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6 불암산 오르며 시를 고치고 오향장육을 즐기다

2022. 3. 2. 08:23포토DOCUMENTARY

   다시 토요일이 왔다. 동료들과 불암산으로 간다. 불암산 - 수락산으로 연계산행 계획이다.(비가 오려고 하여 수락산은 못 감) 아침 10시 10인이 7호선 하계동역에 내렸다. 산길에 들어서기까지 시가지의 큰길로 한참을 가야했다. 어제까지 춥던 날씨가 변하여 기온이 영상으로 푹하다.

 

   큰길 옆으로 비워진 동네가 나타났다. 중계동 백사마을이라고 하는데 재개발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이주하고 빈집만 남은 것 같다. 보기에 을씨년스럽고 폐자재를 치울 일이 걱정된다. 버려지고 있는 주택지를 지나 산길로 들어섰다.

 

   작은 능선으로 올라서자 잠시 쉬어가자는 말과 함깨 선배가 가져온 “고막걸리“ 2병을 내놓아서 나누어 마셨다. 작은 능선은 화랑대에서 올라오는 주능선과 만난다. 82세의 선배님이 앞장서서 잘 올라가신다. 한참을 가니 헬기장이 나오는데 그 바로 밑에 성이 있는데 불암산성이라고 한다.(다른 분들이 사후에 귀띰해 줌)

 

   헬기장도 하나의 봉우리인지라 오른 후에는 다시 언덕을 아래로 내려갔다가 주봉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목제 계단이 잘 설치되어 있는데 제법 가팔라서 힘이 든다. 허위단신 숨을 몰아쉬며 정상 아래에 도착하였다.(12:35) 몇 미터 위의 정상까지는 줄을 잡고 올라가는 수고가 필요했다. 정상 바위에 오른 4인은 태극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사방을 돌아보는 동영상도 찍었는데 흐린 날씨에 미세먼지가 잔뜩 끼어서 시야가 좋지 않다.

 

   정상에서 내려와 덕릉고개 쪽으로 움직여 식사할 자리를 잡았다. 바람이 제법 부는데 마침 아늑한 곳이라 바람도 없고 10인이 앉을 만하였다. 각자 컵라면을 하나씩 먹고 떡과 빵, 과일 등 먹을 것이 많다. 술은 막걸리와 매실주, 와인을 나누어 마셨다.

 

   덕릉고개까지는 천천히 내려가는 길이라 힘이 들지 않았다. 덕릉고개에 도착하여 수락산 쪽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서울둘레길을 따라서 당고개역으로 갈 것인지 상의하였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곧 비가 올 것이라고 하여 당고개로 내려가기로 하였다.

서울둘레길은 다시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갔다가 내려거가를 몇 번 반복한다. 목제 덱크가 설치된 쉼터에서 내가 내놓은 맥주 1깡과 조미 오징어를 안주로 하여 나누어 마셨다.

 

   15:21, 당고개역에 도착하여 걷기를 끝냈다. 비가 살짝 내리기 시작한다.(그후 비는 거의 오지 않았다.) 뒤풀이를 어디서 할 것이가 토의 중 엉뚱하게 4호선이 명동으로 직접 가니 명동 중국대사관 앞 중국음식점에 가서 오향장육을 먹자고 하니까 모두들 동의한다. 전철로 33분 타고 명동에 내려서 “산동교자”라는 중국집에 들어갔다. 오향장육, 만두, 튀김, 짜장면을 시키고 술은 고량주와 이과두주를 주문했다.

 

   즐겁게 연회를 끝내고 가는 길에 치킨 집으로 5인이 들어가서 맥주를 치킨안주로 마셨다. 집에 가려고 하는데 강서구 사는 후배가 삼각지에 가서 대구탕을 먹자고 유혹한다. 4인이 삼각지역에 내려서 대구탕집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대구탕을 먹으며 소주를 마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전철 안에서 졸았다. 경로석에 앉았다가 깨어보니 다서 정거장이나 더 갔다. 급히 되돌려 집으로 왔다.(결국 주당들과 어울려 3차까지 간 셈인데 앞으로 좀 줄여야 하겠다.) 산행을 잘 하고 날이 궂다는 핑계로 술에 빠졌던 하루였다.

 

- 후기 -

 

   1. 백사마을에서 만나는 서울의 꿈.

   불암산 가는 길에 빈 마을을 만났다. 이름하여 백사마을, 약으로 효험이 좋다는 흰 뱀이 아니다. 지번이 중계동 104번지라서 백사마을로 불린다. 서울의 꿈을 안고 정착했던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운을 다하고 재개발을 위해 비어졌다. 을씨년스러워 보기에 안 좋았지만 새로이 아파트라도 서게 되면 모든 가구가 집 하나씩은 받아서 그 꿈을 이루게 되길 기원한다.

 

   2. 불암산 정상에서 장근의 도움을 청하다.

   바위로 된 정상에 섰다. 불현 듯 하늘에서 그네가 내려오는 광경을 상상해 보았다. 그 그네를 타고 하늘로 가고 싶었다. 서정주의 시, 추천사(鞦韆詞:그네)를 패러디해 보았다. 조연으로 같이 산행한 후배를 동원했다.

 

그네

 

장근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밀어 내 듯이

장근아

 

이 험상하게 우뚝 솟은 바위와

똑바로 세워놓은 태극기 깃대로부터,

흔들리는 술잔과 와인 병으로부터

아주 내어 밀듯이, 장근아

 

친구도 적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 올려다오,

부드러운 솜털같이 나를 밀어 올려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다오!

동쪽으로 간 달마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다오

장근아.

 

   3. 최불암의 시를 다시 써 보다.

   첫 줄에 “이름” 두 자를 추가했다.

 

불암산이여!

 

이름이 너무 커서 어머나도 한번 불러보지 못한 이름

내가 광대의 길을 들어서서 염치없이 사용한

죄스러움의 세월, 영욕의 세월

그 웅장함과 은둔을 감히 모른 채

그 그늘에 몸을 붙여 살아 왔습니다.

 

수천만 대를 거쳐 노원을 안고 지켜온

큰 웅지의 품을 넘보아가며

터무니없이 불암산을 빌려 살았습니다.

용서하십시오.

 

   4. 오향장육을 시식하다.

   하늘이 꾸물거려 수락산은 포기하고 일찍 산행 끝났는데, 뜬금없이 나온 오향장육 이야기가 5가지 향의 짙은 냄새를 풍긴다. 몇몇 분에게는 추억의 요리여서 꼭 먹어야 하는데, 마침 4호선이 명동으로 직행한다는 명분도 있어 33분 동안 전철을 타고 명동에 도착했다. 중국대사관 앞 “산동교자”에 들어가 오향장육을 시키고 연태고량주를 청했다. 만두와 튀김, 짜장면까지 시켜 먹다가 술이 모자라 이과두주를 추가했다. 간만의 오향장육 파티는 10인의 왁자지껄한 입담과 주인마님의 맞장구에 산으로 갔다 바다로 갔다가 겨우 제자리를 잡는다.

 

   중국집 나와서 귀가하려다가 5인이 뭉쳐 치킨집으로 들어갔다가, 4인이 다시 뭉쳐서 삼각지의 대구탕집으로 달려갔다. 4호선이 직통하는 곳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알코올이 흐르는 긴 밤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시는 없어야 할 폭주했던 밤인가 보다.

 

   ▼ 불암산 정상에서의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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