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930 올 가을의 첫 번째 설악 기행
2006. 10. 17. 17:47ㆍ명산산행기 Famous mountains
산행지 : 설악산 대청봉, 봉정암, 백담사
산행코스 : 오색-대청봉-소청봉-봉정암-구곡담계곡-수렴동계곡-영시암-백담사-주차장
산행일자 및 시간 : 2006년 9월 30일 오전 2시-오후 1시 40분(11시간 40분)
9월 29일-30일 W산악회를 따라 설악산을 다녀왔다. 올 가을에는 설악을 세 번은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의무감보다는 흥미가 솟는 여행이 될 것이다. 우선은 설악의 단풍과 암봉들은 보기 위해 이번이 첫 번째 가는 길이다. 다음에는 S산악회를 따라 10월 7-8일에 입산이 잘 안되는 곳을 다녀올 예정이고 마지막으로는 10월 20일 경 서중원군 등 동기들과 다시 한번 다녀올 작정을 하고 있는 중이다. 설악의 수려한 경치를 자주 볼 수 있다는 즐거움이 올 가을을 지내는 큰 은총이라고나 해야 할까?
2006년 9월 29일 W산악회의 버스를 타기 위해 밤 10시 10분전 사당역에 도착했다. 좌석은 지정제라서 17번을 부여받았다. 18번 좌석에는 오늘 동행하기로 한 김관석군이 앉을 예정인데 그는 다음 스톱인 양재역에서 탈 것이다. 나보다 5-6년 연배가 어린 김관석씨는 건축설계사무소 소장으로서 우리 동기 김관순군의 친동생이다. 80년대 초에 우리 학교에 근무한 적도 있어 그때부터 교우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 사람의 특기가 산행과 사진찍기(산 사진과 야생화 사진)인지라 산행에 있어서는 나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그의 홈피가 http://at.co.kr 이므로 관심 있는 분은 한번 방문해 보기 바란다.)
밤 10시 5분 사당을 떠난 버스는 곧 양재에 도착하고 김군과 여러 산객들이 승차하였다. 오랜만에 만나는 김군은 예술가답게 턱밑에 수염을 달고 왔다. 반가이 인사를 하고 내일 코스를 논의한다. 오색에서 대청봉을 오른 다음 공룡능선->설악동 코스와 구곡담->백담사 코스가 있는데 어느 곳을 가느냐의 의논이다. 공룡코스는 제법 힘이 드는 곳이라서 사진도 찍으며 느긋하게 하는 산행에는 맞지 않을 것 같아 구곡담으로 해서 백담사로 여유를 가지고 내려가기로 결정한다. 대청봉까지는 천천히 가야만 최고봉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으므로 어차피 대청봉에는 늦게 도착할 것이므로 공룡은 무리일 것 같았다.
양재를 떠난 버스는 성남시 복정역에 잠깐 들른 다음 하남시를 지나 팔당대교를 건너고 양평으로 홍천으로 깊은 밤 속을 달려간다. 버스 안에는 안면을 위해 불도 다 끈 상태였다. 평소에 잠이 많고 잠을 잘 잔다는 김군은 옆에서 잘 자고 있다. 약간의 불면증을 겪고 있어 평소에도 잠이 적은 나는 쿨쿨 잘도 자는 김군을 부러워 하며 같이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은 오지 않고 이런 저런 상념만이 머릿속을 채운다. 창밖엔 캄캄한 어둠속에 건물들이 내비치는 불빛이 반짝이는데 버스는 엔진소리를 내고 밤을 가르며 설악으로 달려간다.
12시 50분 한계령입구인 남설악광장 휴게소에 도착했다. 설악을 갈 때면 대개 무박이었는데 그때마다 밤 1시 쯤 되면 늘 들리던 곳이라 낯익은 곳이었다. 시간이 넉넉하니 식사할 사람은 식사를 하며 산행준비를 하라고 안내자가 말한다. 우린 식사할 배가 없다.

