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08 평해길 5회차를 독립군이 되어 걷다

2022. 4. 10. 11:39포토DOCUMENTARY

   혼자 평해길(양평역 ~ 용문역)을 걸었다. 강변의 버드나무가 한껏 보기좋은 날이었다. 4월 4일 동료들이 같은 길을 걸었는데 나는 사정상 참가하지 못하고 따로 날을 잡아 홀로 가게 되었다.

 

   09:50경 양평역에 도착하였다. 양평역을 나와 한참 장이 서고 있는 물맑은 시장(3일, 8일이 장날)을 지나 강변으로 나왔다. 갈산공원 가기 전에 충혼탑 등 호국시설물들을 잠시 보고 간다. 갈산공원에 작은 언덕이 하나 있었는데 일제강점기에 신사가 있던 자리라고 하니 명당자리인 듯하다.

 

   이런저런 꽃이 피어 한창이다. 강둑에 난 길 아래 고수부지에는 버드나무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연두색 잎이 올라오며 매우 말쑥한 자태로 한번 감상해 볼 만한 장관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가능한 많은 장면들을 카메라에 넣어 보았다. 남한강의 큰 줄기를 따라가던 길은 흑천(거무내)을 현덕교로 건넌 다음 좌로 틀어 작은 하천인 흑천을 따라간다. 합류지점에 양평통합정수장이 있다. 큰 강을 배경으로 펼쳐지던 풍경은 작은 하천을 배경으로 아기자기하게 변한다. 이곳의 벚나무들은 아직 만개하지 않았다. 아쉬운 점이다.

 

   “흑천“이라 적힌 간판이 나오고 좌로는 백운봉이 나타나더니 우측으론 추읍산이 나타난다. 추읍산은 여강길에서 인상적으로 보이던 산이다. 진달래와 산수유가 노랗게 피어 한창이다. 흑천에도 버드나무가 많이 서있다.

 

   양평해장국거리에 도착했다.(11:50) 오늘 식사를 준비하지 않고 이곳에서 먹기로 했기에 “양평신내서울해장국”에 들어가서 해장국을 주문했다. 소문과는 달리 대단하지는 않고 값(12,000원)도 비싼 듯하다. 선지를 넣고 천엽을 잔뜩 넣은 게 특징이었다.

 

   길은 흑천을 따라 계속된다. 호텔 하나를 우측에 두고 추읍산을 마주 보며 천변으로 계속 가다보니 원덕1리 마을이 나오고 원덕역앞에 도착했다.(12:51) 역을 떠나 길은 천변으로 나가서 하천을 따라 계속되는데 추읍산의 바로 옆을 지나간다. 추읍산으로 안내하는 팻말을 보고 입구를 보니 전에 왔던 기억이 났다. 두어번 올랐던 산이다.

 

   솟대가 늘어서 있는 다리를 건너 길은 하천의 우측으로 이어졌다. 사유지를 우회하느라 길이 좁아지기도 했다. 하천이 우측으로 크게 휘어지는 곳을 지나니 용문역이 있는 용문역 다문리의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시 다리를 건너 하천의 좌측으로 건너왔다. 멋진 버드나무가 있는 아래에서 잠시 쉬었다. 용문역 앞의 제법 넓은 구역을 정리하고 일부 땅에 아파트 공사를 하고 있어 평해길이 조금 우회하여 역으로 연결되는 듯하였다.

 

   14:45, 용문역에 도착해서 마침 그 때 들어오는 열차에 탑승하여 서울로 향했다. GPS상 18.32km를 약 5시간에 걸쳐서 홀로 걸은 외로운 여정의 하루였다.

 

- 후기 -

 

   1. 양평의 버드나무가 볼 만하였다.

   남한강의 동측 강변으로 난 평해길은 자전거길과 보도가 겸해 있다. 이 강변길을 걸으며 강 쪽의 고수부지를 바라다보면 수많은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을 좋아하는 버드나무가 다른 나무들보다 우선해서 자라고 있는데 이들의 모습이 보기가 좋다. 특히 새 봄을 만나 나무에 물이 올라 연두색 빛이 비칠 때인 지금의 경치가 가장 나은 듯하다. 버드나무 중 일부는 능수버들 종류여서 아래로 멋지게 늘어진 모습이 정취가 있고, 나머지는 늘어지지 않는 보통의 버드나무이다.

