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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한북정맥 임꺽정봉 구간(경기도 양주시)
산행거리 : 17.7km
산행코스 : 축석령-천보산릉-공사장-덕현초교-큰테미-샘내고개-청엽굴고개-임꺽정봉-오산삼거리
산행시간 : 2006년 10월 3일 8시 45분 -> 14시 25분(약 5시간 40분)
송백에서 대간종주에 뜻을 두고 동쪽과 남쪽의 백두대간 산줄기를 밟으며 이 봉우리 저 봉우리를 누비고 다닌지도 어언 일년이 꽉 찼습니다. 일요 백두대간을 주종목으로 하고 가끔 일요 명산산행과 최근에는 토요명산에 참여했으되 정맥길을 마음먹고 걸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정맥에 대한 관심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실행에 있어 게을렀다고 하는 편이 맞겠지요? 사패산에서 포대능선을 지나 자운봉으로 해서 우이암에 이르는 길도 한북정맥길일진대 그길은 도봉산 산행으로 몇 번 가 본 적이 있기도 합니다.
또한 친구 BMW에 이끌려 주엽산능선을 눈속에 주파해 보기도 했지요. 그리고 두어달 전에는 속리산 천왕봉에서 남쪽으로 갈령까지 한남금북정맥길의 최북단길을 걸어 보기는 했습니다만 정맥은 저와 먼 거리에 있었습니다. 우선은 백두대간에 몰두하는 것이 저의 정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추석을 사흘 앞둔 오늘(10월 3일) 송백에서 제공하는 한북정맥 탐사가 있다기에 기꺼이 거기에 동참하였습니다. 정맥길도 걸어보고 정맥의 재미를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결과는 대간과 정맥은 아주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오늘길의 많은 부분이 마을과 큰 길을 지나야 했기 때문인지 그 이미지는 대간산행시 느끼는 재미와는 아주 달랐습니다.)
한북정맥이라 함은 백두대간의 추가령(752m)에서 시작하여 백암산(1,110m), 적근산(1,073m), 대성산(1,174m)을 거친 뒤 서서히 서남진하여 마지막 파주의 장명산(102m)을 일으키고 황해로 잠기는 한강 북쪽의 산줄기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재 국토의 분단 때문에 북한구간은 물론 적근산과 대성산에 이르는 남한구간 역시 출입을 할 수 없고, 마루금은 대성산 남쪽의 수피령에서 시작하여 파주 장명산에 이르는 약 160여km 구간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복주산, 광덕산, 백운산, 국망봉, 강씨봉, 청계산, 운악산, 수원산, 죽엽산, 호명산, 한강봉, 도봉산, 상장봉, 노고산, 현달산, 고봉산, 장명산 등이 마루금을 잇는 주요 산입니다.
주요산으로 볼 때 오늘의 코스인 축석령-샘내고개-오산삼거리 구간은 죽엽산과 호명산 사이에 있게 되고 임꺽정봉과 산세가 수려한 불곡산을 아깝게도 살짝 비켜가게 되며 수피령-장명산 전체구간을 10으로 보면 북쪽에서 약 10분지 6이나 7 쯤 되는 중간 토막이 되겠습니다.
10월 3일 아침 추석연휴의 느긋함 속에서 즐거운 산행을 생각하며 6시 5분 집을 나섭니다. 김밥짐에서 김밥 두 줄을 사고 버스를 탔는데 경동시장근처에서 지체합니다. 평소보다 10여분을 지체한 후에야 왕십리역에 도착, 전철을 탈 수 있었지만 지각할까봐 조마조마합니다.
처음으로 지각하는 사태가 생길까 노심초사하며 유인물의 송백 전화번호를 휴대폰에 옮길까 말까 하는 사이 전차는 잠실역에 도착하는데 시각은 6시 58분입니다. 바람같이 개찰구를 나가 3번출구 높은 계단을 허위단신 올라가니 푸른색 송백호가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들국화대장이 반가히 맞아줍니다.
오늘은 버스 이동거리가 짧고 중간에 휴게소가 없기에 하남시 만남의 광장에서 좀 더 길게 쉰 다음 버스가 출발합니다. 버스는 휴게소에서 북쪽으로 유턴하여 도시순환고속도로를 통하여 산행들머리인 43번 국도상의 축석령으로 향합니다.
차내에서 회장께서 오늘의 산행을 설명합니다. 오늘 코스는 한북정맥 중 가운데 토막이라고 할 수 있는 중요구간인데 한가지 흠은 산줄기가 낮고 구간내의 중간 중간에 도시화가 진행되어 길찾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축석교회주차장으로 해서 올라가다가 운동기구 설치지점에서 좌측길로 갑니다. 좌측길에 들어서자 마자 다시 우측길로 올라가야 합니다.’
이렇듯 복잡하게 설명은 시작되고 우리가 유념해야할 것들로는 산봉우리와 산길 이외에도 헬기장, 고개, 골프장, 공사현장, 학교, 군부대, 철조망, 철도, 도로, 아파트, 묘지, 유격장, 청엽굴고개 등등 한이 없습니다. 회장님의 설명은 끝없이 계속되는데, 저는 이 모든 길잡이들을 다 머릿속에 넣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은 ‘앞사람을 놓치면 알바할 게 분명하다’라는 생각에 ‘여하튼 걸음을 빨리하고 표지기와 안내대장들을 좇아가자’라고 마음 속에 다짐합니다.
(오늘은 길이 너무 복잡하여 알바를 하더라도 자연스러운 일일 거라는 회장님 말씀에 다들 기합이 들었는지 결과적으론 아무도 알바를 안하고 운행시간도 6시간 이내로 된 신기록을 탄생시킨 산행이라고 합니다.)
8시 42분 버스는 축석고개 삼거리에 회원들을 내려 놓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잠시 산행준비를 한 다음 국도 43번의 큰길을 건너 반대편에 있는 축석교회까지 내려가서 뒷산으로 이어진 정맥길을 찾아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8시 46분)

