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22. 07:24ㆍ포토DOCUMENTARY
정말 오랜만에 독립군이 되었다.(혼자 걷기를 실천함) 그 동안 동료들과 같이 산행을 하거나 둘레길 걷기를 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져서 혼자만의 산행(또는 걷기)을 하지 못했었다. “산행은 홀로 할 때 가장 의미가 있다.”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많이 있고 나도 거기에 동조하는 편이다.
사실 산행을 독립군이 되어 홀로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여행의 계획과 실행을 자기 책임 하에 해야 하므로 좀 더 용의주도한 계획을 세우며 많은 지식을 얻게 된다. 둘째,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여행 도중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더 가거나 경로를 바꾸거나 그만 둘 수 있어서 좋다. 마지막 셋째로 가장 중요한 점은 여행하는 동안 자기와의 대화가 가능해지고 계속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자신과 대화하면서 더욱 성숙한 인간으로 변해 가지 않을는지?
아침 7시 40분경 집을 떠나 3호선을 타고 옥수역에서 환승, 경의중앙선 8:16, 동두천행 열차에 탑승, 9:14 동두천역에 도착하였다. 거기서 9:26 급행대체버스를 타고 10:10 신탄리역에 도착하였다. 13코스의 시작이 역고드름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관계로 신탄리역에서 걷기를 시작하였다. 지난 번 걸었던 역고드름까지의 약 3.7km 구간을 다시 걸었다. 10:56 첫 번째 목표인 역고드름에 도착하였다. 굴 입구의 고드름은 여전히 우람했는데 안쪽의 고드름은 그 숫자가 많이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역고드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12번 코스가 끝나고 13번 코스가 시작하는 지점이 있는데 정자, 스탬프 박스, 입간판이 있다. 그리고 바로 앞에 폐철교가 있는데 구 경원선 열차가 지나가던 곳이다.(일제 강점기)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이기도 하다.
강원도로 진입하여 둑 위로 올라가서 13코스를 시작하였다.(강원도에서는 이정표로 평화누리길이라는 명칭이 나오긴 나오는데 “평화의 길”이라는 표지가 같이 나오더니 13코스의 끝 무렵엔 평화의길 표지만 보였다. 왜 그런지 알아 볼 필요가 있다. 13코스라는 명칭도 안 쓰는 것 같았다. 이것도 알아보아야 한다.) 길 양편으로 태양광 패널이 잔뜩 나온다. 아무리해도 태양광 발전소는 경치에 보탬이 되지 않는 모양새다. 눈앞에 넓은 벌판이 펼쳐지는데 고대산과 금학산이 멀리서 우뚝 서있어 계속 눈을 주게 된다.
길옆에 쌓아 놓은 현무암도 보고 홀로 서있는 버드나무도 보면서 벌판길을 가니 백마고지역에 도착한다. 안보관광이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문을 닫고 있었다. 근처에 백마고지를 기념하는 공원도 있으나 한번 가 본적이 있어 생략하고 길을 나섰다.(백마고지는 출입금지 지역이지만 공원에서 직접 가지 않고 멀리서 조망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소이산 정상에서 백마고지를 다시 감상할 수 있었다.)
금학산과 고대산을 의식하며 넓은 벌판을 거침없이 걸어갔다. 마음 내키는 대로 힘차게 또는 힘 빼고 걷는 것이 혼자 하는 여행의 장점이다. 가다보니 길이 꺾여 산으로 향하는데 전망이 기가 막힌 소이산(所伊山)으로 오르는 길이다. 소이산은 해발이 362m 밖에 안 되어 기껏해야 길(해발 220여m)에서 140m 정도 수직거리를 올라가는 길인데 제법 힘이 들었다. 드디어 정상에 섰다.
군대가 이용하던 벙커 위가 정상인데 널찍하게 팔각형으로 광장을 만들고 나무로 바닥을 깔아 놓았다. 이상적인 OP 장소가 아닐까 생각되었는데 사방이 탁 트여 지금까지 보았던 여러 전망대 중 가장 느낌이 좋았다. 사진안내판이 있어 백마고지를 필두로 이북은 물론 이남의 여러 지형지물, 시설들과 사라진 시설들의 터를 보여주고 있었다.
전망대 위에서 넋을 잃은 듯 경치를 보다가 전망대 아래 옛 벙커안의 전시물을 살펴본 다음 봉수대가 있다는 옆 봉우리를 올랐더니 봉수대는 안 보이고 2층짜리 목제 정자가 하나 서있었다. 어기도 조망이 좋은 장소이다. 날이 추워 1층 정자에 들어가서 라면으로 식사를 했다. 바나나 우유 하나와 한라봉 한 개를 같이 맛보았다.
