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6. 08:06ㆍ포토DOCUMENTARY
3월 4일 토요일, 고교 동기산악회의 시산제 날이다. 아침 9시반에 불광역 모이는데 병원에서 혈압약을 처방받아야 했다. 병원은 9시에 연다. 9시 10분 전 쯤 병원에 가서 의사를 기다려 9시에 혈액검사 결과를 청취하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샀다. 지하철 앱으로 첵크해 보니 9시 42분 불광역 도착이다. 회장에게 먼저 가라고 통보하였다.
불광역에 내려서 2번 출구 나가니 아무도 없다. 부리 낳게 시산제 장소를 향해 출발했다. 부지런히 걸었다. 구기동 가는 큰길을 화장실 있는 곳에서 벗어나 우측 탕춘대성을 휘감는 산길로 들어서니 가파른 경사길이다. 서두르니 더 지치는 것 같다. 한참을 열심히 가니 맨 후미 동료들이 벤치에서 쉬고 있다. 그들 중 한 친구와 나머지 친구들을 남겨두고 앞질러 갔다. 제사에 늦을까 걱정이 되어 마음이 조급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동안 길을 잘 따라가다가 탕춘대성의 암문을 지나자마자 좌측 길로 진행해야 하는데 얼떨결에 우측으로 들어서서 한참을 갔다. 4-500미터를 가서야 뭔가 잘 못 된 것 같아 앱(산길샘)의 지도를 보니 이북5도청 쪽으로 가고 있었다. 길을 잘 못 들어 방향이 빗나간 것이었다. 뒤로 돌아서 암문까지 다시 와야 했다. 알바를 한 것이다.
암문으로 돌아와 부지런히 산을 오르는데 평소보다 더 지치는 기분이다. 약 1km를 10여 분간 잘 못 갔으니 그렇지 않아도 바쁜데 설상가상이다. 제 길로 한참을 힘겹게 전진하는데 아까 앞질렀던 친구를 다시 만났다. 먼저 간 줄 알았는데 왜 이제 오느냐고 묻는다. 알바를 했다고 말하고 다시 그를 앞장서서 나아갔다. 동행하던 친구는 그로기(groggy) 상태가 되었는지 못 견디고 다른 친구와 천천히 갈 테니 먼저 가라고 한다.
시간이 급하니 그렇게 하마하고 앞으로 내달리는데 발이 마음처럼 재빠르게 움직여 주지 않는다. 지친 걸음으로 다른 산객들 뒤를 따라서 보통 속도로 올라갔다. 드디어 포금정사 자리가 나왔다. 우리 시산제 장소는 절 터에서 계단을 두 번 올라가서 나오는, 포금정사 터보다는 약간 좁지만 아늑한 장소이다. 겨우겨우 계단을 올라가니 시산제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다행이었다.(뒤에 처진 친구는 나보다 30분 뒤에 제사가 끝날 때쯤에서야 도착하였다. 요 며칠 술을 계속해서 마셨다고 고백한다. 술 경기가 좋았던 셈이니 산행에서의 부진은 받아들여야 할 듯하다.)
곧 이어서 시산제가 시작되었다. 해마다 두어 번씩 겪는 일이라 제관이 바뀌었고 의식은 대체로 비슷하다. 절을 엎드려서 드리기에 귀찮아서 제관과 술을 올리는 사람 빼고는 모두들 서서 하는 배례로 대신했다. 봉투에 일금 얼마를 넣어서 플라스틱 돼지 입에 물리고 절을 세 번 했다. 산신령에게 올 한해도 무사산행을 비는 행위이다.
시산제가 종료 후 내가 써 온 기념시를 다른 사람이 일동에게 낭독해 주었다. 음복 후 온 길을 되짚어 내려왔다.(불광역으로 원점회귀 하였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길이 약간 달라졌다.) 불광동의 개성만두집에서 뒤풀이를 가졌다. 날이 따뜻하고 여러 친구들이 참석하여 화기애애한 시산제 산행이 되었다.
- 후기 -
시산제 시간에 대어 간다고 서두르다가 알바를 하게 되었다. 알바를 하게 되면 평소 산행 때보다 사람이 더 지치게 마련이다. 탕춘대성의 암문을 통과하자마자 좌측으로 갔어야 하는데 친구와 둘이 급하게 서두르는 바람에 다른 산행 팀을 따라서 우측(이북오도청 방향)으로 갔다. 시간이 급한 김에 속도를 내서 한참 갔는데 무언가 이상했다. 낯선 곳이다. 일이 잘 못된 것을 알고 지도를 보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뒤로 돌아서 암문으로 돌아갔다. 하산 후 GPS앱을 보고 계산해 보니 왕복 거리 1km(각 500m)를 16분간(각 8분) 헛손질한 셈이 되었다. 산행 시 지도를 좀 더 자주 볼 필요가 있겠다.
알바를 하게 되면 마음이 조급해 지니 평소 산행 때보다 더욱 지치게 된다. 20년 전 쯤 100대 명산을 가기 위해 홀로 산행 중 전남 장성의 방장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썩은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바람에 넘어져서 팔에 타박상을 입었던 것이 아마도 알바의 첫 기억 같다. 그 후 산악회를 따라 간 백두대간 대관령 구간에서 혼자 앞장 서 나갔다가 한 시간 가량 한참 길을 잃었던 추억도 생각났다.
최근에 단체로 산행을 하는 낙동정맥 종주에서는 여럿이 가면서도 짧은 알바를 심심치 않게 하곤 한다. 그때마다 GPS 앱 지도를 보고 경로를 수정하곤 한다. 내가 산행을 해 온 제법 긴 역사에서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길고 심한 알바는 없었던 게 다행이다. 산에서는 바쁜 나머지 급하게 가다가 길을 잃느니 차분하게 제 길을 확인하며 서두르지 말고 가야겠다. 유익한 교훈을 하나 얻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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