차량들로 분주한 43번 국도의 축석령 삼거리
조금 가니 설명대로 운동기구가 나오고 좌측길로 들었다가 우측으로 경사로를 올라갔습니다. 이후론 산도깨비님 이하 선두가 설치한 표지기를 보며 편히 산행합니다. 7-8명이 뭉쳐서 2진이나 3진 쯤이 되어 계속 잰걸음으로 산행을 합니다. 들국화대장이 오늘따라 큰 목소리로 즐겁게 이야기하며 갑니다. 맑은 가을날 긴 휴일의 가운데 토막을 택하여 산행하는 우리들 마음은 가을날 푸른 하늘처럼 맑고 시원합니다.
산을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 쯤엔 저멀리 불곡산이 그 수려한 자태를 보여주며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듯 합니다. 9시 37분 탑고개와 로얄골프장을 가리키는 팻말에 도착합니다.

멀리 뒷편 불곡산의 수려한 자태를 보며 전진
9시 44분 골프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잔디가 멋있게 자라서 관리가 되고 있는 경관입니다. 우리가 대간길을 가며 보는 수수하고 자연스러운 경관과는 대비가 됩니다. 골프장엔 이미 골퍼들이 나와서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어쩌면 우리 산객들보다 더 부지런할지도 모릅니다. 주변의 골프광들에게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골프를 치기 위해 제법 떨어진 골프장에 가기 위해서(대개의 골프장이 도시에서 제법 떨어져 있습니다.) 아침 5시에 떠나는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자연을 거스르며 만들어 놓은 페어웨이와 그린을 보며 ‘길들여진 자연과 길들여진 산행’이라는 주제를 생각해 봅니다. 길들여진 것들은 보기에 좋고 행하기 쉽고 친근미가 넘칩니다. 그러나 야성을 잃고 자유로운 사고나 행동을 두려워하며 홀로서기에 실패할 위험이 있으며 스테레오 타입에 빠지기도 쉽습니다. 소위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입니다.

