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8 북한산 올라서 인수암에서 어려운 문구를 받아 내려왔다

2022. 1. 9. 19:48포토DOCUMENTARY

  다시 토요일, 내겐 산요일이다. 동문들 16인이 북한산을 올랐다. 아침 10시가 조금 지나 모임장소인 북한산우이역을 떠나 백운대를 향했다. 영하 6-7도라고 하는데 바람이 약하여서인지 그렇게 춥지는 않다. 우이천에 얼음이 보인다. 우이구곡 안내판도 살펴본다. 북한산공원관리공단의 우이분소를 조금 지나 우측 산길로 접어들었다. 하늘은 흐리다. 옷을 다 벗은 활엽수들이 반겨준다. 등산복 윗도리를 벗어서 허리에 매었다. 

 

  길옆 공터에서 쉬면서 막걸리를 두어 잔씩 나누어 마시고 길을 갔다. 하루재까지 비탈을 계속 올라가려니 제법 힘이 들었다. 하루재에 도착하여 뒤에서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며 한참을 쉬었다.(11:40) 하루재에선 길이 내려가며 조금 가면 건물군이 나오고 그중 인수암이란 절이 있는데 그곳에서 음악소리가 약하게 들려온다. 아마도 찬불가를 틀어 놓은 것 같다.

 

  인수봉을 설명하는 입간판에 도착했는데 이곳에 놓여있던 화장실 건물이 보이지 않았다. 근처에서 점심 식사할 적절한 곳을 찾아서 16명이 둘러앉았다. 여러 가지 음식과 술이 나와서 나누어 먹고 마셨다. 식사 도중 3분은 먼저 식사를 끝내고 백운대를 보러 올라가겠다고 일어섰다. 나머지 인원은 식사를 끝내고 백운산장을 향했다.

 

  잘 만들어진 목제 계단을 두 개 지나면서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가 인수산장에 도착하였다.(13:50) 날이 추워서인지 모두들 등산의욕이 꺼지면서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돌아가기로 한다. 정상의 기운은 먼저 올라간 3분이 가져다 모두에게 나누어줄 거라는 덕담을 나누었다.

 

  내려오는 길은 어려울 게 없다. 인수암에서 어려운 문구를 만났다. 하루재에 도착하여 남은 술(소주 1병)을 나누어 마셨다. 백운대에 올랐던 3분도 돌아와서 하루재에서 합류하였다. 하산길은 아까 올라왔던 길과는 다르게 도선사 입구로 나와서 찻길을 따라 난 보도를 통해 내려오는데 보도는 잠시 찻길을 떠나 산으로 들어갔다가 찻길과 합쳐졌다. 16:29, 만두전골을 하는 풍성식당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쳤다. 메마른 겨울산을 동료들과 즐겁게 올랐던 보통의 산행이었다.

 

- 후기 -

 

  우이동에서 북한산으로 오르거나 북한산에서 우이동으로 내려올 때 우이천을 따라서 올라가거나 내려오게 되는데 우이천에는 옛 선비들이 우이구곡을 설정하여 경영하였다. 9개의 비경중 6개에 대하여 안내판을 마련하고 포토존을 설치하였다.

 

  9곡의 시작은 신유학의 대가 남송의 주희가 중국남동부의 명산인 무이산에 살면서 무이정사를 세우고 학문연구와 후진양성에 힘썼는데, 주변의 경치가 좋은 아홉 계곡을 찾아 무이구곡이란 이름을 붙이고 무이구곡가를 지은 사실에서 부터였다. 주자학을 숭상하던 조선 선비들은 주희를 모범으로 삼고 자기 고장에 9곡을 설정하고 경영하였는데 화양구곡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우이동에도 그러한 조선선비들의 9곡사랑의 역사가 숨어있기에 북한산을 오르며 이를 상기해 보았다.

 

  북한산 중턱에 있는 인수암에는 정문 돌기둥에 “相中無佛, 佛中無相“이란 세로글씨가 쓰여 있다, ”상으로 보면 부처를 볼 수 없고 부처에게는 상이 없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이때 상은 모습, 형상, 상태를 말하고 또한 고정관념, 선입견과 같은 뜻이 있다고 한다. 조금 어려운 말씀인 것 같다. 부처를 만나려면 선입감이나 고정관념을 갖지 않고 보라는 뜻으로 내 나름 해석해 보았다.

 

  조선 선비들이 아끼던 비경을 만나려고 우이천을 따라서 인수암까지 올랐다가 불교의 난해한 말씀 하나를 들고 원점으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