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7. 19:00ㆍ포토DOCUMENTARY
1968년 때부터 친구로 있다가 1975년경부터 연락이 잘 안 되다가 최근 몇 번 만나서 그가 자주 걷는 호암산(관악산의 일부) 둘레길을 같이 걸었다. 지난 4월 13일 같은 구간을 걸은 셈인데 경로는 약간 변화가 있었다. 석수역에서 출발한 것은 같으나 호압사와 천주교 성지는 들르지 않고 대신 장군봉, 호암산 정상을 거쳐 칼바위 능선으로 해서 관악산 일주문으로 걸었다.
오늘 산행에는 친구가 보관하고 있던 필름카메라(니콘FE, 50mm F1.2 렌즈)를 시험하는 목적도 있었다. 약 50년 전 중동에서 구입한 후 한참을 쓰지 않고 보관했던 것을 내게 맡겼기에 시중에 나가서 고쳐 가지고 처음 실험을 해보려는 것이었다.
이 카메라는 노출과 초점이 자동으로 맞출 수 있는 요즘 나온 디지털 카메라와 달리 노출은 자동으로 할 수도 있었지만 초점은 거리계를 돌려서 맞추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몇 장 찍어보니 지금 쓰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가 얼마나 편리한 물건인지 알 수 있었다. 또한 렌즈가 50mm 단렌즈인지라 인물의 전신이 나오게 하려면 5m 정도 거리를 띄워서 찍어야 하므로 내가 즐겨 쓰는 줌렌즈에 비해 매우 불편했다.
1호선 석수역을 나와 김밥을 두 줄 사고 정자에서 산행 준비를 하면서 테스트하기로 한 사진을 찍었다.(10:36) 인물 전체가 나오도록 두어장 찍고 동쪽으로 향해서 숲길을 들어섰다. 길은 완만하게 상승하여 걷기에 좋다. 가끔 친구를 세워서 사진을 찍었다. 의자가 있던 자리에서 쉬는데 어떤 사람이 설치된 의자를 자꾸 훼손한다고 한다.
약간 오르막이 더 심해지는 구간을 올랐다. 지난 번 식사를 했던 자리이자 전망이 내려다 보는 바위 옆에 자리를 잡고 산행들머리의 김밥집에서 사 온 김밥으로 점심을 했다. 맥주를 나누고 오징어와 치즈, 과일과 떡도 먹을 수 있었다. 해가 쨍하고 났으면 촬영에 좋았을 터이지만 흐려있어 좋은 테스트가 될지 궁금하다. 그의 초상을 몇장 찍고 나의 인물 사진도 찍도록 부탁했다.
식사 후에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따라서 걷다가 벤치가 마련된 쉼터에서 몇 번을 쉴 수 있었다. 이야기의 주제 중 하나는 종교였다. 종교에 대해 유연한 사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는 듯했다. 종교를 주제로 의미가 있는 소설을 쓴 조성기 작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사람 다 그가 쓴 소설을 읽고 공감한 경험이 있었다. 최근에 그가 무슨 역사소설을 하나 썼다는데 구해서 읽어보아야겠다.
지난 번에 가지 않았던 길로 산을 올라가서 장군봉에 간 다음 거기서 조금 떨어진 호암산 정상(정상 표시 없음)에 가서 경관을 조망하고 장군봉으로 다시 돌아와 칼바위 능선을 탔다. 여기서부터는 자주 왔던 곳이라 아는 길이었다.(대개는 반대방향에서 올라옴) 전망바위에서 인물을 주제로 한 사진을 하나 더 찍고 계단을 따라 하산하기 시작했다.
하산 길은 서울대 캠퍼스를 우측에 두고 완만하고 길게 이어지다가 관악산 공원의 정문인 일주문을 조금 앞두고 아스팔트길과 만나게 되어 있었다. 마침 에어 젯트가 있어 신발과 옷의 먼지를 털어내고 큰길을 따라 일주문까지 걸어 내려와 오늘 걷기를 끝내었다.(17:14)
- 후기 -
친구와 걷는 길은 평일이라서 고적하고 한가했다. 호암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길은 그가 거의 매일같이 가는 경로라서 그가 앞장서고 내가 뒤를 따르는데 경사가 심하지 않게 택하였기에 힘이 덜 드는 편한 구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온 산이 주로 활엽수로 덮여 있어서 지금 시각에는 신록이 한창으로 옅은 초록의 색깔이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친구의 잘 생긴 인물상을 필카로 찍어보려고 노력했는데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다.(아직 현상 의뢰를 못 함) 노출과 거리를 수동으로 맞추어서 찍으려 할 때 매우 불편하여 현대의 디지털 카메라라 얼마나 편리한 물건인지 실감하였다. 필름을 현상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도 또 하나의 불편한 점이다.
그 날 둘이 나눈 이야기의 중심에는 종교가 있었고 맹목적으로 종교에 빠지는 어리석음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서로 공감할 수 있었다. 두 사람 다 이성적인 가치를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산행 후반의 칼바위 능선은 여러 번 왔던 곳인데 전망이 좋은 이곳에서는 양쪽으로 멀리 떨어져 펼쳐진 아파트와 고층 건물들, 서울대학교 캠퍼스 건물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 날 걸은 그 길은 내가 보기에는 은둔생활 비슷하게 하며 고교 동기들과 교류를 거의 하지 않고 지내는 친구가 걸을만한 괜찮은 구간으로 경치도 좋고 거리나 난이도도 적당하였다. 친구의 영역에 들어가서 마음으로 교류한 하루였다.
졸시를 하나 썼다.
[호암산 가는 둘레길 걸으며]
55년전 친구
몇 달 전 다시 만나
오늘 함께 산길 걸으니
산은 호암산
관악산 발치다
호젓한 산 속
초로의 두 늙은이
무슨 얘기 하는지
대화가 끝이 없구나
산전 수전 공중전
열사의 중동 얘기까지
궁금증에 물었고
답해서 즐거웠다
정제된 이야기는
종교도 뛰어넘고
삶의 지혜가
궁극의 주제다
필름 카메라 작동시켜
과거 방식 소환하고
영정사진 농담하니
파안대소 보기 좋아
현상 후가 기대 되네
칼바위 능선 가며
우측으로 서울대 보니
공부 잘 했던
그 옛날이
추억 속에 아련하네
남은 날이 온 날보다
훨씬 더 짧으리니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갈 그날까지
귀한 우정 변치 않게
호암산아 도와다오
또
친구야 건강하게
오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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