골프장 - 길들여짐의 편리함과 자유의지의 거세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자 누구인가?
골프장의 6번홀을 지나 5번홀의 서쪽으로 빠져나오니 산길에 천자봉님의 붉은색 표지기가 나뭇가지에 달려 있었습니다. 매우 반가웠습니다. 혼자서 이 길을 가며 우리들처럼 여럿이 아니라서 길을 찾는데 힘이 들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 고생에 비하면 오늘의 고생은 별 것 아닐 것입니다.

골프장을 벗어난 직후의 숲길

천자봉님이 달아 놓은 붉은 표지기 -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골프장을 나와 숲길로 해서 길을 건너서 조금 가니 10시 2분, 거대한 공사장이 나왔습니다. 양주고읍지구 택지개발지구로서 산을 깎아내서 도시를 만드는 중인데 산들이 다 들어내어지고 거의 평지로 변하여 붉은 흙이 다 들어나 현재로선 흡사 사막같은 경관이었습니다. 한편에선 아직도 백호가 덤프트럭에 흙을 퍼담고 있었습니다.

금수강산에 사막이 출현하다.
이곳의 약 2km 정도의 정맥길은 이제 완전히 파헤쳐져 그 의의가 과연 있을런지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정맥길을 그대로 따라갈 수도 없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게 도시화가 진행되는 중이었습니다. 아직 집이나 길이 들어서지 않은 드넓은 개활지의 마른흙을 밟으며 우리는 걸음을 빨리 했습니다. 볼거리가 거의 없는 황무지 아니면 사막에 준하는 지역이기에 빨리 빠져나가려고 걸음을 빨리 합니다.
도시를 만들기 위한 토목작업이 사방 약 2km를 사막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사막은 다른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있을 수 있는 풍경이 되었습니다. 다 깎아내고 다시 채워넣는 이런 개발방식에 대한 안타까움이 치솟았습니다.(친환경이니 지속가능한 건축이니 하는 생태보전의 개념들이 이곳 양주엔 안 통했나 봅니다.)
고즈넉하고 수수한 마을들의 앞산이나 뒷동산의 소나무 참나무 무성한 사이로 다소곳이 수줍게 나있던 친밀하던 정맥길이 사막으로 변한 것입니다. 곧 아스팔트와 아파트, 아니면 초라하게 콘크리트 담장으로 구획된 근린공원으로 변할 것입니다. 지금 걷고 있는 정맥길이 진짜 그 길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맥길을 걸으면서도 정맥길을 그리워해야 하는 역설의 정맥탐사길입니다.
가칭 사막에 들어간 시각이 10시 2분, 사막을 빠져나와 큰길을 건너 덕현초등학교에 도착한 시각은 10시 26분이었습니다. 이 24분의 시간은 앞서가는 선두의 모습이 멀리에서도 보이는 개활지이기에 알바의 염려는 없었지만 재미없고 의미없는 구간이었습니다.
다시 마을을 지나고 새로 나는 중인 큰길을 건너 리본을 따르며 산으로 들어가니 군부대인지 철조망이 나타나고 그 옆에 난 경사로를 오르며 힘겹게 진행합니다. 여기쯤에선 회원들의 능력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나기 시작합니다. 능력껏 열심히 각자의 짐을 지고 목표를 항해 열심히 갑니다. 저는 거의 뒤쪽에 처져서 땡볕속을 걸었습니다. 길이 우측으로 구부러지며 철조망과 헤어져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지점이 큰테미입니다.
큰테미에는 운동기구가 있고 긴의자가 있어 쉬어 가기에 적당한지라 회원들이 멈춰서 휴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11시 5분에 도착한 저도 한참을 쉽니다. 물을 마시고 회원들이 주시는 과일을 맛있게 들었습니다.

