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1 북한산 영봉에서 먼저 간 이들을 생각하다

2022. 5. 22. 17:03포토DOCUMENTARY

   토요일을 맞으니 산에 갔다. 동문 선후배 5인이 북한산우이역에서 모였다. 백운대로 갈까 하였으나 하루재에 도착하여 목족지를 영봉으로 바꾸었다. 조금 쉬운 산행을 위해서이다. 선운각으로 접어드는 큰길 삼거리에서 산쪽으로 붙어 산길을 택하였다. 맑은 날씨이나 미세먼지가 조금 있다. 날씨가 여름을 향해 가는 중이라 더위가 문제가 되는 계절로 가고 있다. 기온이 높아서인지 빨리 지치는 것 같다. 한참 올라가다가 바위 곁 쉼터에서 쉬면서 막걸리를 마시고 와인(무스카토)응 나누어 마셨다. 술이 걷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걸음을 더욱 힘들게 하는 듯하다. 하루재에 도착하기도 전에 지치고 걸음이 잘 내딛어지지 않는다.

   지난 번 약 2년 전(2020.8.15) 남한산성을 올라가다가 힘이 들었던 악몽이 떠올랐다. 다시 그때처럼 체력이저하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잠시 더운 날씨 탁으로 돌리고 싶다. 하루재에서 목적지를 가까운 영봉으로 돌렸다. 조금만 올라가면 되기에 크게 힘들지는 않게 영봉 정상에 도착했다. 인수봉의 말쑥한 바위벽을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고 사방의 경치가 펼쳐진다. 영봉 위에서는 언제 보아도 경치가 좋다. 또한 영봉은 이름(靈峰)처럼 영혼을 위로하는 산봉우리인 것 같다. 예전에 이 봉우리 곳곳에 등반 중 숨진 산악인들의 추모비를 인수봉을 향해 세워 놓았었다. 영봉이라는 명칭은 이들 먼저 떠난 '산악인의 영혼의 안식처'라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1980년대에 붙여졌다고 한다. 영봉 추모비들은 2008년 모두 철거해 도선사 부근 무당골에 모아 합동추모비로 만들었다.

   어제 오늘 후배 두 사람(1년 후배 진XX, 5년 후배 선XX)의 작고 소식을 들었다. 절친은 아니다. 진후배와는 대학교정에서 만나서 같이 대학에 다녔고 21세기 들어서 1년에 한번 정도 고교-대학 동창회에서 보던 사이인데 암 수술후 타계하였다고 한다. 영봉에 올라 그의 영혼의 안식을 위해 기도하였다. 정상 헬기장은 평평하여 식사장소로 적당하지만 햇빛이 내리쬐고 있어 조금 내려와서 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였다. 식사 전후에 인수봉을 배경으로 인물사진(기념사진)을 몇 장 찍었다.

   내려오는 길은 육모정고개를 경유하여 내려오기로 하였다. 오늘 산행의 전체 경로가 타원형을 닮았는데 이 타원을 시계방향으로 도는 모양이다. 영봉에서 조금 내려오면 만나는 바위 위의 전망처에서 다시 사진을 찍고 동영상도 하나 찍어 보았다. 육모정고개까지의 길은 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길이니 힘이 들지 않는다. 고개에 설치된 벤치에서 조금 쉬다가 능선을 버리고 하산을 시작했다. 용덕사에 들러서 마애불을 관람하였다. 용덕사에서 찻길까지는 멀지 않아 금방 내려왔다. 북한산우이역으로 원점회귀한 후 조금 내려가서 횟집에 자리를 잡았다. 농어회를 시켜서 소주를 마셨다. 돌아오다가 커피를 마시기 위해 3인이 삼선교(한성대입구역)에서 전철을 내려서 나폴레옹제과에 갔는데 빵 외에 커피는 팔지 않는다고 하여 옆의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다시 전철을 타고 집으로 왔다. 비교적 짧고 간결한 산행이었으나 체력의 한계를 느낀 날이었다.

 

- 후기 -

 

   마침 올라간 봉우리의 이름이 영봉이다. 영혼의 안식처라는 뜻이라고 한다. 영봉에서 엊그제 타계한 진XX 1년 후배를 생각하고 그를 위해 간단한 기도를 했다. 언제나 단정한 모습에 잔잔하게 웃으면서 조용히 이야기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따님이 미국에서 공부했는데 유명한 뼈박사라고 하는 말을 들었었다. 고교-대학을 같이 했던 인사들의 모임에서 1년에 한 번 정도 보던 사람인데 골프를 좋아하여 자주 필드에 나간다고 하였었다. 골프와 인연이 없는 나와는 어울리지 못하였다. 영봉에는 설악산에서 희생된 고교 산악회 3년 후배의 추모비도 있어서 2000년대 초에는 영봉에 와서 가끔 추모회를 갖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의 비는 철거되고 2008년 무당골의 산악인 추모시설에 돌로 만든 명패로 그의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송XX 후배인데 내가 직접 만나보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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