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2. 15:11ㆍ명산산행기 Famous mountains
오랜만에 계룡산에 갔다. 상업산악회를 따라 갔으나 산행은 혼자 하게 되니 독립군의 산행 방식에 맞는 것이라고 주장해 본다.(모든 것을 혼자 기획하고 실행하는 진정한 의미의 독립군 산행을 하는 분들에겐 미치지 못함은 물론이다.)
아침 7시 10분 양재역12번 출구에서 나와 외교안보연구원 앞에서 산악회 버스를 탔다. 우등버스로 총 28석이 만석인데 22번 자리이다. 정안알밤휴게소에서 쉬는데(09:15) 파란 가을 하늘애 옅게 흰구름이 비친다. 9시반 동학사주차장 도착 예정이었으나 교통 혼잡으로 10시가 지나서야 도착하여 산행 준비를 했다. 산행은 남매탑 - 삼불봉 - 관음봉 - 연천봉을 지나 신원사 주차장으로 오되 각자 자율로 산행을 하여야 한다. 산행 시간은 넉넉하게 7시간을 주어 오후 5시 10분에 서울로 버스가 출발할 예정이라고 발표한다.
동학사 가는 큰길에서 우측으로 틀어 산행을 시작했다. 소리내어 흐르는 계류가 반겨준다. 날씨가 훨씬 시원해졌고 바람도 불어준다. 이제 산행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온 것 같다. 하늘은 맑은데 강한 햇빛은 나무 숲에 가려서 지상까지 오지 못하는데 잎새들을 뚫고 들어온 적은 양의 햇빛에 눈이 어질어질하다.(이런 상태는 사진을 찍
어도 잘 나오지 않는 모호한 빛 환경이다.)
길엔 넓적한 돌들이 가지런히 깔려 있기도 한데 여기저기 돌이 많아서 걷는데 신경이 쓰인다. 최근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10년 가까이 이어지는 왼쪽 발목의 통증이 도질까봐 걱정이 되었다.(이후로도 거친 돌 길은 계속되었고 다행히 발목은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다.)
길옆의 냇물로 다가가 물에 잠시 손을 적셔보고 돌길을 계속 올라가는데 돌무더기도 있고 큰 바위도 하나 나온다. 남매탑 0.2km 전이라는 팻말을 지나 남매탑 앞에 도착하였다.(11:26) 탑이 두 개 서있고 조금 아래에 상원암이라는 절이 있어 잠시 둘러 보았다. 상원암 마당에서 앞쪽으로 펼쳐진 경치가 좋았다.
다음 목표는 삼불봉이다. 경사길을 천천히 한참을 올라가니 높이가 775m인 삼불봉이다.(11:52) 정상에서는 사방을 볼 수 있는데 하늘이 파랗고 맑게 개여 경치가 볼만 하였다. 날이 좋아서 산에 올라온 젊은이들이 여럿 보였다. 여기서 관음봉까지의 능선은 험하기는 하나 경치가 좋은 곳으로 유명하단다. 높은 곳에 왔으니 넓은 범위의 경치를 담기 위해 한 바퀴 돌며 짧은 동영상을 찍었다.
다음 목표인 관음봉으로 가는 길은 아래로 한참 내려가더니 계단을 올라가며 힘을 들게 한다. 한참을 내려가다가 관음봉 직전에서 꽤 경사가 심해서 긴 계단길을 올라가야 했다. 계단에서 힘을 들인 후 766m의 관음봉에 도착했다.(12:54) 커다란 통바위 위에 작은 정상석이 서 있다. 이곳에서도 사방의 경치가 속을 시원하게 한다. 두 번째 동영상을 찍었다.
관음봉에서 능선을 따라 내쳐가면 계룡산의 주봉인 천황봉(846.4m)인데 군부대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곳으로는 안내를 하지 않고 다음 목표를 연천봉으로 잡게 하였다. 길이 조금 희미했으나 숲속에서 그럭저럭 찾아서 연천봉 밑 네거리에 도착하였다.(13:25) 이곳 네거리에서 직진하면 연천봉이고 우측으로 가면 갑사이고 좌측으로 가면 마지막 목적지인 신원사이다. 네거리에서 조금 위에 설치된 나무 덱크 쉼터가 있어 그곳에 앉아 점심을 들었다. 컵라면과 막걸리 한 병이다.
한참을 쉰 후에 연천봉으로 향했다.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데 헬기장을 지나서 목제 계단을 올라가니 정상인데 바닥에 나무가 깔려있다.(14:00) 세 번째 동영상을 찍으며 경치를 감상한 다음 왔던 길로 해서 네거리로 돌아갔다. 이제부터 신원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내려가는 길이지만 길에 돌이 많이 박혀 있어 걷는 게 쉽지가 않다. 내려오는 중에 암자 하나를 지났다.지루한 돌길이 언제나 끝나나 하면서 한없이 내려오는데 길이 넓어지며 길 위에 돌이 없어졌다. 거의 다 내려온 듯하다.
소림원이라는 돌 표지가 있는데 사찰로서 대웅전까지 있다. 거기서 조금 내려가니 신원사 절이 나왔다.(15:23) 경내로 들어갔는데 중악단(계룡산이 중악이었다고 한다)이 있고 대웅전, 탑, 범종각, 영원전, 영사나전 등 건물이 있었다. 사천왕문을 지나 경내를 벗어나서 길을 내려오니 일주문이 나오고 그 밖이 바로 버스정류장 광장이다. 드디어 산행이 끝났다.(15:36)
오후 5시 10분까지 오라고 했는데 한 시간 반 정도 먼저 온 셈이었다. 가게에 들어가 맥주를 한 캔 사서 가게 외부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마시면서 시간을 죽였다. 시간을 다 채우려는데 5시가 되어 사람들이 다 모였기에 예정보다 10분 빨리 버스는 서울로 출발했다. 세 시간 쯤 걸려 밤 8시경 양재역에서 내려 전철로 집으로 돌아왔다. 완전 독립은 아니지만 산악회를 따라가서 독립군을 흉내낸 혼자의 산행을 즐긴 하루였다.
- 후기 -
거리가 10km 정도로 먼 길은 아니었으나 돌밭길을 걷느라 고생한 산행이었다. 삼불봉에서 관음봉까지의 길은 경치가 수려한 구간이지만 발밑에 신경을 쓰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힘을 들이면 경치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 같다.
그날 산행길을 돌아보며 나의 인생도 돌아보는 기회도 가져 보았다. 내 인생도 이번 산행처럼 고난의 연속이었나? 중학교 때인가 지루한 학교 생활에 대해 지겹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아마 운동장에서 하던 조회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 지루한 시간의 끝은 어디일까? 어서 빨리 끝나고 다음 단계로 옮아가기를 기다렸던 기억이다.
내 일생이 그날 계룡산 산행처럼 힘들었던 것은 아닌 것 같지만 그렇다고 아주 순탄하였다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험난과 순탄이 반반이 아니었을지? 산행경로를 인생에 대비해 보다니 쓸데 없는 비교이다. 나도 늙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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