보 이상 걸었던 긴 하루였다.

 

- 후기 -

 

  실컷 걸어서 22km 가량 걸었더니 보행 카운터는 4만보 이상을 걸었다고 알려준다. 몸을 극한으로 혹사시켜 평화를 이룬다는 인도나 네팔의 고행자들도 있지만 우리는 그 논리를 믿는 자들은 아님에도, 오늘처럼 힘들게 먼 길을 걷고 나면 작은 평화나마 지킨 듯한 뿌듯함에 물들게 된다.

 

  예상외로 먼 길을 한껏 걸었다. 걸어가는 길에 따라 풍경은 만화경처럼 변하였다. 참다운 평화는 다채로운 상황들의 조화로운 공존이라면 이번 길의 풍경이 바로 그러한 평화였다. 순서대로 풍경을 읊어 본다.

 

1. 파주 출판도시의 은행나무와 활엽수로 단장된 넓은 길과 색다른 건물들.

2. 버드나무로 장식된 작은 동산.

3. 남북이 통일이라도 된 듯 씽씽 북쪽으로 달려가는 차들을 품은 넓고 빠른 직선의 자유로.

4. 별장촌 같은 마을에 자리잡은 돌부처.

5. 명칭이 “우연히, 설렘”이라는 븕은 벽돌집 카페, 시골에서도 도시형 인간을 선호한다.(도시인이 돈이 있으니까)

6. 남북한의 비평화를 상기시키는 공릉천 주변의 철조망.

7. 산과 들이 만나는 곳에 아파트들로 도시가 되어가는데 내버려둔 미완성의 고층 건물들이 경치를 어둡게 한다.

8. 노태우씨의 유골을 잠시 안치했다는 검단사 절의 한가한 모습.

(통일동산에 묻히고 싶다하지만 파주사람들 반대의견이 많다고)

9. 검단사와 통일동산까지의 호젓한 산길엔 낙엽송도 많다.

10. 걷도는 통일동산의 한 가운데엔 하얀 탑이 있고 평화의 상징 비둘기가 새겨져 있다.

11. 성동사거리의 부산한 모습과 부근의 먹거리•카페촌의 풍경.

프로방스가 있으니 유럽까지 안 가도 된다고?

12. 오금1리에선 굽어진 향나무를 보았다.

13. 자유로에도 휴게소가 있었다. 이름하여 문지리 535. 기다란 2층 건물이 이채롭다.

14. 자유로를 넘어서 보이는 민통선 안에 펼쳐진 논들과 볏집 뭉치들. 넓고 풍요로운 들판에 자유로이 들어갈 수 없음에 아직도 평화가 우리에게 오지 않았음을 알린다.

15. 길은 자유로와 갈라져서 동산을 넘더니 뜬금없이 국가산업단지 공단으로 들어간다. 우리나라에 웬 공장과 창고가 이리도 많나? 제조업이 번창하고 생활이 풍성해야, 백성이 배불러야 평화가 온다고? 우린 충분히 배부른 것 아니었나?

 

  이렇게 다채로운 풍경을 소화하며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 이 복잡함을 화해시키고 조화롭게 하는 것이 평화라면 너무도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힘들여 걸으면서 펼쳐지는 풍경들에서 언뜻 언뜻 평화를 엿 본 것 같아서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