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6 청계산 중턱에서 눈을 보다

2024. 1. 7. 19:13포토DOCUMENTARY

   청계산  고교 동기산악회의 정기산행일이다. 30여명이 모여 성황이다. 9:30, 청계산입구역에서 모였다. 다 같이 역을 나와 버스를 타고 옛골로 가서 미리 와 있는 친구들과 합쳐서 걷기 시작했다. 어렵지 않은 길이다. 며칠 전 내린 눈이 초장에는 녹아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는데 중턱을 지나니 산의 바닥에 남아 있어 상서로운 느낌을 준다. 대신 길은 얼음으로 덮여 미끄럽다. 아이젠을 꺼내서 신발에 부착했다.

   친구(최중기)와 유럽의 알프스에서 시작하여 한국에 소개된 근대등산을 한국적 시각에서 어떻게 역사로 해석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다 보니 이수봉 정상에 도착해 버렸다. 민중의 산행역사를 도외시한 영웅들의 등정역사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는지? 누가 제일 먼저 제일 높은 산에 올라갔는가? 어느 나라가 제일 먼저 높은 봉우리들을 정복했는가? 하는 따위의 제국주의적 발상이 오늘날 같은 포스트모던 시대에 의미가 있겠는가? 알피니즘으로 포장된 거봉(巨峰, 巨壁)을 오른 기록의 역사는 민중의 등산역사와는 거리가 먼 담론이다.

   해주시장직을 가진 친구(이욱환)가 고급소주와 백주를 내놓고 작은 잔에 따라주는데, 알루미늄 잔도 30개 이상 가져와 선물로 선사했다. 술을 즐긴 덕분에 내려오는 길은 더 미끄러운 기분이었다. 옛골로 다시 내려와 “옛골 토성”이란 음식점에서 삼겹살 바베큐로 연회를 가졌다. 은혜롭게 비추는 햇빛 아래 신선놀음을 한 하루였다. 산행 가기 전에 느낀 감회를 시로 남긴다.

 

새해 벽두 청계산을 오른다

 

갑진년 새해 초입
파란하늘
은혜로운 햇살
초로들의 산행을 축복해 주네

오늘은 청계산
단체 산행 274번째란다
질긴 인연 튼튼한 다리
거침없이 오른다

조선의 참한 선비
정여창선생
맑은 시내 찾아서
청계산에서 심신 닦으며
우유자적했더니

525년전인
1498년 무오사화 때
스승인 김종직
부관참시 소식
피눈물 흘리며
혈읍재 넘더니
이수봉에 빌어
목숨을 두 번 부지했다네

청계산, 사람을 살리는 산
부축하여 올라가서
삼각산의 후예들**
우리 기상을 확인하자

최고의 지성과
최성숙한 감성을 향해 매진하는
70 중반 친구들

조선의 선비정신 되새기며
산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인생은 길어 완성할 수 있으니

(후렴)
실버 친구들아 걸어야 산다
걸으려면 먹어야 한다
우리 허기를 채워주는 리더
산 아래 술 익은 마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이름이 옛골 토성이라네

**삼각산의 후예들 : 고교 교가가 "삼각산 높은 봉은..." 하고 삼각산으로 시작한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