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060101 제53차 구간(한계령-공룡능선-설악동)을 신형 BMW 타고 미리 주파해 본 이야기

2006. 10. 12. 16:34백두대간 산행기 Baekdu Trails

저의 절친한 친구이자 은연중의 라이벌 BMW님의 공룡능선 산행기가 올라와 있군요. 우리가 올해 마지막 날이자 새해 첫날 계획하고 있는 어려운 구간입니다. 미리 가상으로나마 연구를 많이 하면 할수록 산행에 감이 잡힐 것이기에 다시 한번 학기말 레포트를 쓰는 대학생의 심정으로 설악산 횡단 가상산행기를 시간운영에 중점을 두어 써 봅니다.

 

설악의 미는 천하가 이미 인정하는 바이고 그날 우리가 어느 곳을 걷고 있더라도 빛이 있는 한 설악의 빼어난 경치는 우리들 마음속에 각인되고 그 순간들을 오래 반추하며 나머지 삶 동안 그리워하게 될 것입니다. 그 경치를 혹자는 카메라에 담을 것이고 혹자는 글로 쓸 것입니다. 걸어가면서나 쉬면서 보게 되는 경치에 대해 멋진 감상문을 쓰는 것은 서정시인이 다 되신 우리 BMW에게 맡기고 저는 드라이하지만 운행시간을 계산하는데 공을 들이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그날 산행이 이 글처럼 원만히 이루어지길 바래 봅니다. 이 글을 작성한 또 하나의 이유는 저의 친구이자 라이벌인 BMW님께서 공룡능선을 이미 통과하시고 산행기를 쓰셨기에 저도 좀이 쑤셔 가만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사람들은 요리의 달인에다 식성이 좋아서 날아다니는 것은 비행기 빼고 다 요리해서 먹을 수 있고 네발 달린 것은 책상 빼고는 다 먹는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지요. 그러나 이 우스개가 가진 한가지 한계는 네바퀴 달린 자동차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입니다. 아마 그들도 자동차는 요리를 못할 것 같습니다. 특히 낡은 외제차를 요리하기는 쉽지 않겠지요. 그러나 저는 오늘 자동차의 일종인 BMW를 요리하려는 거창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망치나 스패너 또는 식칼로 요리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 키보드로 요리합니다.(입으로 요리한다는 말씀임. 그리고 참! BMW 는 저의 일용할 양식이자 밥이라서 자주 저의 요리재료가 됩니다.)

 

1월1일 새벽 공룡능선을 주축으로 하는 설악산 횡단의 소요시간을 예상해 보는 것이 이 글의 주요 목적입니다. 그 예상을 위해서는 BMW를 분석(요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유용한 데이터들을 챙겨 봐야겠습니다.

(1) BMW는 2004년 9월 한계령-대청봉-희운각-무너미고개-신선봉-마등령-비선대-노루목을 14시간 반에 통과한 사실을 그이가 올린 산행기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BMW가 외제차이긴 한가 본데 고물차는 고물차인가 봅니다. 송백에서 준 이 구간 겨울철 주파시간(13시간)보다 11.5% 느린 속도입니다.

(2) 송백의 데이터는 얼마 전 A코스 통과 12시간에서 최근 13시간으로 8.3% 늘려 잡고 있습니다. 겨울철 보통속도로 간주해 봅니다.

(3) 지난 번 제가 미리 썼던 산행기에서 산도깨비, 하이맛, BMW, 송백의 속도지수를 다시 옮겨 보면 표 1. 과 같이 되며 이를 확인하면 각각 산도깨비=1.00, 하이맛=1.34, BMW=1.56, 송백=1.49  임을 다시 상기시켜 드리겠습니다.

 

표 1. 산도깨비 속도를 1.00 으로 할 때의 각자 속도지수

 

산도깨비

하이맛

BMW

송백

51차, 52차 2구간 합계시간

544분

727분

850분

810분

산도깨비 속도를 1로 할 때의 속도지수

1.00

1.34

1.56

1.49

 

위의 실적 자료를 가지고 산도깨비(가장 빠름), 하이맛(중간임), BMW(가장 후미) 3인의 한계령(공룡능선 통과)-설악산 구간 산행시간을 계산해 볼 수 있었습니다. 구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우선 송백시간 780분(13시간)을 송백 속도지수 1.49로 나누면 523분(8시간 43분)으로 기준속도인 산도깨비님 산행시간이 나옵니다. 이제 산도깨비님의 시간을 기준으로 하이맛의 속도지수 1.34와 BMW의 속도지수 1.56을 곱하면 하이맛과 BMW의 산행시간이 얻어지는데, 각각  11시간 41분과 13시간 36분이 나오게 되며 표2. 와 같습니다.

