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8 한강 따라 걷기(상사미교 ~ 하장중고)하려고 친구를 따라가다

2022. 3. 31. 12:17포토DOCUMENTARY

   고교 동기인 시인 우명길(시인 또는 시인마뇽은 그의 필명임)을 따라 한강 최상류의 강줄기를 따라 걸었다. 일행이 4인으로 모두 같은 대학교 68학번, 나이는 같거나 1-2살 차이이다.(우명길, 이상훈, 원영환이 나를 뺀 3인의 이름이다.) 아침 7시 35분, 청량리역에서 동해행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11시 15분, 태백역에 도착하여 3인의 동행자를 만났다. 산서회 감사 직함의 명함을 건네고 인사를 나누었다.

 

   버스가 12시 정각에 출발하므로 음식점에서 순두부백반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하장행 버스는 12시 정각에 떠났다. 12:17, 둘밭입구에서 하차하여 걷기를 시작했다. 나를 뺀 3인은 3월초에 한강발원지인 검룡소에서 여기까지 걷기를 끝내고 이번이 두 번째 걷기이다. 여기는 한강의 최상류인데 하천의 명칭은 골지천(骨只川)이다. 골지는 골짜기의 방언이라고 한다. 길은 국도 35번인데 하천과 이웃하여 평행으로 달린다. 버스에서 내리자 바로 다리로 골지천을 건너는데 다리 이름이 상사미교이다. 맑은 물을 보면서 걷는데 사람이 안 보이고 날씨가 아주 좋다.

 

   조금 멀리 산모양이 너무 멋있어서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전봇대와 전선이 거치적거린다. 주위 산에 자작나무를 심어놓은 곳이 여러 곳이라서 사진을 찍어 두었다. 강도 길도 길게 양 방향으로 구부러져 흐르는데 가는 길엔 오르내림이 없어 숨이 찰 일이 없어서 두 사람씩 짝이 되어 이야기꽃 속으로 잠길 수 있었다. 나는 이교수와 18년만에 해후하였기에 그 동안 못 다 했던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이 교수는 기억력도 좋고 조리있고 재미있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중 그의 종교가 바뀐 이유와 카톨릭으로 원점회귀(카톨릭 -> 개신교 -> 불교 -> 천주교)한 과정이 이채롭고 흥미로웠다. 정치적인 견해도 비슷하여 정치에 관한 이야기도 얼굴 붉히지 않고 쉽게 나눌 수 있었다.

 

   국도를 따라 가다가 골지천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도 길이 잘 나있어 잠시 다리를 건너 그 길을 택하여 걷는데 예수원 1km 라고 큰 글씨로 쓴 이정표와 만났다. 이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가면 예수원이란 성공회 신부가 개척한 피정장소로 갈 수 있는 곳이다.(예수원은 미국인인 성공회 대천덕신부(Rev. Reuben Archer Torrey Ⅲ, 1918~2002)가 1965년 강원도 태백시에 세워서 빈부격차가 없는 평등사회를 실현하고자 한 곳이다. 인터넷 검색) 

 

 

   (글을 쓰는 순간 기억을 살려 시인의 블로그와 나의 사진창고에서 찾아보니, 2013년 10월 13일 고교 동기들의 100명산 팀이 명산 탐방의 일환으로 덕항산 가는 길에 여기서 버스를 내려 예수원을 거쳐 덕항산으로 갔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보관된 사진이 있는데 그때의 기억으론 예수원은 숲에 둘러싸여 아늑하고 정취가 있었는데, 이곳 이정표가 서있는 곳의 풍경은 나무도 없이 드라이하다. 양쪽 풍경이 대조적이어서 옛날 사건을 전혀 떠올리지 못 한 것 같다. 예수원은 이 교수가 피정하러 다녀온 인상적인 곳이라고 한다. 다음에 꼭 한번 들러보고 싶다.)

 

   예수원 이정표에서 강을 건너와 국도로 걷는데 하사미교가 나오고 곧 이어 하사미 마을회관이 눈앞에 나타났다. 쭉 뻗은 35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니 솟대와 장승 한 쌍이 나오고 조탄마을이라고 돌에 새긴 이정표가 나왔다. 길을 내려가다 보니 광동댐으로 물의 흐름이 막혀있어 강물이 풍부하게 불어났는데 물 색깔이 아까 걷기 시작할 때처럼 맑지가 않고 초록 빛을 띠고 있었다. 녹조가 아닌가 걱정했는데 환경전문가인 이 교수의 견해로는 녹조는 아니라고 한다. 녹조는 수온이 15도는 넘어야 발생한다고 한다. 내 생각은 물 속에 어떤 광물질이 녹아있어 그런 것 같은데 더 연구해 보아야 할 것 같다. 1990년대 후반에 알프스에 갔을 때 그곳 물 색깔이 짙은 초록이었는데 물 속에 녹아 든 석회석 성분 때문이라고 해 준 설명이 생각났다. 여기 물의 초록색은 거기 물보다는 옅다.

 

   길가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쉬며 간식을 들었다. 소주 한 병을 들고 갔는데 이 교수와 둘이서 반병만 비웠다. 광동댐에 갇힌 풍부한 물, 길가에 노랗게 핀 산수유와 푸릇푸릇하게 올라오는 나무들의 새싹을 보며 걷다보니 광동댐의 제방에 도착하였다. K-Water라는 표시가 선명하다. 수자원공사를 K-Water라고 하는 것 같다. 조금 생경하다. 조금 더 길을 내려가니 삼척시 하장면 면소재지인 광동리이다. 국도를 떠나 마을로 들어갔다.

