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1. 21:29ㆍ포토DOCUMENTARY
토요일, 다시 산요일이다. 이 번에도 혼자 독립군이 되어 평해길 9-10코스(제9길, 제10길)인 일신역 ~ 솔치 구간을 끝낼 각오로 집을 나섰다. 아침 7:35 열차를 청량리에서 탔다. 8:34 일신역 도착이다. 일신역 역사를 나와 좌측으로 가니 우측으로 꺾어 옛날 역인 구둔역으로 가는 길이 나타났다. 행인 몇 사람이 가고 있는데 평해길 가는 사람들은 아니다. 구둔역은 중앙선 선로가 바뀌어 이제 기차가 다니지 않아 폐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역사와 주변의 선로를 보존하여 사람들에게 개방하고 있었다. 기차도 한 대 가져다 전시해 놓았다.
역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와서 언덕위에 교회가 있는 마을을 돌아서 구둔고개길로 들어섰다. 전에 중앙선 철로가 놓여있던 곳이 길이 되었는데 자갈을 펴놓아 보기에 괜찮지만 걷기에 불편하다. 터널이 있는 곳에서 길은 숲속으로 돌아서 언덕을 넘은 다음 다시 옛 철로길로 복귀했다. 뒤로 돌아보니 벽돌로 입구를 막아놓은 터널도 볼 수 있었다. 옛 철로길에 난 길은 우측으로 꺾여 막다골로 들어간다. 여기 정도에서 구둔고개길은 끝나고 다음은 쌍학리 임도길로 간다. 작은 막다골, 큰막다골, 도롱골을 지나며 U자로 포장도로를 따라가는데 주변에 전원주택들이 여러 채 나타났다.
아스팔트 길이 끝나고 산으로 들어가며 포장이 안 된 쌍학리 임도가 시작된다. 이 임도는 지도상으로 약 7km에 달하는 긴 길로 산중턱을 따라가게 되어 있었다.(비슷한 임도를 지난 번 걸을 때 제8길의 고래산임도에서 겪은 바가 있다.) 같은 높이의 등고선을 따라가는 듯이 길의 높낮이가 적고 구불구불 산모퉁이를 돌게 되어 있었는데 걷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우선 바닥이 푹신한 흙길이고 낙엽도 살짝 뿌려져 있다. 길의 너비도 어느 정도 되어 답답하지 않고 산 위의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주는 곳이 많다. 한 가지 답답한 점은 길이 굽어 있어 눈앞으로의 시야가 잘 트이지 않아 먼 곳까지 미리 볼 수 없는 점이다. 슬슬 지루하질 쯤에 임도가 거의 끝나 가는데 나무를 베어내며 주변을 훼손하고 있는 현장을 지나게 되었다. 무슨 더 좋은 계획이 있는지는 몰라도 나무를 베고 땅을 파제키는 광경이 보기에 좋지가 않다.
임도가 끝나고 길은 마을 옆을 지나 철로를 통과하고 매월천을 만나게 되어 시야가 탁 트인 벌판으로 나왔다. 매월천은 이름이 석곡천으로 바뀌는데 이 하천을 따라 계속 걸으니 양동면사무소가 있는 쌍학리로 가는 찻길로 나오게 된다. 길을 따라가니 양동면사무소와 주민자치센터가 나오고 역에 도착하여 제9길이 끝난다.(12:04)
이제 남은 것은 제10길 뿐인데 8.1km 밖에 되지 않는다니 마음이 가볍다. 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마당골이라는 중국음식점에서 간짜장(7,000원)을 시켜서 점심식사를 했다. 쌍학리 마을을 나와 큰길을 버리고 석곡천 옆에 난 길을 따라 계속 걷는다. 들판 저쪽으로 철로와 고속도로가 보인다. 지도를 보니 석곡천은 내가 가는 길이 철로 밑을 통과하는 지점 근처에서 삼산천으로 이름이 바뀐다. 길은 삼산천과 평행을 이루되 약간 떨어져서 마을 안으로 들어가서 삼산역을 향해서 나아간다.