 

표 2. 송백시간이 13시간으로 주어질 때 각자의 예상 산행시간 

구분

송백보통님

산도깨비

하이맛

BMW

기정/미정

미리 주어짐

예정시간

예정시간

예정시간

산행시간

13시간(780분)

8시간 43분(523분)

11시간 41분(701분)

13시간36분(816분)

 

문제는 BMW가 이론적 계산값인 13시간36분이 아니고 약 한 시간(정확히는 8.0% 증가) 늘어난 14시간 41분이 걸린 실적(2004년 9월 26일)을 가진 것입니다. 이론값 대 실적치의 비율이 100 :108 이라는 말씀이지요.

 

두 가지의 선택이 있습니다. 표 2. 의 시간을 그대로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BMW의 14시간 41분에 맞추어 다른 사람들의 속도를 조정하는 표를 만들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결론은 보류하고 BMW 의 실적에 맞추어 다른 사람들의 속도를 조정하기 위해 표를 2개 만들어 봅니다.

 

표 3. 은 속도지수인데 표 1. 을 내용은 같이 하면서 형식만 약간 변형한 것입니다. 즉. BMW의 속도를 1.00 으로 할 때 다른 사람들의 속도지수를 다시 내어 봅니다. 이 역시 간단합니다. 표 1. 에서 어느 사람이던 그 사람의 속도지수를 BMW 의 속도지수 1.56 으로 나누면 됩니다. 산도깨비님의 경우 1 나누기 1.56 = 0.64 하는 식이지요. 그래서 표 3. 이 얻어졌습니다.

 

표 3. BMW 의 속도를 1.00 으로 할 때의 속도지수

 

 

BMW

산도깨비

하이맛

송백

속도지수

1.00

0.64

0.86

0.96

   

다음으로는 BMW 의 소요시간 14시간 41분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들의 상대적 소요시간을 구해 보면 표 4. 와 같이 됩니다. BMW의 실적으로 확인된 시간 14.5 시간에 각자의 속도지수를 곱하면 되는 작업입니다.

 

표 4. BMW 소요시간이 14.5 시간으로 주어질 때 각자의 예상 산행시간 

구분

BMW(1.0)

산도깨비(0.64)

하이맛(0.86)

송백(0.96)

기정/미정

2005.9.25. 실적시간

예정시간

예정시간

예정시간

산행시간

14시간 41분(881분)

9시간 24분(564분)

12시간 38분(758분)

14시간 01분(846분)

 

 

표 2.(송백의 기준시간)와 표 4.(BMW 의 실적 기준시간) 의 소요시간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우선 표 2. 처럼 송백의 시간을 채택할 경우 BMW가 13시간 36분(실적시간보다 1시간 5분 빠름)에 이 구간을 주파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점이 남구요. 저의 경우에도 BMW 보다 2시간 정도(정확히는 115분) 빨리 11시간 41분에 주파해야 하는 부담이 남게 됩니다.

 

표 4. 처럼 BMW 의 시간을 기준으로 할 경우 송백의 시간을 다시 14시간으로 공고해야 하는 고통이 보스님께 부과되겠습니다. 저의 경우는 널널하게 휘파람 불며 12시간 반 정도에 주파하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렸습니다. 제가 글을 쓰고 있는 동안 BMW님이 제 글 밑 아래에 맨 먼저 굴비(꼬리글)를 다셨는데 "그때보다 주력이 향상되었음을 감안하시기를....." 이라고 쓰셨군요.(감사합니다.) 자신감의 발로이자 학습효과의 승리입니다! 그 효과는 과거시간 881분이 지금 예상시간 816분으로 65분이 줄어든 수치입니다.(7.4% 단축) 과거를 1.00으로 볼 때 현재 지수 0.926 이 됩니다.(이 지수는 다시 써 먹게 됩니다.)

 

BMW 가 그 동안(2004 년 9월 25일 부터 지금까지 1년하고도 3개월 간) 산에 정말 열심히 다닌 결과 학습효과 내지는 주력향상으로 공룡능선구간을 지금 주파한다면 한 시간 5분을 줄일 수 있다는 말씀에 다름 아니겠습니다. 우리는 이제 짧은 시간으로 이루어진 표 2. 를 택하면 됩니다. 