남설악광장
오전 1시 반 경 한참을 쉰 후 버스는 오색을 향해 출발하였다. 10여분후 몇사람을 한계령에 내려 놓은 후 2시 정각 오색 남설악 매표소앞에 도착하였다. 오늘은 다행히 2시부터 산행을 허가한다고 한다. 오전 2시 3분 매표소를 통과하여 헤드랜턴을 켜고 산객들과 줄을 이루어 대청봉을 향해 진군이다.
매표소 직원이 오늘 설악의 일출시각은 6시 16분이고, 지금부터 4시간 15분 후라고 알려주었기에 김소장과 나는 되도록 천천히 운행하자고 합의한다. 남설악매표소에서 대청봉까지는 5.0km로서 보통 3시간이면 충분할 거리이다. 만약 일출전에 대청봉에 도착한다면 센바람에 그곳에서 견디기 힘들어 중청산장으로 내려가야 할지도 모르기에 시간조절이 필수였다.
오늘 오색-대청봉길에 제법 사람들이 많다. 피크 때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지만 해드랜턴을 머리에 쓰거나 플래쉬를 손에 든 전기불의 행진이 캄캄한 어둠에 끝없이 이어지는데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별들이 반짝인다. 길은 초장부터 제법 경사가 져서 힘이 드는데 날씨는 춥지 않아서 긴팔 티셔츠 위에 짧은팔의 얇은 조끼 차림인데도 몸속에서 땀이 난다.
사람의 줄을 따라 1.7km 지점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새벽 3시가 조금 안 된 시각이다. 한시간에 1.7km를 왔으니 전체가 5km, 이 속도로는 두시간 후이면 도착이다. 안될 말이다. 더 자주 길게 쉬기로 한다. 물을 마시고 어둠속에서 인물사진도 찍어 본다.

어둠속을 지키는 팻말 - 정상까지 3.3km

김관석 소장 - 수염이 이채롭다.
그후로도 여러번 쉬고 물을 마시고 이야기를 하며 서행하여 대청봉 0.5km 전 지점에 도착한 시각이 5시 50분이었다. 날이 훤하게 밝아온다. 이제 일출시각이 26분 후로 닥아왔으니 시간을 잘 맞춘 셈이다. 지금부터는 보통 속도로 그냥 정상으로 올라가면 된다.
헤드랜턴을 끄고 약간의 바람이 부는 돌길을 한참 걸으니 정상이다. 6시 3분 드디어 설악정상인 대청봉 표지석에 도착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정상주위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으며 법석을 치는데 다행히 바람이 불지않아 날씨가 견딜만 하다. 다만 바람막이 옷을 꺼내서 입어야 적당할 정도이다. 많은 사람들이 동녘 바다를 보며 해가 뜨길 기다리고 있다.

대청봉 정상 - 서로 사진찍을 자리를 넘본다.
오늘따라 수평선 위로 구름층이 끼어 수평선에서의 일출을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러나 구름층위로는 하늘이 맑게 개어 있다.
6시 16분 드디어 구름속으로 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일출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부지런히 해뜨는 모습을 여러 컷 분주히 카메라에 담는다. 6시 28분까지 12분간 26컷의 일출사진을 찍어 보았다. 김소장도 일출촬영에 한창이다. 오늘 그래도 괜찮은 일출을 보았다고 귀띰한다.

일출 1

일출 2
일출 촬영을 끝낸 둘이는 정상석엔 사람들 때문에 접근 못하고 정상 약간 서쪽 바위 위에서 먼 곳의 경치를 더 담아 보았다. 서쪽 멀리 점봉산 너머에 구름이 깔려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바다와 같이 멋있다. 그 광경을 또 찍는다.

