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1. 02:03ㆍ평화누리길
격주로 평화누리길을 걷기로 했는데 오늘이 그날, 수요일이다. 옥수역에서 경의중앙선을 타고 문산역까지 갔다. 9시 40분경 문산역에 도착하니 나머지 세 분이 미리 와서 기다린다.(원래 5인인데 한 분이 몸이 불편하여 4인이다.) 역에서 조금 걸어 나와 버스정류장에서 9시 55분경 적성행 92번 버스를 탔다. 지난번 9코스를 마치고 적성에서 문산으로 돌아올 때 탔던 번호이다. 이번에도 버스는 지난번처럼 금파리에서 금파교를 건너서 장파리로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온 후 적성을 향한다.
10:35경 적성에 도착하여 택시를 탔다. 2-3km내에 장남교를 건너서 10코스가 시작하는 목제 아취에 도착했다.(10:44) 기념사진을 찍고, 지난주에 친구에게서 얻은 경기둘레길 패스포트에 스탬프를 찍고 걷기를 시작했다. 큰길을 건너 오른쪽으로 다른 큰길을 따라 걷다가 논길을 따라 간다. 언덕 위에 묘와 비석이 있어 확인해 보니 백천유씨와 남평문씨 부부 묘이다.
원당리에 들어서서 좁은 아스팔트길을 따라 언덕을 넘어가는데 언덕 정점에 목조가옥이 하나 나오는데 그 앞에 “한씨가원”을 선전하는 광고판이 서 있다. 마침 주인이 밖으로 나오기에 집이 좀 특이하다 했더니 "이렇게 살고 있다"고 대답한다. 여러 가지 식용 기름을 팔고 있다고 하는데, 김선배가 TV 아침마당에서 보았다고 하니 주인 말이 "맞다"고 하며 작년 11월에 TV에 나왔었다고 한다.
한씨가원을 지나자 동동(同動)마을이라는 안내판이 나오고 언덕 위에 새로 집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또한 길 옆에 비어있는 공장같은 시설이 보이고 조금 더 가서 원당1리쉼터라는 기다란 원두막형 건물이 보이는데 겨울이라서 비어있는지 유리창 너머로 내부가 비어 있는 게 보여서 보기에 을씨년스러웠다.
언덕을 내려가니 멀리 임진강이 보이더니 사미천을 건너는 징검다리를 만났다. 큰 돌을 직육면체로 반듯하게 가공해서 내를 건너게 해 놓았는데 비가 많이 오면 잠기는 곳이다. 천변에는 나무들이 있었는데 넝쿨식물이 덮고 있어 답답한 모습이었다. 넝쿨을 제거해 주고 싶지만 방법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지나가는데 내가 하나 더 있고 비슷한 방법으로 징검다리가 놓여 있었다. 이 내는 사미천의 또 다른 줄기인 듯하다.
내를 건너 하천 둑 위로 올라가니 임진강이 완연히 들어나고 경치가 훌륭한데 바로 근처에 벤치가 몇 개 놓여있어 쉬어가기로 한다. 와인을 꺼내고 다른 간식을 꺼내어 나누어 마시고 먹었다. 여기서 부터는 임진강을 계속해서 우측으로 감상하면서 걷게 되어 있다. 강의 표면은 얼어 있지만 여기저기 물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살짝 얼었다가 녹는 중인 듯하였다. 강의 중간에 사구가 여러 개가 눈에 뜨여 강이 깊지 않은 것 같았다. 강은 겉은 조용하게 정지해 있지만 속으로는 계속해서 흐르는 정중동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였다.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도 평화가 끊임없이 흐르길 기원해 본다.
비룡대교 가까이에선 길이 강을 떠나 둥그렇게 우회하는데 주변에 음식점이 몇 개 보였다. 점심식사는 아까 간식으로 요기를 했으나 나중에 하기로 하고 내쳐 걸었다. 강둑을 따라 가노라면 오른쪽으로 멀리 감악산이 보였는데 운무에 가려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다. 근처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날이 맑다면 매우 인상적으로 보일 터였다.
강변을 따라 계속 걸어 학곡리 마을을 지나가는데 고인돌 1기가 보존되어 있고 안내판에 설명문이 있는데 지워져서 간신히 읽을 수가 있었다. 기억나는 것으로는 고인돌에는 3가지 형식이 있는데 이곳 고인돌은 탁자식이라고 한다. 고인돌이 있는 곳은 동네 가운데였는데 동네를 벗어나자 적석총이 하나 나왔다. 무덤은 기다란 형태로 작은 돌들로 부정형으로 덮여 있었는데 원형이 많이 훼손된 것이라고 한다. 이곳의 안내문은 읽을 수 있을 만큼 뚜렷하였다.
임진강의 강변으로는 울타리로 철망이 쳐 있어 강으로의 접근을 금지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옮기는 야생멧돼지의 이동을 막기 위해서라고 안내문에 쓰여 있었다. 길은 강둑을 따라 가다가 울타리를 열고 강변으로 들어갔다가 나오기도 하였다. 강둑 옆으론 대체로 비어 있었지만 여러 형태의 집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길이 강변을 조금 벗어나 큰 길을 따라 작은 고개을 넘는데 고개 정점에 “몽생미셸”이라는 카페가 나왔다. 겨울이라 물이 없었지만 야외수영장까지 갖추었다. 카페 바로 옆에 평화누리길을 가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휴게소가 있어 잠시 쉬다가 언덕 위로 올라가보니 임진강을 내려다보는 경치가 훌륭하게 펼쳐진다.