큰테미 휴게소에서 휴식함
산길을 조금 내려가니 한승아파트 네 동이 나타납니다.(11시 25분) 목이 말라서 찬 것이 먹고 싶은 마음에 얼른 슈퍼에 들러 얼음과자를 하나 사서 입을 즐겁게 하며 가던 길을 갑니다. 리본을 좇아 조금 가니 절개지를 내려가 경원선 철로를 건넌 다음 다시 절개지를 올라서 산길을 벗어나니 샘내고개에 도착합니다.(11시 38분)
여기서 분주한 3번국도를 건너야 합니다. 회장께서 버스를 타고 먼저 도착해서 산행지휘를 하고 있었습니다. 붉은 신호에 막혀있던 산님들과 만나 같이 43번 국도인 큰길을 건너 경사지를 올라 잘 가꾸어진 무덤옆을 지났습니다. 위로 솟은 길이 숲속을 통과하며 여기서부턴 길이 약간은 정맥다워집니다. 가끔 시야가 트인 곳에서는 불곡산의 바위 봉우리가 수려하게 나타났습니다.

다시 나타나는 수려한 불곡산 - 주봉(상봉)을 중심으로 우측이 임꺽정봉
숲속을 힘겹게 오르다가 벤취가 있는 곳에서 쉬어가려고 앉아서 쉬는데 대모산님과 먼 동님이 도착하여 식사를 하고 가기로 하였습니다. 시각은 12시를 조금 넘긴 때였습니다. 식사를 시작하여 조금 되었는데 구름 나그네님이 도착하시기에 같이 참여하시길 권유, 같이 식사를 즐겁게 하였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네 사람은 자연스럽게 한 조를 이루어 산행의 후반부를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12시 28분 금광아파트와 정상의 갈림길 팻말에 도착 좌측으로 진행합니다. 10분쯤 가니 도락산 안내도를 게시해 놓은 곳에 도착, 역시 좌측으로 진행합니다.
거기서 10분 쯤 더 가니 12시 46분 ‘님의동산 추모공원’ 건설현장에 도착하는데 찻길이 나 있고 이곳이 창업굴고개인 것 같았습니다. 비포장 넓은길을 따라 3분을 내려가니 철조망으로 쳐진 유격장이 나타났습니다. 이야기들은대로 유격장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안은 사람이 없이 조용했습니다. 마침 수도간이 있어 물을 트니 시원한 물이 콸콸 쏟아지기에 물을 마시고 수통에 물을 보충할 수 있었습니다.

유격장의 시설물 중 하나
유격장안에는 훈련을 위한 시설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길은 산을 향하여 약간은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우리들 넷은 각자 쉬거나 사진을 찍으며 얼마 남지 않은 임꺽정봉을 향하여 천천히 올라갑니다.
1시 22분 임꺽정봉 약간 북쪽 전망이 끝내주는 전망바위에 서게 되었습니다. 반야님이 먼저 와서 쉬고 계신데 송백회원 아닌 젊은이들과 이야길 나누십니다. 사진을 찍느라 천천히 운행하는 대모산님을 기다리며 잠시 쉬고 저도 주변의 산세를 눈과 사진기에 기록하고 모처럼 동영상도 하나 기록하였습니다. 오늘 산행의 대단원이 될 임꺽정봉은 전망바위에서 5분밖에 안 걸리는 지척이었습니다.