점봉산너머의 운해
자리를 옮겨 이번엔 동북쪽 공룡능선 쪽을 조망하며 사진을 찍는다. 중앙에 공룡능선을 넣고 설악산 전경을 몇장 더 찍었다. 사진광인 김소장은 나보다 몇 배나 더 시간을 들여 여러장의 사진을 촬영한다. 이번에 나는 그가 사진찍는 폼을 카메라로 잡아 본다. 진지한 표정과 프로다운 몸짓이다. 그가 내 사진을 하나 찍어서 선사한다.

대청봉에서 공룡능선을 내려다 보다.

프로의 자세

김소장이 찍어서 선사한 사진 - 색깔이 환상적이다.
우리는 천천히 중청대피소를 향하여 내려갔다. 정상에서 머문 시간이 족히 한 시간은 되었다. 오전 7시 7분 중청대피소에 도착하였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대피소에 들어가진 못하고 밖에 자리를 잡고 아침식사를 하였다. 나는 떡과 맥주 두 캔을 꺼내고 김소장은 빵과 포도를 꺼낸다. 새벽에 잠시 요기를 했기에 아주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맛있게 음식을 먹고 맥주를 마셨다.

중청대피소로 내려가는 길

중청대피소
이제 우리는 느긋하게 소청산장을 향하여 내려갔다. 사진을 촬영하고 멀리 펼쳐지는 경치를 감상하며 가다보니 7시 51분 희운각과 소청대피소가 갈라지는 소청봉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우측 희운각까지는 1.3km이고 공룡능선 가려면 역시 우측으로 가야 한다. 좌측 소청대피소는 0.4km 밖에 안된다.

소청봉의 갈림길 팻말
더 내려가서 오전 8시 7분 소청대피소에 도착하였다. 건물이 양쪽으로 펼쳐져 있어 규모가 제법 크다. 동문들과 다음에 온다면 이곳에서 잘 수도 있기에 매점 주인에게 묵는 방식을 물어 보았다. 예약은 할 수 없고 먼저 오는 순서대로 잘 수 있는데 자리는 200석이 된다고 한다.(반더룽산악회를 따라가면 이곳에서 숙박하게 된다고 한다.) 숙박비를 묻는 것을 깜박 잊었는데 지리산 세석산장처럼 6,000원이 아닐까 샐각되었다.

소청대피소의 우측 윙 건물

소청대피소 본체 건물
잠시 휴식을 취한 둘은 다시 다음 목적지인 봉정암을 향하여 산길을 내려간다. 김소장은 사진을 찍느라 좇아 오지 못하고 계속해서 뒤로 쳐진다. 오랜만에 좋은 먹이감인 암봉들을 보면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김소장은 사진찍기 적합한 장소를 계속 노리다가 드디어 봉정암 전에 작은 암봉을 타고 오른다. 좋은 장소를 발견한 것이다. 5형제봉이라는 멋진 암봉을 찍게 되었다. 바로 밑에 봉정암이 있고 용아정성릉이 시작되는 곳이다. 그곳에 머물며 여러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나는 디카의 밧데리가 10여분 밖에 없어 사진을 삼가야 했다. 김소장도 파노라마 카메라의 슬라이드필름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제 디카로 밖에는 찍을 수 없게 되었다고 아쉬워 한다.(그는 두 대의 커다란 카메라와 카메라 고정용 1자형 스틱을 소지하고 올라왔다.)

오형제봉의 위용

오형제봉을 지나면 용아장성릉 멋진 암봉이 시작된다.
소청산장에서 봉정암까지의 거리는 0.7km이다. 이 0.7km를 40분이나 걸리며 내려가 8시 50분 봉정암 절에 도착한다. 매우 큰 불전 건물이 중앙에 지어져 있고 해우소도 매우 규모가 큰데다가 샘에선 물이 풍부히 흐르고 설거지 시설의 안내문까지 있어 이곳이 설악산 산행이나 불교도들의 순례에 있어 중요한 곳임을 알게 한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수도에서 수통에 물을 가득 채운 다음 9시 12분 쯤 구곡담계곡으로 들어섰다. 우측으로 경사로를 올라가면 사리탑을 갈 수 있으나 오늘은 꾀가 나서 생략한다.