소이산을 내려가 큰길을 따라 다음 목적지인 철원노동당사로 갔다, 전쟁으로 반쯤 부서진 콘크리트 건물이다.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한 번 이 건물 앞을 지나갔었고 건물 외관은 사진에서 여러 번 보아 익숙한 건축물이다. 대지를 한 바퀴 돌면서 건물의 4면 사진을 찍었다.
길은 하천 옆을 한참 따라가더니 우측으로 철원향교를 바라보다가 좌측으로 꺾어서 도피안사(到彼岸寺)로 이끈다. 얕은 언덕위에 지어진 절로 통일신라 시절 도선국사가 세운 절이라 한다. 1898년에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다시 세웠는데 6.25 때 다시 소실된 것을 1957년 군에서 지어 관리하다가 나중에 민간으로 이양하였다고 한다. 파란이 많았던 절이다.
절에서 나와 조금 걸으니 “학저수지”라는 큰 호수가 나왔다. 학마을이라는 캠프 사이트가 있었고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있었는데 캐러밴도 한 대 보였다. 호수는 상상했던 것보다 크고 경치가 괜찮았다. 이곳 사람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목제 다리를 길게 놓아 물 위에 길을 만들었다. 길을 따라 가니 제법 긴 길이 호수를 끼고 도는데 ㄷ자로 돈 다음 호수를 떠나 다음 마을로 갔다. 언덕을 넘으니 오덕5리라고 마을이 나오는데 큰 교회건물이 하나 있었다.
오덕5리의 삼거리에서 좌로 틀어 한참 걸으니 대위리인데 이곳 마을회관에서 걷기를 마쳤다.(15:38, 이정표에는 대위리 검문소가 13코스의 목적지인데 다음번에 찾아보기로 한다.) 여행을 마치고 지도를 보니 동송터미널이 멀지 않다. 1시간 후에나 터미널 가는 시내버스가 있다고 하니 버스를 기다리기 보다는 거기까지 걷기로 한다. 이왕 걷는 길, 마음껏 걷기로 작정했다. 동송 읍내 가는 길에 낡은 양철 방아간을 하나 발견하여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동송에 가면 서울로 가는 버스가 있다.(예전에 금학산 산행을 위해 서울서 버스로 와 본적이 있음) 동송시외버스 터미널까지는 대위리 마을회관에서 4km 남짓한 거리인데 회관 앞에 떨어뜨리고 간 장갑을 찾으러 500m 쯤 갔다가 돌아오는 바람에 1km는 더 걸었다. 결국 GPS에 잡힌 전체 도보거리가 21.85km이었다. 마음껏 걸어 본 하루였다.
!7:00 동송을 출발한 버스는 포천을 지나서 고속도로에 진입하더니 18:42에 동서울터미널에 승객을 내려놓는다. 독립군이 되어 마음껏 걸어본 하루였다.
- 후기 -
1. 역고드름 : 터널의 틈에서 떨어진 물이 바닥부터 쌓여 거꾸로 자란 고드름이 되었다. 처음엔 신기하기도 하였지만 선전하는 민큼 크게 볼거리는 아닌 것 같다.
2. 백마고지역 : 경원선 철로는 새로 공사중이고 대체 버스가 오가지만 역에 오는 사람이 작아서 쓸쓸한 역이다. 한창 때에는 땅굴견학을 포함한 안보관광지일 것이나 코로나시대엔 행사가 없다.
3. 소이산 : 정상에 이렇게 훌륭한 전망대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북과 이남으로 사방이 잘 보인다. 수km 내에 위치한 백마고지를 볼 수 있고 DMZ 너머의 김일성고지(고암산)와 평강고원도 볼 수 있다. 철원평야가 정말 넓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혹자는 철원평야의 산물인 철원 오대쌀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4. 노동당사 : 1950년 이전에는 비옥한 철원평야의 쌀에서 걷어 들이는 세금이 공산당 정권에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이곳이 6.25 전에는 이북 땅이었기 때문이다. 이 넓은 철원평야를 우리가 수복했으니 다행이다.
5. 도피안사(到彼岸寺) : 절 이름이 재미있다. 피안에 도달했다는 뜻인데 그 피안은 깨달은 세계를 뜻한다. 피안에 도달하여 저쪽 세계로 건너갔다면 어찌 현세에 도피안사가 존재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도피안사는 그 이름대로 저쪽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6. 학저수지 : 관광명소가 될 소지가 풍부한 호수이다. 수면이 제법 넓고 주위를 목제 다리로 연결하였다.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잔물결이 일품이엇다. 물가나 물속에서 자라는 식물들로 뭐가 있는지 아직 추워서 알 수가 없었다. 워즈워스가 노래한 수선화로 채운다면 최고일 터인데.





















































































▼ 소이산 정상에서 한 바퀴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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