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3. 22:00ㆍ포토DOCUMENTARY
며칠 전(10월 29일, 토요일) 이태원의 좁은 경사길에서 군중이 밀집 압박하는 바람에 젊은이 156명이 죽고 173명이 다쳤다. 이 참사에 충격을 받아 마음이 울적하고 무얼 하기가 싫어 산행기 쓰는 게 늦어졌다. 지금까지 밀린 글이 여러 개 되어 빨리 산행기 작성에 착수해야겠다는 마음에 억지로라도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마음을 추슬러 써보기로 한다.
대학 시절 고교 동문산악회 소속으로 같이 산에 가던 친구가 있었다. 미국으로 이민가서 살다가 부인과 함께 잠시 귀국하였는데 그 옛날 갔던 백운대에 같이 가자고 했다. 45년 전 미국으로 건너가서 직장에 다니며 잘 살다가 은퇴하여 고국을 방문하여 50년도 더 지난 때에 친구들과 올라다니던 북한산을 지목하였고 그 대표 봉우리인 백운대에 가고 싶다고 한 것이다. 이런 뜻을 알고 동행자를 모집한 결과 15인이 모였고 친구 내외를 더하면 17인이 백운대 등반에 나서게 되었다.(1인은 뒤풀이에만 참석)
플래카드를 하나 만들고 10시에 북한산우이역에서 만났다. 도시락을 각자 지참하도록 했다. 조금 힘들게도 생각했으나 다들 잘 걸어 주어 마침 곱게 든 단풍을 감상하며 백운산장까지 잘 올라갔다. 테이블 두 개에 둘러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간단한 환영의식을 치렀다. 동기산악회장과 동기동창회장의 환영사가 있었고 손님의 답사가 있었다. 나는 시를 써서 낭송하는 기회를 가졌다.
식사 후 여성 두 분은 먼저 천천히 하산하기로 하고 나머지 14인은 계단과 쇠막대 난간을 이용하여 백운대로 올라갔다.(산행에는 16인이 참여하였다. 1인은 뒤풀이에만 참석) 정상에 서서 잠시 다른 사람들이 사진 찍는 것을 기다리다가 태극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마침 날이 맑아 펼쳐진 경치를 멀리까지 감상할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미국 친구와 다른 친구 둘을 인도하여 4인이서 무당골의 산악인 추모비로 갔다. 추모탑 앞에서 엄숙하게 묵념하였는데 친구가 알았었던 작고한 3년 선배 두 사람의 이름 패도 산악인들 이름과 같이 있었다. 우이동에 내려와서 삼겹살집에서 뒤풀이릃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나는 틈나는 대로 사진을 찍고 중요한 사진들을 추려서 앨범을 하나 주문 제작하여 며칠 후 친구에게 선물하였다.
과거를 회상하는 산행이자 현재를 확인하는 산행이었다. 추억 속 과거의 백운대를 더듬어 보고 현실에서 우리가 얼마나 어렵게 또는 쉽게 백운대까지 도달할 수 있었을지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한 두 사람이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다행히 큰 무리 없이 13인이 정상까지 갈 수 있었고 산행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금상첨화로 날씨가 맑고 시원하여 미래에도 반추할 수 있는 하나의 새로운 추억을 만든 날이었다.
- 후기 : 그날을 기념해서 쓴 시 2편 -
[친구의 백운대 독백] : 친구의 심정을 상상하여 씀
언덕 위 흰 구름 흘러 가 머무는 곳
백운대
너는 꿈이고 이상이었다
대저 진리는 춥고 높은 곳에 있는 법
흰 눈 덮인 너는 진리였고 계시였다
너를 홀로 두고 나는 먼 길 떠났다
흰 구름 흘러가듯 표표히
아메리카의 꿈을 향해 난
큰 바다를 건너갔지
이 산하 놓기 싫었지만
드림을 찾아 나는 갔지
미완의 꿈 한국 산하를
친구들에게 맡기면서
그러다가 다시
물 건너서 찾아왔다
역시 너의 의젓한 자태
묵묵히 나를 기다렸구나
오늘 너의 어깨에 올라
너를 안아보고 만져본다
정상에서 휘날리는 태극기가
흘러가는 흰구름과 어우러지니
꿈과 현실이 만나는구나
그 시절 산친구들 그리워라
명환 선배 먼저 떠나고
원익도 가고 길호도 없군
이 절절한 그리움 어찌 주체할까
아녜스 이제 날개를 펴시오
떠날 때가 되었나 보오
당신의 손을 잡고 태평양을 건너 가리다
이 산하 두고 가기 싫지만
아메리컨 드림을 완성하러 갑시다
언덕 위 흰구름 흘러 가는 곳
진리는 춥고 높은 곳에 있는 법
거기서 난 세상을 내려다 보았소
아녜스 이제 날개를 펴시오
떠날 때가 되었나 보오
당신의 손을 잡고 태평양을 건너 가리다
[백운대에서 거듭 나련다]
삼각산 높은 봉
경동의 수호천사
우리를 지켜준 산
백운대
너를 두고 하는 말
오늘에 우리가
너를 만나러 다시 왔다
우이구곡 숨어있는
한국의 샤모니
우이동서 시작하여
하루재 고개 넘어서
백운산장 들렀다가
천신만고 올라왔다
프랑스에 몽블랑(Mont Blanc) 최고라면
한국에는 백운대지
너는 늘 변함없이
단정하고 의연하구나
너를 닮아서 우리도
은인자중하고
유유자적하였지
서쪽으로 가면 히말라야
동쪽으로 가면 바다 건너 록키산맥
북에는 백두산
남에는 한라산
산들의 중심에
너 백운대가 솟아있다
세상의 중심에 서서
평화로운 세계를 꿈꾸자
우리는 산악인
산 밑의 시비에
일희일비 아니 하고
오로지 더 높은
저 산정 위에 목표를 두고
자신의 자존감과
신의 가호를 믿으며
말없이 전진할 각오다
우리는 삼각산인(三角山人)
경동인이다
분쟁을 초월한 한 차원 높은 곳
너의 어깨 위에 머무르며
세상의 기를 듬뿍 취하고
진정한 인간이 되어 하산하련다.
인생의 진리에 이르기까지
은근과 끈기로
온갖 고난을 극복할 뿐
언제나 절망도 포기도 없다
너를 닮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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