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19 삼성산 올라가서 눈경치에 빠져들다

2022. 3. 20. 23:05포토DOCUMENTARY

삼성산   토요일은 산행일이니 고교 동문들(8인과 나)과 산행하게 되었다. 서울대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관악산공원 입구에서 10시에 모이기로 했다. 10시 40분경 일행이 다 모여서 공원의 아스팔트길로 산행을 시작했다. 비가 약하게 오기에 배낭에 커버를 씌우고 우산을 폈다.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갈라져 삼성산을 향했다. 목제 계단이 나오는데 계단이 위로 계속된다.

 

   아래에선 보이지 않았던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위로 오를수록 눈이 나무 위에 쌓여있고 바닥에도 보이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보는 설경이다. 다들 경치에 감탄하며 계속해서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오른다. 사각 돌기둥이 하나 숲속에서 튀어 나오는데 전면에 ‘나무아미타불‘이라고 한자로 새겨져 있고 옆면에는 ’大淸光緖二十年甲午三月’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검색을 해 보니 광서 20년은 1894년이다. 역사를 뒤져보니 갑오농민전쟁과 갑오개혁이 있던 중요한 해였다.

 

   엿을 파는 할머니가 늘 있는 곳에 오며, “오늘은 눈 때문에 못 나오셨을 걸“하고 갔는데 눈이 왔음에도 나와 계셔서 한 분(김선배)이 엿을 팔아준다. 이곳 주변도 나무들이 눈을 이고 있어 경치가 좋다.

 

   눈이 쌓인 아스팔트길로 삼성산 정상까지 갔다. 맨 위의 통신시설 아래까지 갔다가 백했다. 길을 따라 내려오다가 우측으로 틀어 무너미고개 가는 길로 들어섰다. 조금 내려간 곳에 공터가 있어 점심식사 자리를 폈다. 식사를 하는데 나무에 붙어있던 눈이 자주 푸드득하고 떨어졌다. 자주 보기 힘든 풍경 속에서 식사를 마쳤다. 식사를 하고 나니 춥다. 빨리 걸어야 했다. 조금 급한 길인데 눈이 쌓여있어 조심스레 내딛었다. 한참 내려오니 계단이 나타나 걷기에 편해지더니 곧 무너미고개이다.

 

   좌측으로 틀어 공원입구를 향했다. 원점회귀 산행이다. 15:20경 공원입구 대문앞에 도착하여 산행을 끝냈다. 초봄에 눈이 와서 멋진 경치를 연출하고 있었는데 산 밑에선 상상을 못했었다. 올라가서 보니 신선세계였던 하루였다.

 

- 후기 -

 

   불교의 세 성인이 나왔고 카톨릭의 세 성인이 묻혔다는 성스러운 삼성산에 올라 최고의 눈경치를 즐겼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산 아래에선 상상하지도 못했다. 눈 세상의 멋진 비경이 산 위에서 나타났다. 산 속으로 들어갈수록 나무 위와 산비탈에 눈이 쌓여 있는 채로 부지런한 산객을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는 그 행운을 잡을 수 있었다. 소나무 같은 상록수에는 두텁고 넓게, 참나무 같은 활엽수의 앙상한 가지에는 가늘고 길게 눈이 내려 앉아 한 차원 높은 경치를 연출하고 있었다. 툭 툭 눈덩이가 떨어지는 나무 밑에서의 식사와 한잔 술은 환상이었다.

 

   그러나 설국의 아름다운 경치로의 여행은 잠시였다. 산 아래에 내려오니 그런 게 정말 있었을까 싶게 꿈인 양, 눈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그 경치는 마음속에만 새겨졌다. 하산과 동시에 그 경치는 허무하게 사라졌고 손에 잡히게 남은 거라곤 사진 몇 장 속의 이미지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