삼산역을 400m 가량 앞둔 네거리에서 길이 우측으로 꺾여 작은 하천을 거슬러 올라간다. 길 주위에 꽃들이 한창이다. 복숭아꽃의 붉은 빛이 돋보인다. 평해길은 하천 옆길의 중간 쯤에서 좌측으로 들어가서 산길을 따라가야 하는데 계속 큰길을 따라가다 보니 솔치네거리까지 왔다. 여기서 목적지인 솔치재(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선 지점)까지는 약 2km 밖에 안 남았다. 발길을 인근(1km 이내)에 전원생활하고 있는 친구네 집으로 돌렸다. 2층에 다락을 더한 주택에 도착하여 친구의 환영을 받았다.(13:50) 차를 한 잔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3시쯤 집을 나섰다. 친구의 차로 솔치고개까지 가서 사진을 찍어 완주를 기념하고 양동역으로 향했다. 삼산역에서 16:51 출발 열차표는 반납하고 양동역에서 15:43 청량리행 무궁화호 열차의 입석표를 살 수 있었다. 친구와 부인은 양동역 근처 가게에서 모종을 사서 귀가한다고 한다.
(원래라면 솔치고개까지 걸어갔다가 표를 사놓은 삼산역까지 도보로 돌아가서 열차를 탈 계획으로 총 걷는 거리가 30km에 육박할 터였다. 그러나 중간에 양동역에서 친구와 통화가 되어 자기 집에 들러달라는 바람에 그 집으로 직행하였고 친구의 차로 목적지에 가는 바람에 거리가 23km로 줄어들게 되었다.)
양동역에 5분 이상 연착하여 도착한 열차는 청량리역까지 5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오늘은 지난번과는 달리 시간여유가 너무 많은 날이었다. 물론 계획에 없던 일로 친구의 차를 이용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혼자서 힘들더라도 자신을 조련하여 멀리 30km 가까이 걸어보려던 날, 뜻밖의 일로 여정이 단축되어 23km 정도로 마감하였다. 걷기 좋은 날씨에 힘차게 걸어 본 하루였다.
- 후기 -
거리가 7km 이상이 되어 끝없이 뻗은 듯한 쌍학리 임도는 자연 풍경이 아름답다. 그러나 지도를 보지 않고 계획없이 걷는 사람에게는 어쩌면 공포가 될 수도 있겠다. 두 시간 가까이 걸어야 끝이 보이기 때문이다. 평해길 설계자가 이 임도를 걸어야 하는 길로 포함시킨 이유는 자명해 보인다. 이 임도의 자연 풍광이 아름답고 걷기에 편하도록 등고선을 따라서 나있기에 평평하고 자연 그대로의 부드러운 흙길이기 때문이다. 너비도 2m 이상이 되어 답답하지가 않다.
거기에 언덕위의 나무들이 따가운 햇빛을 막아주기도 한다. 조용히 명상에 빠져서 홀로 걷기에 이상적인 분위이다. 한 가지 흠이라면 길이 자주 등고선처럼 구부러지기 때문에 전방의 시야가 자주 차단되는 점이다. 그러나 이 약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앞을 막아서는 게 초록색의 싱그러운 녹음이기 때문이다.
임도에 관한 다른 이야기인데. 정선 가리왕산의 임도는 그 길이가 70km 이상이 된다는 이야길 들은 것 같다. 그곳에서 길을 찾겠다고 임도만 따라가다가는 큰 낭패를 당할 것이라고 한다. 다른 산에서는 임도를 따라가면 대개 산 아래의 마을과 연결되기 때문에 큰 일없이 조난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리왕산에서는 기나긴 임도를 따라가다가는 마을에 도달하기 전에 지치고 마는 위험이 있다고 한다. 임도를 버리고 산 아래로 탈출하는 방법을 써야 할 것이다.
평해길 제8길의 고래산임도와 제9길의 쌍학리임도는 자연속에 설정된 이상적인 도보 길로, 평해길 설계자의 과감한 결단에 의해 평해길에 편입되었을 터인데 그 결정이 매우 타당하고 탁월한 선택인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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