 

   광동리는 조용한 마을이다. 아마 전국을 서울 중심의 지리적 관점에서 볼 때 오지 중 오지에 속할 것 같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첵크해 보는데 이날 태백 가는 버스는 끝난 것 같다. 택시를 부르기로 하는데 조금더 걸어 마을 밖의 하장중고등학교까지 가보기로 했다. 마을을 나와 약 500m 걸으니 외진 곳에 중학교/고등학교가 나온다. 거기서 여정을 마감하고 택시를 불렀다.(16:58)

 

   택시비가 할증이 되어 제법 나왔다.(37,000원이상) 역전의 감자탕 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고 태백역에서 19:23, 무궁화호 열차를 탔다. 이 교수는 아침에 지금 사는 곳인 평창에서 승용차를 타고 와 영월역에 주차시켰기에 영월역에서 내리고 3인은 계속 탑승하여 22:40,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친구를 따라서 생전 처음 한강 상류를 걸을 수 있었다. 강 길을 따라가다 보니 산 길에서는 제법 힘든 15.6km의 거리를 쉽게 걸을 수 있었다. 산 친구들과 산 대신 강을 찾아 열심히 걸었다. 산행의 고통이 없는 즐거운 여정의 하루였다.

 

- 후기 -

 

   4인의 한강 순례자가 검룡소 밑에서 하장면 소재지 아래 하장중고등학교까지 약 16km를 걸었다. 인구 과소지역이라서인가? 길에 아무도 없어 4인이 길을 다 차지했다. 친구 사이에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피고 맑은 공기 위의 하늘도 맑았다.

 

   1. 오래 된 친구를 정말 오랜 만에 해후하다.

   이번 한강 따라 걷기는 동행으로 수원대 은퇴자 이상훈 교수와 교사 은퇴자 원영환님, 그리고 시인으로 나까지 4인이다. 이상훈 교수는 오래 전 한번 산행을 같이 한 적이 있는 분으로 시인이 그의 동정에 대해 가끔 이야기해 줄 때가 있어서 전혀 낯선 느낌이 없고 내 맘속에선 친구로 여기고 있는 분이다.

   학원 민주화 운동에 힘쓰다가 고초를 겪은 데에 나도 학교에 있던 터라 공감을 하게 되고 환경운동에 관심과 실천이 있음에 존경하게 되었다. 기록을 보니 2004년 3월 6일 눈이 쌓인 죽엽산을 시인을 포함, 셋이서 같이 등산한 적이 있었다. 그날 금지된 지역으로 내려갔다가 산 아래서 산림생산기술연구소 직원과 싱갱이 했던 기억이 났다.(나의 사진 아카이브와 시인의 블로그 산행기에서 확인함)

   18년 만의 해후이다. 그 동안 너무 무심했나보다. 그런데 그 기간이 별로 길지 않게 느껴짐은 시인을 통해 늘 그의 소식을 알고 있어서 일게다. 이 교수와의 해후가 그분의 섭리는 아닐까?

 

   2, 시내가 강으로 거듭난다.

   몇 번의 변신 끝에 시내는 큰 강으로 거듭나게 된다. 검룡소 옆에서 발원한 골지천은 검룡소 물까지 받아서 흐르다가 주요 합류점에서 변명하여 조양강 -> 동강 -> 남한강 -> 한강으로 거듭났다가 조강으로 변하여 바다(서해)로 돌아간다. 새로운 물줄기와 합할 때 옛 이름을 버리고 새 이름을 지어 화합하는 강의 변신이 이채롭다. 이무기가 용이 되어 등용문을 통과하거나, 그분을 믿어 새사람이 되어 거듭나는 이치와 닮아 있는 건 아닌지.

 

   3. 강 따라 걷기의 특징은 계속 하강이다.

   강은 늘 높은 곳에서 낮은 데로 흐르기 때문에 강 옆으로 난 길도 계속해서 서서히 고도가 낮아지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그 하강은 거의 눈으로 지각할 수 없는 정도였다.(단 한 군데 국도에서 광동리로 내려가는 길은 언덕이어서 내리막임이 완연했다.) 강변을 따르지 못하고 언덕을 넘어 강을 찾아가야 하는 경우처럼 지형 때문에 길이 언덕을 넘는 경우에는 길의 고도가 올라갈 적도 있겠지만 “계속하강”의 원칙은 그날 내내 걷는 동안 잘 지켜졌다.

 

   4. 삼척시 하장면 광동리 산촌의 단정함

   태백시 상사미동에서 시작한 걷기는 하장면 면소재지인 광동리에서 끝난다. 태백과 삼척의 수원지인 광동댐 바로 밑에 자리한 조용한 마을이다. 우체국, 파출소, 초등학교, 농협, 복지회관이 있고 옛날 면사무소인 행정복지센터는 마을에서 덩치가 제일 크다. 고등학교도 머지않은 곳에 있다. 마을이 깨끗하고 조용하다. 버스정류장까지 있으니 한번 조용히 살아보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불가능할 것 같다. 서울에서 할 일과 만날 사람을 생각하니 내가 서울과 엮인 인연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감히 서울을 떠나 사는 사람들(특히 이교수)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