봉정암 1

봉정암 2
이제부터는 구곡담계곡->쌍문동계곡->수렴동계곡으로 수렴동산장까지 계곡이 연속되는데 바로 곁 북쪽으로 경치가 수려한 용아장성릉을 평행으로 이고 가게 된다. 용아장성릉은 설악에서 가장 험준한 능선이자 경치가 제일 좋다는 곳인데 현재는 출입이 금지되고 있는 곳이다. 출입은 안되지만 계곡에서 올려다 보는 것은 자유다.
계곡은 돌바닥과 계류, 폭포와 단풍, 용아의 암벽 등 기기묘묘한 경치가 얽혀 있는 곳인데 카메라의 전지를 아끼느라 사진을 몇장만 찍으며 눈으로 경치를 넣기로 하고 내려간다. 여기저기 나무들의 줄기와 돌이 흩어져 있고 가끔은 철제다리가 떠내려가다 주저앉아 있어 이곳에 올여름의 수해가 제법 심했음을 느끼게 한다. 돌바닥과 단풍, 이름을 확인 못한 폭포 하나를 사진기로 찍는다. 김소장은 왕성하게 찍고 있다.

계곡의 단풍

계곡의 돌바닥

이름 모르는 폭포

옹아장성릉의 암봉
계곡길을 1시간 반이나 계속 내려가는데 물이 흐르는 돌바닥 옆으론 철난간이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고 자주 폭포가 나오지만 비슷한 경치가 계속되니 지루한 감마저 드는데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답답하다. 오늘 산악회에서 받은 시각은 백담사밖 공용주차장에 오후 3시 40분까지 도착하는 것인데 이정표가 없어 시간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곧 수렴동산장이 나올 터인데 이상하다고 생각한 우리는 속도를 조금 높이기로 한다. 김소장이 앞에서 빠른 속보로 걷고 내가 그 뒤를 따른다. 한참을 내려가니 드디어 수렴동 산장에 도착하는데 그 시각이 11시 37분이다.

수렴동 대피소
안내지도를 보니 여기서 백담사까지는 1시간 50분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백담사에는 오후 1시반 도착인; 적당한 시각이다. 백담사에서 바깥 주차장까지는 걸으면 두시간, 셔틀버스를 타면 20분이면 충분하다.
이제는 상황판단이 좀 되고 서둘 필요가 없는지라 정상적인 속도로 진행한다. 길도 이제 아주 평탄하고 넓게 전개된다. 한두번의 오르내림이 있은 다음 울창한 숲에 난 넓은 길은 우리를 백담사에 도착하게 한다. 오후 1시 6분이다.