전망바위에서의 전망사진 1

전망사진 2(사진 1의 우측에서 이어짐)

전망사진 3(사진 2의 우측에서 이어짐)

전망사진 4(사진 3의 우측에서 이어짐)
임꺽정봉으로 올라가는 직벽 가까운 절벽에는 로프가 2-3m 간격으로 두줄기인데 저는 왼쪽 로프를 잡고 바위를 올랐습니다. 배낭은 밑에다 둔채로 처음엔 겁을 먹었는데 올라가니 그럭저럭 올라갈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오후 1시 30분 임꺽정봉의 정상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정상에선 누군가 매점을 차리고 술과 음식을 팔고 있었는데 여러 사람들이 음식을 사먹거나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백정의 자식으로 태어나 모순된 사회구조속에서 몸부림치던 임꺽정, 그는 과연 민중을 구할 의적이었는지 아니면 험준한 지형에 의지해 과객을 터는 한낱 도둑에 지나지 않았는지 판단이 잘 안 섭니다. 작가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을 읽은지도 너무 오래 되었나 봅니다.)

임꺽정봉의 정상표시석
이곳에선 불곡산 정상으로 길이 이어지고 이 길은 오늘 가는 정맥길에는 포함이 되지 않는 길인지라 포기해야 했습니다.(천자봉님은 지난 6월 27일 한북정맥 종주시 실수로 이곳에서 블곡산 정상인 상봉 쪽으로 갔다고 합니다.)
13시 50분, 임꺽정봉에서 로프를 타고 다시 내려와서 조금 가니 다시 험준한 암벽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행히 로프가 두 갈래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조금은 위험하지만 재미있는 길이었습니다. 로프를 타고 내려온 순간 오늘 산행은 거의 끝나고 있었습니다.

위험하기에 재미있는 로프타기(하강)
눈앞의 369봉은 군주둔지인지라 오르지 못하고 그 전에서 좌측으로 꺾어 오산삼거리쪽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이 길은 정맥길과 약간은 어긋나는 구간인지라 흥미가 반감되는 평범한 숲길이었습니다. 돌길을 걸어나와 350번 지방도와 만나고 지방도를 따라 동남쪽으로 조금 내려오니 송백호 새한관광의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느 때라면 산행이 한참일 오후 2시 24분이었습니다.

내려와서 뒤돌아 보는 임꺽정봉

뒤돌아 본 임꺽정봉과 불곡산(우측)
(후기)
처음으로 정맥길 산행기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축석령-샘내고개-오산삼거리 구간은 도시화가 진행되는 곳이자 혼잡한 길이었지만 한북정맥의 주요 부분인지라 걷게 되었습니다. GPS라도 장만해서 독도법 연구를 위해서라면 한 번 쯤 더 가 보고 싶은 비산비야의 한북정맥 가운데 토막이었습니다. 정맥길을 가면서도 마음속으론 좀더 수려한 정맥길을 꿈꾸며 걸었습니다.
그래도 서쪽으로 진행하면 산세가 수려한 불곡산 근처엔 임꺽정이 진을 쳤던 꺽정봉이 있어 구간 산행의 클라이막스였고 로프를 타고 오르내리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 근처는 산도 높고 길도 적당히 험하며 경치도 좋아서 정맥의 재미가 쏠쏠한 곳이었습니다. 내쳐서 불곡산 정상까지 갔었더라면 더 좋았을 겁니다만 다음을 기대해야겠지요.
일찌감치 도착한 잠실, 회원 몇분과 생맥주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왕언니, 산과 들님, 먼 동님, 반야님, 대모산님, 구름나그네님, 유경택님 감사합니다.)
보통 때보다 일찍 도착한 집엔 저만 혼자입니다. 물색없이 주는대로 넙죽넙죽 받아마신 맥주에 취해 뒹구는데 열어젖힌 베란다 너머 나뭇잎 사이로 한을 품었던 임꺽정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꺽정 왈, ‘도탄에 빠진 민중의 원성이 들리지 않사옵니까?’
하이맛, ‘내가 취한 것이 백성을 외면한 것이더냐? 그러는 너는 좌파냐?’
‘그러하옵니다.’
‘좌파라 함은?’
‘나누어 먹어야지요?’
‘나눌 것은 누가 만들더냐?’
‘알 바 없지요.’
‘무책임한 좌파로다.’
(하이맛, 국가와 민족을 걱정하며 정맥산행의 피로로 조용히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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