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1. 4. 15:48ㆍ백두대간 산행기 Baekdu Trails
오랜만에 백두대간길을 줄이러 나섰다. 올 가을엔 설악산에 4번이나 다녀오느라 대간길의 진행은 뒤로 미루었었는데 다시 시작한 셈이다.
이번 산행으로 세번째 희양산을 가게 되었다. 2004년 12월 29일인가 후배 2인과 100명산 산행의 마지막으로 희양산을 산행하였었고, 올 사월초파일에는 희양산과 봉암사를 구경한 적이 있었다.
(명산산행기 060505 정상은 못가고 희양산 옆구리를 통해 [1년중 1일만 개방] 봉암사로 가다 참조)
그러나 두 번의 희양산행이 백두대간을 염두에 둔 산행이 아니기에 대간길을 확실히 밟아놓을 필요가 있었기에 이번에 길을 나선 것이다.
대간길 산행은 여느 때처럼 안내산악회를 좇아가게 되었다. 아침 7시 동대문에서 S안내산악회의 버스에 올랐다. 중부내륙고속도로의 충주휴게소에서 30분이나 쉬고도 산행 들머리인 분지리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쯤이다. 내륙고속도로의 개통은 대간꾼들에게는 매우 고마운 존재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빨리 산행을 시작하게 하니 말이다.
10시 5분 분지리의 안내판을 디카에 담은 후 대간의 마루금이 이어지는 사다리재를 향해 비탈길을 올라갔다. 제법 구배가 심하여 힘이들었지만 공룡능선을 떠올려 보면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힘이 덜 든다. 능선이 시작되는 사다리재까지는 어차피 비탈을 치고 올라가게 되어 힘이 들게 생겼다.


10시 58분 약 1시간이 채 못되어 사디리재에 도착, 능선길로 올라섰다. 길이 백두대간 능선을 만나니 아주 순해진다.경사가 완만하여 이제부턴 걷기에 아주 쉬워 보인다.

능선길의 시작 지점 사다리재 - 여기서 부터 발ㅈ게 되는 대간길은 너무나 편하게 생겼다.

앞으로 보이는 이만봉

11시 29분 이만봉에 도착했다. 공기는 맑고 시원하다. 가을안개가 약간 끼어 하늘이 쾌청은 아니지만 공기는 건조하고 시원해서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걷기에 아주 좋은 날씨이다. 한없이 걷고 싶다.

펼쳐지는 숲길 1

숲길 2

12시 40분 성터에 도착했다. 과일통조림을 먹으며 잠시 쉬었다.곧이어서 희양산정상과 대간길이 갈리는 삼거리가 나왔다. 희양산을 보기 위해 정상으로 향했다. 곧 전망이 좋은 바위가 나왔다. 2004년 12월에 왔던 곳이다. 그때는 이곳이 정상으로 알았는데 정상은 약 5분쯤 더 가야 한다. 오후 1시 8분 정상에 도착했다. 희양사능 3번이나 정상은 처음이다. 그런대로 오늘 산행의 의의가 크다. 변변한 정상석이 없이 작은 돌에 희양산 998m라고 써서 세워 놓았다. 초라하고 희안하다. 정상에서의 경관은 좀 전의 바위에서만은 못하다. 다시 전망을 볼 수 있는 바위까지 백하여 경치를 보기 위해 주저앉았다. 희미하게 보이는 봉암사와 오른쪽 옆으로 가까이 우뚝 선 구왕봉을 보며 딱딱한 인절미를 씹는다.

희양산의 정상석 - 스님들이 막아서 못 가게 하던 곳이라서인지 정상석이 준비 안된 듯 하다.