 

겨울의 여타 조건들로 인해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눈, 얼음, 바람, 기온 등 인데 보스님은 평균해서 1시간을 더해 놓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13 시간을 이 구간 송백 보통인의 주파시간으로 확정하고자 합니다. 이미 말씀드린대로 BMW 의 승락도 받았습니다.(첫번째 굴비 참조)

 

그날(1월1일) 표 2. 의 확정시간에 맞추어 산도깨비님, 하이맛,  송백 보통인과 BMW 의 중요 지점 통과시간을 예상해 보겠습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이 각 소구간의 소요시간인데 이에 관한 데이터는 BMW 가 이미 실측했던 데이터가 있으므로 그 시간을 이용하면 됩니다. 그는 이제 어제의 BMW가 아니기에 그가 학습효과로 얻은 단축시간으로 표시하는 것이 필요해 지는데 2004년 소구간(이정표간) 소요시간(구형 BMW 운행시간)에 아까 구했던 속도지수 0.926을 곱해서 BMW 의 새로운 소요시간(신형 BMW 운행시간: 그의 12월 31일 소요 예상시간)이 구해집니다. 이것을 표로 나타내면 표 5. 와 같습니다.

 

표 5. 구형 BMW  vs. 신형 BMW의 중요지점까지의 누적 소요시간 대비표(단위 : 분)

이정표

한계령

대청봉

희운각

마등령

비선대

설악동

2004년 구형BMW

0

291

376

668

816

881(14H41M)

2005년 신형BMW

0

269

348

619

756

816(13H36M)

 

 

위 표는 소구간 사이의 소요시간을 구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입니다.

 

반복 산행으로 거듭난 우리 BMW 님의 속도를 기준으로 산도깨비님, 하이맛, 송백보통님의 이정표 통과시각을 계산하여 정리하니 표 6. 이 얻어졌습니다.   

 

표 6. 거듭난  New BMW 의 속도를 1.00으로 할 때 각인의 중요지점 통과 예상시각

이정표

한계령

대청봉

희운각

마등령

비선대

설악동도착

New BMW(1.00)

02시04분

06시33분

07시52분

12시23분

14시40분

15시46분

산도깨비(0.64)

02시00분

04시52분

05시43분

08시36분

10시04분

10시42분

하이맛(0.86)

02시02분

05시53분

07시01분

10시54분

12시54분

13시42분

송백보통님(0.96)

02시03분

06시21분

07시37분

11시57분

14시09분

15시06분

 

어젯밤 여기 쯤 쓰다가 그만 두고 집에 갔습니다. 오늘 아침 제 글 밑에 달아주신 산도깨비님의 굴비가 중요점을 시사해 줍니다. 산도깨비님은 넉넉하게 잡은 표 4.의 시간이 그분께 맞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그분의 시간은 제가 예측했던 8시간 43분보다 41분 늦은 9시간 24분이 걸릴 것으로 조정해야 하는데 설악동 도착시간은 11시 24분이 될 것입니다. 그래도 매우 빠른 시각입니다.

 

지금까지의 추론을 정리해 봅니다. BMW와 하이맛은 표2.를 기준으로 하여 표 6.의 예상시각을 적용하면 되고 산도깨비님은 본인이 원하시니 약간 여유시간을 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송백보통님에 대해서는 각자 계산해 보시게 하렵니다.

 

문제는 제가 표 6.의 시각을 지켜 11시간 42분만에 이 어려운 구간을 통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저는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 합니다. 자신감을 가지렵니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긴 합니다.

(1) 기상이 악화되지 않은 적당한 겨울날씨일 것.

(2) 지난번처럼 알바의 추억을 만들지 말 것.

 

이렇게 돠면 저의 주요지점 통과시각이 정해지고 각 지점에서 할 간단한 행위나 감상만 적으면 이 레포트는 끝날 것 같습니다.

 

2006년 새해 첫날, 꼭두새벽인 02시 02분 저는 송백산악회를 따라 설악을 횡단하기로 하여, 캄캄한 어둠속에 한계령 매표소(그런게 있었는지? 새해 첫날 돈 받나요?)를 통과하여(그날 새벽길에 달이나 별이 있었는지 대모산님께 여주어 볼까요?) 한참을 부지런히 얼어붙은 길을 걸어서 3시 19분 서북주능에 올라섭니다. 4시 10분에는 한계령+4.1km 라는 이정표에 도착합니다. 쉬지도 않은채 조금 더 부지런히 걷다보니 5시 8분에는 끝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어둠은 아직 짙어서 헤드랜턴을 끌 때는 아닙니다. 적막 속에서 부지런히 갈 길을 가는 송백인들의 발자욱 소리와 저의 거친 숨소리만이 적막을 깨고 있었습니다.

