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5. 09:08ㆍ포토DOCUMENTARY
토요일이자 산요일이다. 이번 주말엔 단체산행에 가지 않고 혼자 걸어보기로 한다. 전 날 산친구들(독립군)을 만나 술을 한 잔 마신 탓에 조금 늦게 움직였다. 우선 TV미사를 보고 나니 10시 가까이 되었다. 서둘러서 전철을 타고 청계산입구역으로 갔다. 10시반이 조금 지났다.
산을 가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에 휩싸여 매봉을 향한 언덕길을 올라갔다. 계단이 많다. 4번이나 쉬면서 정자에 도착했다. 정자에서 다시 한 번 쉬었다. 그러고 나서 정자에서 다시 2-3백 계단을 가파르게 올라갔다.
조금 가니 돌문이 나와 돌문을 시계방향으로 세 바퀴 돈 다음 길을 가서 매바위에 도착했다. 매바위에 올라가서 정상석과 주변 경치를 카메라에 담았다. 해발 582.5m의 매봉도 지척이다. 매봉 정상석 앞에는 사진을 찍으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사람들을 물리치지 못하고 정상석 사진을 조금 떨어져서 찍고 혈읍재 쪽으로 움직였다.
혈읍재 가는 길은 올라가는 높이가 높지 않아서 힘이 덜 드는 편이다. 산객 한 사람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보니 혈읍재를 지나 조망이 터지는 망경대 아래 개활지까지 왔다. 툭 터진 곳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경치와 건너 산줄기의 이수봉을 바라보는 경치가 좋다.
망경대 옆으로 넓은 포장로를 따라가다가 숲을 내려가면 넓은 공지가 나온다. 거기서 다시 숲길을 오르락내리락 가다가 마지막 낮게 솟은 봉우리를 오르면 이수봉(510m)이다. 사람들이 주변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고 한 쪽에선 막걸리를 팔고 있다. 벤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간이의자를 꺼내서 자리를 잡은 다음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이번 홀로산행에 술은 없다. 산벗들과 왔다면 벌써 여러 잔을 마셨을 시간이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는데 내리막 뿐이어서 힘이 거의 안 들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진다. 내려가는 길이라 힘은 안 들지만 홀로 가려니 조금은 지겨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드디어 옛골로 꺾어 드는 길이 나오고 숲길이 끝나며 한길이 나온다. 멀리 정토사가 뒤의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나타난다.
버스정류장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청계산입구역으로 온 다음 신분당선과 3호선을 이용하여 집으로 왔다. 홀로 산행하여 뒤풀이도 없으니 일찍 집에 도착하였다. 이번처럼 혼자 가는 산행은 외롭긴 하지만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해주므로 내가 자주 추구해야할 산행이 아닌가 싶다.
- 후기 -
오랜만에 홀로 걸어보는 길이다. 청계산을 홀로 간 기억은 작년 성남누비길 6번코스를 간 후 처음이다. 그 동안 동문 산벗들과 어울려 하는 단체산행이 매우 즐거웠기에 홀로 산행의 기회가 적었다. 홀로 산길을 걸어보니 평소에 생각하지 못 했던 주제에 푹 빠져 나름대로 천착해 볼 수 있는 것이 좋았다. 결국 과거가 소환되고 과거의 여러 결정에 대한 나름의 평가가 주로 이어지게 된다.
그때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받아들여야 할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우선이나 회한이 다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생각에 잠겨 걷는 동안 내 영혼은 얼마만큼 맑아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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