 

   버드나무는 그 종류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렵고 수십 종류가 있다고 하는데, 내가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능수버들(수양버들)과 보통 버드나무를 모양으로 구분해 볼 뿐이다. 버드나무를 표시하는 한자에는 楊과 柳가 있는데 어느 글자가 능수버들을 지칭하는지 모르겠다. 다만, 화류계(花柳界)라는 말의 류가 柳인 점으로 보아 “柳”가 능수버들을 뜻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왜냐하면, 능수버들의 하늘하늘 흔들리는 모습이 날씬한 여인의 자태와 닮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가 애호하는 버드나무가 성경에도 있다.

   "바빌론 강가에서 우리는 울었도다"라는 1978년 보니 엠(Boney M)이 리메이크한 디스코풍 팝송 노래가 있다. 성경의 시편 137장을 인용한 노래로 그때 제법 유행을 했었고 지금 듣기에도 괜찮다. 노래말엔 안 나오지만 성경 원문에는 배경으로 바빌론 강가의 버드나무가 나온다. 

 

   시편 137장 1절, 우리가 바빌론의 여러 강변 거기 앉아서 시온을 기억하며 울었도다.

   시편 137장 2절, 그 중의 버드나무에 우리가 우리의 수금을 걸었나니.

 

   이스라엘 사람들이 포로로 잡혀가며 바빌론 강가에서 노래를 부르기를 강요당할 때 차마 노래가 나오지 않아서 수금을 버드나무 가지에 걸어놓고 노래부르기를 거부하였다는 고사이다. 버드나무가 배경인 것이 이채로워 영어 성경을 찾아보니 이 때의 버드나무를 포플러(Poplar)라고 표기해 놓았다. 버드나무 종류가 하도 많다하니 그런가 할 수 밖에.....  

 

   만약 내가 언젠가 양평에 살 수 있다면 4월에는 카메라를 들고 한강변에 나와 버드나무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찍고 있으리라. 버드나무, 그 자태, 그 모습이 너무나 멋이 있다!

 

   2. 흑천과 추읍산

   평해길은 남쪽으로 흐르는 남한강을 떠나서 동쪽으로 향하는 흑천으로 옮아온다. 목적지인 평해가 동쪽에 있기 때문이다. 흑천은 한자어로 우리 이름으로는 거무내인데 물속의 돌이 검다거나 물 색깔이 검어서 생긴 이름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물빛에 약간 검은 그림자가 비치는 것 같기도 하였다. 그러나 주변의 나무와 꽃의 연두색과 노랑색, 붉은 색과 흰색에 휩싸이니 다시 보는 풍경에 검은 색은 힘을 잃는다.

 

   한강의 지류인 흑천은 수량이 한강의 백분의 일도 안 되게 적은데 용문산과 추읍산 주변의 물을 받아서 흘려내려 보내고 있다. 큰강을 배경으로 한 경치가 작은 하천을 배경으로 바꾸니 경치가 자디잘아지는데 아기자기한 경치라고 좋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

 

   흑천을 따라가는 길에서 추읍산은 기다랗고 높게 압도적인 몸짓으로 닥아 오므로 그 산에 대한 관심을 내릴 수는 없다. 이 산이 작년 여주의 여강길을 걸을 때는 멀리서 가끔 나타났는데 그때의 모습은 좀 더 동그랗게 보여서 모양이 보기에 괜찮았었다. 길을 가다 보면 추읍산 밑의 강변 절벽 밑에서 보트를 타고 놀 수 있는 곳이 있어서 흑천이 작은 개천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우리 가계의 파종가에서 매년 종원들을 위해 내고 있는 책자의 이름이 “추읍산”이라서 친근한 이름이다.

 

   예전에 이 산을 두 번 올랐던 기억이 있다. 사진 아카이브를 뒤져보니 2014년 4월 6일과 2019년 2월 2일인데 두 번 다 고교 동기들과 같이 왔었다. 정상주변이 길고 평평했던 기억이 난다. 이 산의 이름을 칠읍산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 산에 오르면 주변 경기의 7개 읍이 보인다는데에서 그 이름이 왔다고 한다. 벌판에 솟아있는 산이어서 멀리까지 볼 수 있는 것 같다. 아는 지인이 이곳 주변에 살고 있어서 한번 전원주택을 방문하고 하룻밤 묵은 적도 있었는데 어딘지 감이 잘 안 잡힌다. 주변 마을에서 산수유축제도 열린다고 하는데 가보지는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