 

약간의 내리막을 빠르게 통과하여 중청대피소에 도착한 시각이 5시 34분, 대청봉을 가지 않고 희운각으로 직행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그러나 여기 오기 전 요 몇일 사이 그분께 새해 첫날 아침 다섯시에서 여섯시 사이에 설악 정상으로 꼭 오시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놓았으니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꼭 가야 합니다. 약 5분간 쉬다가 소망을 품고 어둠속의 대청봉을 향합니다. 그래서 5시 53분 드디어 해발 1,708m의 설악산 정상에 서게 되었습니다.

 

새해의 일출을 여기서 맞고 싶지만 갈 길이 바쁘기에 약 5분간만 머무릅니다. 사방은 캄캄하고 멀리 속초시와 양양시의 불빛들이 보석처럼 빛납니다. 정상에는 정상석을 배경으로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는 산님들이 몇 분 계시고 띠엄띠엄 사람들이 오고 가고 있었습니다. 어둠 속 한 쪽에 조용히 비켜서서 저는 그 동안 설악정상에서 하려고 생각해 두었던 기도를 올렸습니다. 물론 소리는 내지 않고 마음속으로만 기도하였기에 줄을 이어 정상을 오고 가는 다른 이들은 눈치채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늘 저와 송백인의 무사산행을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저희 가족의 건강과 안녕. 남북통일. 거창하지만 세계평화. 이런 거 당신께서 다 해 주세요. 그리고 BMW의 행운.' 거기선 이 정도로 줄여야 했습니다. 산정에는 칼바람이 불고 저의 안면은 얼얼하고 몸이 떨릴 지경이었습니다. 또한 5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그분께 너무 많은 걸 요구할 순 없었습니다. 그러나 짧더라도 간절히 기도해야 했습니다. 저의 마음은 절실한데 날씨와 시간은 저를 재촉합니다. 너무 춥고 바람이 불어 제가 눈치를 못 챘지만 검은 복면들 사이에 그분이 숨어 계셔서 저의 기도를 들어 주신 것만 같았습니다.

 

중청대피소로 다시 백하여 그 아래의 소청을 통과하고 험한 언덕을 어렵게 내려가 희운각산장에 도착한 시각은 7시를 1분 넘긴 시각이었습니다. 다행히 송백에서 정한 A코스 커트라인인 7시 40분보다는 반시간 정도 먼저 도착한지라 한 시름 놓게 되었습니다.(BMW 의 희운각 도착시각은 7시52분이었는데 12분 때문에 컷트라인에 걸리게 되었지만 그가 산행시간 동안 기록에 들인 시간을 빼달라는 어필을 받아들여 주최측에서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무거운 다리를 쉬고 간단한 요기도 할 겸 10여분의 귀중한 시간을 내어 봅니다. 오늘 저의 아침은 습식이 아닌 건식입니다.(빵을 말합니다.) 제가 김밥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어젯밤 김밥을 맛있게 싸주겠다는 하마부인의 제안을 물리치고 제가 직접 동네 제과점에서 사온 팥빵 2개를 게눈감추듯 먹어 치우고 무너미고개를 향합니다.  아침해가 뜰 때인지라 명작사진을 만들려면 좋은 자리에서 일출을 맞아야 합니다.

 

허위단신 헉헉거리며 7시 반경 신선봉까지 달려가 겨우 황홀한 일출을 신선봉에서 맞았습니다. 붉게 물들어 가는 언덕과 해와 나무들을 카메라에 넣으며 아까 정상에서 했던 기도를 다시 드려 보았습니다.

 

'세계평화, 남북통일 되어서 나머지 백두대간도 열어 주시길...'

 

해뜰 무렵의 장엄한 경치와 벅찬 감격의 묘사는 BMW에게 맡기기로 진작 결정해 두었기에 제 마음은 분주하지 않고 아주 편안하게 있는 그대로의 경치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BMW 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면 그는 거의 깜박 죽는 시늉이라도 하며 이 아름다움을 아주 진실되게, 과장을 좀 섞겠지만 아래와 같이 진지하게 표현할 겁니다.

 

(1) '금강산의 암봉 들에 바칠 찬사를 아껴두기 위해  설악의 기기묘묘한 암벽들을 보고도 이 정도에서 감탄사를 접어두자니' 

 

또 한편

 

(2) '삶이 이리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저도 모르게 흥분됐습니다.' 운운...

 

그가 앞에 쓴 산행기 중에서 인용한 두 구절들입니다. 저흰 그저 눈물만 흘려 주면 됩니다. 

(BMW야 정신차려, 여긴 천국이 아니고 백두대간여. 천국은 한참 더 걸어 가야 돼.)

