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2. 23:39ㆍ포토DOCUMENTARY
고교동문 산우들 6인이 삼성산으로 새해맞이 산행을 갔다. 전 날에 청계산으로 산행한 팀도 있어서 오늘은 인원이 반으로 줄었다. 영하 10도의 기온이 겁을 주기는 했지만 산행을 하다 보니 견딜만 했다. 하늘도 오늘따라 맑게 개였다. 만약 오늘 예전처럼 새벽에 일출을 보러갔으면 하늘이 개여서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4년 전인 2018년 1월 1일 여수 향일암으로 정월 초하루 일출을 보러 간 것이 마지막이다. 다시 못 갔다. 게으름인가?
아침 10시 서울대 정문 옆 관악산 입구(시계탑 광장)에서 걷기를 시작하였다. 우선 삼성산까지 가기로 하여 아파트촌을 지나서 숲으로 들어갔다. 비탈길을 올라가서 능선에 도달하니 길이 완만해져 산행이 편하다. 뒤에서 급한 용변을 해결하고 오는 분을 기다리면서 잠시 쉴 수 있었다. 숲 위로 해가 밝게 비추고 있다. 하늘의 좋은 기운이 산으로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다.
칼바위 능선으로 가는데 약간 험한 곳이 있었지만 바위길을 우회하기 때문에 이름이 주는 만큼 위험한 곳은 아니다. 대신 계단이 아주 많이 나타나 오르기에 숨이 찼다. 계단 중간과 계단이 끝나는 곳에 나타나는 두 곳의 전망처에서 기념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북쪽으로 서울 시내에 펼쳐진 아파트 군들과 키가 큰 빌딩들이 맑은 하늘아래 빛나고 있었다.
바위 옆으로 올라가는 길이 끝나고 완만하게 내려가는 숲길이 시작된다. 장군봉 근처이다. 근처의 소나무 숲 아래에서 아늑한 점심식사 장소를 찾았다. 오늘도 주요한 술을 맛보는 즐거움이 있다. 우선 와인으로 입가심을 하고 김선배께서 가져온 윈저 위스키를 두어 잔씩 마셨다. 그 다음은 정후배가 가져온 가양주인 “천마주”이다. 술이 충분하니 소주는 배낭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안주로는 닭개장, 계란말이, 사과, 양갱, 치즈, 복숭아 통조림, 김치등이 나오고 식사로는 밥과 컵라면, 샌드위치, 쌀국수가 나왔다. 즐겁게 나누어 먹고 나누어 마시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식사 후 장군봉 네거리를 지나서(실제로 장군봉을 확인하지는 못하였다.) 삼성산 정상을 향하였다. 길은 바위 위로 이어지는데 잠시 아래로 향하더니 위쪽으로 올라간다. 바위 위에 앉아서 엿을 파는 할머니가 있어서 김선배가 엿을 사주어 맛을 보았다.(이 할머니가 이곳에서 엿장수를 하고 있는지는 꽤 오래 되었다. 연세를 여쭈어 보니 90세라고 한다.)
삼막사 근처에서 정상으로 가는 아스팔트길을 만나서 그 길을 따라 올라갔다.(샛길도 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통신시설물이 자리잡고 있어 시설의 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으나 덱크로 만들어진 전망대는 개방되어 있는 것 같은데 난간으로 막아놓고 있었다. 힘들게 난간을 넘어 들어가서 멀리 관악산의 연주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정상에 서니 오늘의 과제는 끝난 듯했다. 경인교대까지 내려가서 안양행 버스를 타기로 한다. 왔던 길로 내려가다가 삼막사 앞까지 왔다. 거기서 잠시 숲길로 들어섰다가 다시 아스팔트 찻길로 나왔다. 조금 지루하지만 계속 걸어내려오니 화장실이 있는 주차장이 나온다. 거기서 다시 더 내려가니 경인대학교 정문이 나오고 그 앞에 버스가 서 있다.(15:52) 버스를 타고 비산사거리까지 와서 전에 갔던 고기집(2층)으로 올라갔다.
3,3으로 두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수입쇠고기와 맥주, 소주를 시켜서 제2의 주연을 가졌다. 이 정도의 음주로는 미진한 마음이 있어 버스를 타고 범계역으로 가서 한 잔을 더한 후에 범계역에서 집으로 가는 4호선 전철에 올랐다. 새해 첫날을 산과 술로 채운 셈이다.
- 후기 -
세 명의 성인을 뜻하는 삼성산이란 이름에는 세 가지 설이 있다.
1. 원효․의상․윤필 세 고승이 신라 문무왕 17년(677) 이곳에서 작은 암자(삼막사)를 짓고 수도하여 그때부터 이름이 유래한다는 설.
2. 불교에서 말하는 극락세계의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대세지보살을 삼성이라 부르는데 여기서 산명이 유래되었다는 설.
3. “여지도서”의 ‘무학․나옹․지공 세 큰 스님이 각각 절을 짓고 살았기에 유래한다는 설이다.
여기 더하여 카톨릭도 숟가락을 하나 슬쩍 얹는다. 기해박해(1839) 때 순교한 세 명의 불란서 신부(모방신부․앵베르주교․샤스탕신부)의 유해가 이곳에 묻혔다하여 이 산이 삼성산이 될 수 있다는 설이다.(유해는 후에 명동성당으로 옮겨졌다.)
이렇게 훌륭한 성인들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성스러운 산으로 새해 첫 산행을 했으니 산의 선택을 잘 한 셈이다. 넘어지기 쉬운 연약한 인생들은 성인들의 도우심이 있어야 2022년 1년을 또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자비를 구하며 기도할지어다.)
그런데 이 날 산행을 잘 하고 흠뻑 마시고 취하였다. 성스러운 산에 오른 것은 백번 잘 한 일이라 쳐도, 신통방통한 술과 세 번이나 조우한 것은 어떠한 성스러움인가? 가물은 밭을 단비가 스멀스멀 적시듯이 몸과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다가 혼이 나간 혼을 하늘 위에서 춤추게 하는 저 액체의 엄청난 마력이라니? 새해 첫 날을 드잡고 산까지 힘들게 올라가 그 맑은 날을 열심히 알코올로 소독하고 씻어내었으니 이 무슨 모순된 행동이랴! 첫 날은 원래 깨끗한 날이거늘 씻어낼 무엇이 있기나 했으랴! 원래부터 내 안에 내재하는 마시고자 하는 욕구와 핑계가 있었을 뿐이었던가?
그나마 알량하지만 술을 마시는 이성적 이유를 대어 본다면 산이 좋고 사람이 좋았다는 사실이다. 거기다 새해 첫 날이니 성스러운 생명수로 이 날을 기념해야 되었겠지. 새해 첫 날은 이렇게 빨리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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