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0. 14:13ㆍ포토DOCUMENTARY
제법 추운 날이다. 예보로는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9도라고 한다. 토요일은 산요일이니 동문들과 산행에 나섰다. 모두 9인이다. 날씨가 춥다는 예보에 산행을 짧게 하기로 하고 도봉산의 민초샘까지만 가기로 했다. 아침 10시 망월사역 집결이다. 8인이 모였는데 회장님이 늦으셔서 택시로 오는 중이라고 한다. 10시 10분경 산입구를 향해 큰길을 따라갔다. 가다가 편의점을 만나 후배가 안주를 산다고 하여 잠시 지체하였다.
아스팔트길의 경사가 심해지더니 신축 건물 2동을 지나서 왼쪽 등산로 입구의 좁은 길로 들어선다. 바람이 약해서 그리 춥지는 않다. 다행이다. 통나무 여러 개를 수직으로 세운 뒤 나이가 적을수록 점점 좁아지는 수직 틈을 만들어 놓은 곳에서 틈을 통과해 보았다. 다행히 나도 50대까지의 좁은 틈은 지나갈 수 있었다. 회장님은 30대 틈도 통과된다. 글쎄, 어떤 기준을 가지고 틈을 만든 것인지 황당하다. 남보다 조금 비대한 70대의 내가 50대만 가능한 틈을 통과하는데서 의미가 없어졌다고 생각해 보았다.
곧 엄홍길이 살던 집터를 지났다. 다음은 두꺼비 바위 앞이다. 절벽 앞에서 각자 포즈를 취하고 독사진을 기념으로 한 장씩 찍었다. 좌측 길 위로 눈에 뜨이지 않는 장소에 암자가 한 채 숨어 있다. 곧 이어 정면에 “南無阿彌陀佛”이라고 새겨진 바위가 나오고 “安國”이라 새긴 바위, 다음에 “佛”이라 새긴 바위 아래로 약수가 흐르더니 다시 “南無阿彌陀佛”을 새긴 바위가 나타난다. 안국을 호국불교의 한 표현으로 본다면 여러 장치들에 불교의 색채가 짙다. 왼쪽 계곡에는 얕은 바위 절벽에 얼음이 잡혀 있다.
덕제샘 조금 못 가서 쉼터가 있는데 햇빛이 가득 쏟아지고 있다. 쉬면서 한 잔하고 가기로 했다. 강XX 친구가 가져온 죽엽청주를 꺼냈다. 아까 편의점에서 구입한 닭강정과 순대로 안주를 해서 작은 잔으로 두어잔 씩 달착지근하지만 40도로 독한 죽엽청주를 마셨다. 나머지 술은 민초샘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며 마시기로 하고 출발했다.
덕제샘에서 잠시 쉬었는데 샘물은 음용에 부적합이라고 쓰여 있다. 겨울철인지라 괜찮겠지 하고 한 모금 마셨다. 요즈음 서울 근교 산에서 약수를 만나면 음용에 적합한 물을 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德濟라는 샘 이름에서도 불교의 그림자가 보인다. 덕으로 세상을 구제하라는 말씀 아닌가? 그러고 보니 망월사로 통하는 이 길에는 암자부터 덕제샘까지 차례로 불교적인 말과 장치들을 나열하여 미리 마음에 불법을 닦을 준비를 하게 하는 게 아닐는지?
망월사 오르는 길에서 보는 불교적 장치의 흐름
1. 숨어 있는 암자
2. 南無阿彌陀佛, 바위에 음각
3, 安國, 바위에 음각(서산대사의 호국불교를 연상하게 함)
4, 샘 위에 佛자 음각
5. 南無阿彌陀佛, 바위에 음각
6. 德濟, 샘의 명칭
7. 望月寺, 여행의 완성 ; 깨달음
덕제 샘 조금 위 삼거리에서 길이 갈라진다. 직진하면 망월사이고 좌로 가면 민초샘이다. 우리는 좌측 길로 접어들어 올라갔다. 비탈이 제법 가팔라진다. 계단도 나타났다. 계속 치고 올라가야 한다. 회장께서 힘들어 하시며 늦게 올라온다. 민초샘에 먼저 도착하여 샘물을 마시고 식사할 자리를 잡고 후미 일행을 기다렸다. 민초샘은 오늘 산행에서 최고지점이다.
모두 도착한 후 능선 조금 아래 평평한 공터에 자리를 폈다. 컵라면, 떡, 김밥, 돼지고기 두루치기, 김치찌개, 김치, 오징어포, 사과, 강냉이 등이 나오고 술로는 연태고량주와 자가로 담은 천마주, 막걸리가 나와서 즐겁게 이야기하며 음식을 먹고 잔을 기울였다. 날이 추워서 막걸리가 잘 팔리지 않는다. 보통 때라면 산에서 아주 환영받는 술이다. 날이 춥고 술이 다 안 팔려 내가 가져간 와인은 배낭속에서 꺼내지도 못 했다. 식사와 음주를 하며 한참을 앉아 있었더니 추워서 몸이 떨린다. 일어나야 할 때이다.
식사를 마치고 하산을 시작했다. 다락능선 쪽으로 가다가 은석암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조금 내려간 능선에서 뒤를 보니 포대능선과 망월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주 훌륭한 전망처이다. 하늘에선 눈마저 약하게 내리기 시작한다. 나에겐 첫눈이다. 서둘러서 내려오니 광륜사를 지나고 탐방안내소인데 공단 직원들이 입산을 통제하고 있다. 눈이 온다는 예보 때문인데 눈은 아직 본격적으로 내리지는 않고 있었다.
지난번에 한번 들렀던 천만불이라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뒤풀이를 가졌다. 한 사람이 집안일로 먼저 가고, 산에 못 가고 결혼식에 갔던 한 사람이 합류하여 다시 9인이다. 소머리 수육을 시켜서 소맥 한잔을 마시고 소주로 이어갔다. 그런데 이제 어두워진 바깥의 눈경치가 우리를 유혹하고 있었다. 눈이 바닥을 덮어가고 하늘에선 춤을 추며 눈이 내리고 있다. 일단 밖으로 나가서 첫눈이 만든 풍경을 즐겼다.
다시 음식점으로 돌아와 회장님이 내는 따끈한 정종을 한잔씩 하고 나와서 도봉산역을 향해 걸어 갔다. 그런데 이XX 후배가 자기 동네에 왔으니 한잔을 더 하고 가라고 붙잡는다. 못 이기는 척하고 닭 안주에 생맥주를 한잔하고 전철에 올랐다. 졸리다. 두 정거장을 더 갔다가 돌아오며 집에 도착하니 거의 밤 11시이다. 이렇게 늦었나?하고 나도 놀랐다. 추운 날 도봉산으로의 하루 산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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