 

해가 뜨는 화려한 잔치가 끝나면 갈길이 먼 저의 초라한 그림자가 돌위에 길게 늘어지겠지요. 이제 움직여야죠. 반쯤 얼음에 덮힌 오르막 내리막 돌길을 걷고 걸어 10시 54분 마등령에 도착하여 잠시 숨을 돌립니다. 돌위에 올려진 나무오리도 오랜만에 제게 인사하는 듯 합니다. 지난 10월 16일 아침 미시령에서 예까지 와서 서로 인사를 나눈 뒤 두달 반만입니다. 그의 단정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봅니다. 이제 큰 고비는 다 지났기에 여유를 가지고 설악동까지 내려가면 됩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험한 내리막길이고 얼어붙어 있는지라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지겨운 비탈길을 두 시간 가까이 힘을 내어 내려가다 보니 12시 40분 좀 지나서 금강굴 입구에 도착하였습니다. 거의 다 왔나 봅니다. 덤으로 금강굴까지 보고 싶었으나 오늘은 참기로 합니다. 돌로 된 비탈길을 거슬러 올라가려니 다리도 아프고 오늘은 이 정도의 산행이면 족하다고 생각되어 그냥 지나칩니다. 철다리를 건너고 터널로 된 상가를 지나 12시 54분 비선대에 도착합니다.

 

이제 설악동 주차장까지는 널널한 길입니다. 평지길인지라 뛰다싶이 내려갑니다. 신이 나는 걸음입니다. 이제 갈 곳은 반가운 떡국과 버스가 기다리는 최종 목적지입니다. 주차장 도착시각은 오후 1시 42분 정각이었습니다.  마지막 구간에서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오는데 비선대에서 주차장까지 48분이 걸렸습니다.

 

2대 남은 송백버스가 반가히 맞아줍니다. 맨 먼저 떠나는 3호차는 산도깨비님 이하 도깨비들(들도깨비, 밤도깨비, 낮도깨비 등등)을 다 태우고 1시 정각에 이미 날라 버렸답니다. 도깨비들보다는 속도가 느리지만 그래도 날쌘 사람들이 탄다는 2호 버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박수쳐주는 사람도 없었지만 그분께서 저 위에서 쳐주시는 박수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그 먼길을 제가 쓴 시나리오를 따라 시간을 지켜낸 제가 대견스러워지는 순간이도 했습니다. 전지를 아끼기 위해 산행내내 꺼두었던 휴대폰을 켜고 서울 집에서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을 하마부인에게 무사하산을 보고합니다.

 

'오늘도 무사히 하산했오. 동부전선 이상없음.'

 

하마부인 왈, '서부전선 이상없음. 오버.'

 

이렇게 하여 대단원의 커튼은 막을 내리고 저도 퇴장할 때가 되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저의 산행도 무사히 끝났습니다. 백두 천국에서 산밑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은 여느 때처럼 고통스럽지만 해님의 축복을 받은 씩씩한 소년처럼 한치의 양보도 없이 월요일(다음날인 1월 2일)을 작업하렵니다.

 

오늘 중국사람들도 못 하는 일인데, 제가 용감하게도 감히 BMW를 요리해서 송백님들이 맛있게 드시도록 송백에서 빌린 비닐하우스 한가운데에 있는 길쭉한 사각형의 테이블에 올려 놓고 보니 웬지 뒤가 켕깁니다. 저의 일용할 양식이 되고 만 BMW가 저를 원망할 것 같아요. 친구에게 슬그머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독백을 날려 봅니다.

 

'BMW 야, 미안하다. 오늘 내가 자기를 일용할 밥으로 요리한 거 말여, 뭔가 좀 자길 거시기하게 만들었지? 자기 얘길 중심으로 풀어가다 보니, 사실 자기가 이글의 주인공인 셈여, 내가 자기를 좀 많이 씹었나봐. 내가 날린 잔 펀치들 말여. 자기가 미워서 날리는 게 아녀. 사랑의 매라고 생각해 줘. 응? 우린 친구잖아. 나 자길 언제나 거시기 뭐여? 사랑하구 있단 말여.'

 

그러고 있는데, BMW 가 날린 문자메시지가 제 핸드폰에 떴습니다.

'씰데 없는 소리 말고 무사히 다녀 오기나 하라구. 내가 그까짓 잔 펀치에 쓸어질 줄 알았다면 오산이지, 난 나대로 계산이 있다구. 두고 보라구'

 

후기 : 안타깝게도 BMW 는 구형이라서 핸드폰으로 문자 날릴 줄 모를 겁니다. 그리고 그는 1월 1일 산행에 참석 못한답니다.

 

그래서 제가 드린 이 얘기도 무효라나 봅니다.

 

(끝)

출처 : 송백산악회
글쓴이 : 하이맛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