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5 남한산성에서 약주로 추위를 물리치다

2021. 12. 26. 17:53포토DOCUMENTARY

  요즘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동문들과 추위를 이기는 산행을 하기로 했다. 집을 나서니 춥긴 춥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다. 아침 10시, 약속시간에 지하 깊이가 환상적으로 깊은 산성역을 에스컬레이터를 두 번 타고 올라가니 낯익은 얼굴들이 반겨준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모인 인원이 13명이나 된다.

 

  오늘 산행은 날씨가 추우니 조금 짧게 잡아서 산성역부터 걸어서 남문을 거쳐 성안으로 들어간 다음 수어장대와 북문을 돌아서 종로 근처 음식점에서 마감하기로 한다.

 

  큰길을 건너 곧 산길로 들어서는데 하늘이 아주 맑아 햇빛이 비쳐주고 바람이 약해서 모진 추위를 느끼지 못하니 산행하기에 괜찮은 상황이다. 오랜만에 “위례신도시”가 보이는 전망대에 들르는데 저 아래 아파트 단지에서 불이 났는지 연기가 솟는 것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니 벤치들이 여럿 있는 쉼터이다. 우선 1차로 한 잔씩 하고 가기로 했다. 추위를 물리치기 위함이기도 하다. 일본주(정종)와 와인, 가양조한 “약도라지술”이 나오고 상응하는 안주가 나와 손을 불어가며 몇 잔씩 마셨다.

다시 산을 넘어 남문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고 성안으로 들어갔다. 포장도로를 통하여 수어장대로 올라가다가 숲속으로 들어가니 길옆에 쉼터가 아늑하다. 다시 2차 음주회가 열렸다. 1차 음주회에서 마시다 남은 술들과 새로이 꼬냑이 나왔다. 추위가 달아났다.

 

  쉼터에서 얼마 안 가서 수어장대이다.(13:13) 오늘 가는 길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다. 기념사진을 찍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담장 옆에 전에 와서도 미쳐 못 본 기다란 바위 하나가 있었는데 글짜가 지워져 있어 무얼 기록했었는지 잘 모르겠다.

 

  수어장대에서 내려오면 곧 서문이다. 서문에서 다시 아래로 내려가니 북문이 나오는데 허물고 다시 지으려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길을 따라 내려가서 남한산성 중심지인 종로에서 좌로 꺾어 조금 내려가니 오늘 뒤풀이 장소인 동문집이 나온다.(14:00) 4,3,3,3으로 네 개의 테이블에 흩어져 앉아서 닭백숙을 시킨 뒤 소주, 맥주, 막걸리를 시켜서 즐겁게 식사를 하고 술을 즐겼다.

 

  돌아가는 길은 종로에서 버스를 타고 산성역에 내려서 전철을 탔다. 다섯 사람은 귀가하고 8명은 한 잔 더 하고 가기 위해 가락시장역에서 내려 가락몰 회센터로 갔다. 참치회를 시켜서 소주를 마신 뒤 집으로 향했다. 약주 덕인지 추위에 굴하지 않고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하루를 잘 지냈다.

 

- 후기 -

 

  일기예보에서 아침 최저기온이 13도라고 겁을 주었으나 동문들의 산에 대한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날씨도 이러한 노력에 호응해 주어 맑은 하늘에 약한 바람만 불어 산행에 지장은 없었다. 또한 두 번의 노상 음주가 체온을 높여 준 듯하다.

 

  전망대에선 북쪽 위례신도시의 아파트 숲을 볼 수 있어 그 엄청난 규모를 알 수 있었다. 따라서 남한산성이 인구가 밀집한 도시와 아주 가까운 명승지임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의 음주회는 추위를 물리치는 약이었다. 자연 속에서 자연에 저항하며 손을 불어가며 마시는 한 잔의 술이 우정을 굳게 하고 안주의 맛을 더하게 하였다. 술과 안주를 마련해서 친구들에게 베푸는 따뜻한 마음이 산행의 다른 한 매력이다.

 

  이 길을 가다보면 남문 못 미쳐 망덕비에 도착하는데 이곳에서 꼭 쉬게 된다. 조선 후기 문신인 수어사 서명응, 부윤 홍익필과 이명중 세 사람이 백성을 사랑한 공적을 “잊지말자“고 바위에 새겨 놓은 것이다. 우리도 우릴 사랑한 분들을 잊지 말아야겠다. 부모님의 사랑을 첫 번 채로 해야 하지 않을까?

 

  험하지 않은 산들을 몇 개 넘어 남문에 도착하고 성안에선 산성을 지키며 명령을 내리던 최고의 장소인 수어장대에 인사하고 닭백숙집에서 뒤풀이를 하며 하루를 보냈다. 술기운에 들른 가락시장 회센터는 지나친 일탈이었던가? 다음 번 산행에 타산지석으로 삼을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