길은 강변으로 다시 다가가서 낮은 강변길이 되더니 다시 진행하여 위로 올라와 보통길과 합해진다. 길 옆에 “지민이 논 프로젝트”라는 입간판이 보인다. 요즘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BTS의 멤버 이름이다. 간판의안내문을 읽어보니 지민의 팬들 지원으로 여기서 공공을 위해 벼를 재배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 목적지인 숭의전까지 길이 멀지 않은데 마지막으로 산을 하나 넘어야 한다. 차도 옆으로 나란히 보도를 마련하여 고개를 넘어가게 되어 있었는데 산 중턱에서 차도를 버리고 산길로 가도록 되어 있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설명문을 보니 큰 길로 그대로 진행하도록 안내한다. 원래는 따로 낸 산길이 있었기에 여기서부터는 차도 옆에 보도를 내지 않은 탓으로 여기를 차도 옆으로 바싹 붙어서 걸어 가려니 오고 가는 차에 신경을 써야만 했다. 편안한 길은 아니다.
찻길을 따라 산을 한참 내려가니 아미교회의 십자가 철탑이 인상적으로 보였다. 철탑이 낮은 교회건물과 떨어져서 홀로 서있었다. 조금 더 가니 드디어 숭의전의 주차장에 도착했다.(15:45, 숭의전에는 전에 한번 와본 적이 있다.) 언덕을 올라가 담으로 둘러싸인 건물군 일곽의 바깥마당에 섰는데 문이 잠겨 있다. 월요일도 아닌데 문은 잠겨 있고 근무자도 해설자도 없다. 바깥마당에선 옷을 벗은 큰 나무들과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강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일곽을 지나 10코스의 종점이자 11코스의 시작점인 목제 아치에서 도장을 찍고 기념촬영 후 계단을 올라가 전망대까지 산을 올라갔다. 전망대에선 강을 보는 시야가 좀 더 넓어진다. 뒤로 돌아서 바깥마당을 지나 주차장 옆의 어수정으로 내려왔다. 물을 한 모금 마셔본다. 이곳이 버스정류장이다.(16:02) 안내판에 붙어 있는 종이에 인쇄된 시간표를 보니 동두천으로 가는 52번 버스가 4시 50분에 있다.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4시 40분 쯤 버스가 도착했다. 이곳이 종점이라서 10분 후 떠난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멀리 서쪽에서 해가 지고 있다.(16:58) 거칠게 달리는 버스에 휘둘리니 머리가 아파지려고 하는데 다행히 버스는 동두천중앙역 앞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역사가 50년이 넘는다는 부대찌개집에 들어가서 부대찌개로 저녁을 먹었다. 식사후 전철역으로 가서 전철로 집을 향했는데 집에 와보니 밤 8시반경이었다. 원만하게 걸으면서 평화를 탐구한 하루였다.
- 후기 -
10코스부터는 연천 땅으로 들어와서 걷게 되었다. 파주에서 겪은 임진강은 연천에서도 계속된다.
임진강은 평화의 강이다. 임진강과 연접해 있는 파주시가 내세우는 문구가 “평화의 도시 파주”인 것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연천을 걸으면서 도로에 세워놓은 선전기둥 위 글씨를 보니 연천군의 문구도 “좋은 사람들의 평화도시 Hi 연천"이었다. 두 지역의 공통분모가 평화이자, 임진강인 것이다.
“내게 강 같은 평화 내게 강 같은 평화 내게 강 같은 평화 넘치네.....” 이렇게 시작하는 기독교의 전도용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평화를 강에 비유한 것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평화는 강처럼 조용히 흐르면서도 속으로는 힘차게 흐를 때 가장 바람직하다는 뜻이 아닐까? 강은 깊고 넓다. 강은 시내처럼 작지 않다. 강 물은 그 양이 엄청나서 도도하게 흐르니 그 흐름을 아무 것도 막을 수가 없다. 그런 강 같은 평화가 이 땅 위에 어서 오길 고대해 본다.
겨울의 강둑을 걸으며 살펴보니 역시 임진강은 평화의 강이다. 겉으론 살얼음이 얼어있고 그 위에 눈까지 살짝 뿌려져 있어 수묵담채화처럼 담백하고 조용하다. 그러나 그 속으론 맑은 강물이 쉼 없이 서해를 향해 흐르고 있으리라. 정중동의 평화요, 외유내강의 화신이다. 주변으로 적벽의 절벽을 품고 있고 저 멀리 감악산의 호위를 받고 있다. 이쪽 연천의 임진강변에선 저 아래 파주에서 보이던 철조망이 보이지 않아서 경치가 더욱 평화롭다.
철조망이 시사하는 평화가 전쟁도 불사해서 꼭 지켜야 하는 각박한 평화라면 여기 연천의 평화는 자연스럽고 꾸밈이 없는 강으로 비유되는 “강 같은 평화”이다. 이곳 연천은 구석기시대의 주먹도끼가 발견된 곳으로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의 정착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 중 하나다. 이렇게 본다면 다른 고장보다 이곳이 살기가 좋은 곳이라서 시초부터 사람들이 선호하여 자리 잡았을 것이다. 즉, 선사시대에도 가장 평화롭게 살 수 있었던 평화의 고장이 여기가 아니었을까?
숭의전은 고려의 왕들을 모시는 제사건물이지만 조선시대에 조선왕조의 허가로 성립되었다. 물론 규모는 조선의 종묘를 따를 수 없이 작지만 고려의 평화를 조선이 포용했다는 상징물로 볼 수 있다. 고려를 압살하고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달래고 인정해서 화해를 모색하는 조선의 평화애호 정신이 숭의전 건립에 살아 있다고 할 것이다.
이번 길은, 평화로운 풍경을 천천히 음미하며 걸으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마음속에 흐르는 평화의 강을 발견할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길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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