희양산에서 본 구왕봉의 모습
대간이 시작되는 삼거리까지 백하니 예의 가파른 비탈이 기다리고 있다. 밧줄을 이용하여 내려가야 한다. 누군가 밧줄을 새 것으로 설치하여 놓았다. 대간꾼들에겐 정말 고마운 일이다. 약간의 스릴을 느끼며 재미있게 직벽을 내려갔다. 밧줄이 설치된 암릉을 세번 쯤 내려가니 험한 구간은 끝난다. 완만하지만 돌이 박힌 길을 조금 더 내려가서 오후 1시 49분 지름티재에 도착했다. 전에는 스님들이 이곳을 지켰다고 하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다. 다행이다. 최근에는 이 구간을 통과하도록 허용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맞는 것 같다. 정상밑 삼거리나 지름티재에서 아무도 지키지 않았기에 희양산 정상도 다녀오고 말썽없이 대간길도 통과했으니 마음이 기쁘다.

지름티재 : 스님들이 지키던 곳

지름티재의 입산금지 안내문
홀가분한 마음으로 구왕봉을 향한다. 다시 된비알이 시작된다. 가끔 밧줄을 잡으며 급한 바위길을 올라가는데 뒤돌아 보면 희양산의 자태가 준엄하다. 돌산이기 때문이다. 이제 힘도 많이 빠진지라 힘들게 구왕봉 정상에 도착하였다. 오후 2시 7분이다. 여기서 부터의 길은 완만한 내리막길로 어렵지가 않다. 조금 후인 오후 2시 27분 마당바위에 도착하니 몇분의 산객이 바위에서 쉬고 있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호리골재를 향한다.
또 하나의 큰 바위를 지나서 가는데 앞으로만 가던 길이 삼거리를 만났다. 표지기가 직진이 아니고 오른쪽 길쪽으로 달려 있어 망설이다가 오른쪽으로 진행하였다. 표지기가 없다면 직진하는 길로 잘못 들기 십상이다. 주의해야 할 곳이다. 2시 54분 호리골재에 도착하였다. 호리골재라는 표지가 없어서 이곳이 오늘 산행예정이었던 은티재로 잘못 알고 하산을 시작하였다. 원래대로라면 683m의 주치봉을 넘어야 은티삼거리가 된다.(나중에 알았으니 어찌하랴. 악휘봉 구간 때 더 뛰면 될 것이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호리골재 삼거리 - 이곳을 은티재로 착각하였다. 2004년 겨울에도 반대방향으로 산행시 통과한 곳이다.

호리골재의 산소 - 2년전의 산행 때 본 적이 있었다. 그날은 은티마을-호리골재-구왕봉-희양산-성터로 진행하였었다.
이제부터는 내려가는 길이다. 여유를 가지고 나무들을 살피며 즐겁게 걸었다. 급히 서두를 일이 하나도 없는 나만의 시간이다. 홀로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는 이 시간이 아주 흡족하다.

호리골재에서 은티마을로 내려가는 길 1

내려가는 길 2

내려가는 길 3
오후 3시 19분, 숲이 끝나고 마을이 훤히 보이는 곳까지 내려왔다. 여기서부턴 큰길이 망을로 이끈다. 은티마을은 3번째인데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마을이다. 머물고 싶은 곳인데 주변이 파헤쳐지며 환경이 변하고 있다. 안타깝다. 사과나무들이 풍성한 열매를 달고 반겨준다. 반쯤 썩은 사과 하나를 주워서 이빨로 베어 물어 본다. 맛이 괜찮다. 주차장에 가서 사과 파는 사람이 있으면 구입을 해도 될 것 같다.

은티마을을 산쪽에서 내려다 본다.

풍성한 열매

마을 한가운데 세워져 있는 희양산 등산 안내판
민간신앙이 서린 남근석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곧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3시 38분인데 산행도 끝이다.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하고나서 주변을 어정거린다. 사과 반 상자도 샀다. 산님들이 다 하산해야 서울로 출발하니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했다. 내가 하산 후 두 시간이 지난 5시 40분경 늦게 온 사람들의 식사가 끝나고 버스는 서울로 향했다. 오늘은 안개로 인해 시야가 완전하지는 못했으나 청량한 가을의 날씨 속에 진행된 순조로운 산행이었다. 만족이다.

은티마을의 남근석

산행의 종점 -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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