백담사 전경
우리는 개울을 건너 백담사 절로 들어가 쉬면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하나씩 입에 문다. 시원하긴 한데 너무 달다. 천천히 돌다리를 지나 개울을 건너니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서 첫 번째 버스로 백담사를 나올 수 있었다. 오후 1시 41분 백담사매표소 종점에 버스가 도착하고 우리는 내려서 주차장을 찾았다. 바로 주차장이 있고 그 입구에 화장실이 있었다. 우리는 화장실에 들어가 느긋하게 세수를 하고 발을 닦는다. 버스가 설악동에서 산객들을 싣고 오려면 두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백담사 매표소를 나와서 돌아 봄.
우리는 한 매점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맥주 두병과 오징어 땅콩, 소주 한병과 황태 한 마리를 차례로 시켜 다 먹은 다음 배낭속의 오징어와 과자까지 먹으며 시간을 죽였다. 드디어 4시가 넘어서 버스가 주차장에 도착하고 짐칸에서 식사가 내려지고 산객들에게 서비스된다. 이미 입에 많은 것을 넣은 우리는 간단히 밥을 먹고 소주 한잔씩만 마셨다.
5시쯤 버스는 백담사 외부 주차장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우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잠에 빠진다. 드디어 나도 잠을 좀 잘 수 있게 된 것이다. 용두휴게소에 도착, 잠시 쉰 후 버스는 다시 서울로 향했다.
(후기)
철이 좀 이르지만 설악 단풍을 구경하고 동기들과 갈 길을 미리 답사할 겸 설악산을 다녀왔습니다. 올해 3번 예정인데 그 3분의 1을 이룬 셈입니다. 단풍이 최고조는 아니지만 고지대의 단풍은 볼만 했습니다. 그러나 낮은 곳은 아직 초록색이었습니다. 지인인 김관석소장이 동행해 주었고 많은 것을 그에게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진에 몰입하는 것에서 배웠지만 특히 대청봉의 일출을 위해선 속도를 죽여야 한다는 그의 충고는 저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늘 앞으로 쉬지않고 전진하는 것이 저의 스타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말(7-8일) 다시 설악에 들어갑니다. 그때 소식 전하기로 하고 이만 줄입니다. 안녕...
산행코스 : 오색-대청봉-소청봉-봉정암-구곡담계곡-수렴동계곡-영시암-백담사-주차장
산행일자 및 시간 : 2006년 9월 30일 오전 2시-오후 1시 40분(11시간 40분)
9월 29일-30일 W산악회를 따라 설악산을 다녀왔다. 올 가을에는 설악을 세 번은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의무감보다는 흥미가 솟는 여행이 될 것이다. 우선은 설악의 단풍과 암봉들은 보기 위해 이번이 첫 번째 가는 길이다. 다음에는 S산악회를 따라 10월 7-8일에 입산이 잘 안되는 곳을 다녀올 예정이고 마지막으로는 10월 20일 경 서중원군 등 동기들과 다시 한번 다녀올 작정을 하고 있는 중이다. 설악의 수려한 경치를 자주 볼 수 있다는 즐거움이 올 가을을 지내는 큰 은총이라고나 해야 할까?
2006년 9월 29일 W산악회의 버스를 타기 위해 밤 10시 10분전 사당역에 도착했다. 좌석은 지정제라서 17번을 부여받았다. 18번 좌석에는 오늘 동행하기로 한 김관석군이 앉을 예정인데 그는 다음 스톱인 양재역에서 탈 것이다. 나보다 5-6년 연배가 어린 김관석씨는 건축설계사무소 소장으로서 우리 동기 김관순군의 친동생이다. 80년대 초에 우리 학교에 근무한 적도 있어 그때부터 교우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 사람의 특기가 산행과 사진찍기(산 사진과 야생화 사진)인지라 산행에 있어서는 나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그의 홈피가 http://at.co.kr 이므로 관심 있는 분은 한번 방문해 보기 바란다.)
밤 10시 5분 사당을 떠난 버스는 곧 양재에 도착하고 김군과 여러 산객들이 승차하였다. 오랜만에 만나는 김군은 예술가답게 턱밑에 수염을 달고 왔다. 반가이 인사를 하고 내일 코스를 논의한다. 오색에서 대청봉을 오른 다음 공룡능선->설악동 코스와 구곡담->백담사 코스가 있는데 어느 곳을 가느냐의 의논이다. 공룡코스는 제법 힘이 드는 곳이라서 사진도 찍으며 느긋하게 하는 산행에는 맞지 않을 것 같아 구곡담으로 해서 백담사로 여유를 가지고 내려가기로 결정한다. 대청봉까지는 천천히 가야만 최고봉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으므로 어차피 대청봉에는 늦게 도착할 것이므로 공룡은 무리일 것 같았다.
양재를 떠난 버스는 성남시 복정역에 잠깐 들른 다음 하남시를 지나 팔당대교를 건너고 양평으로 홍천으로 깊은 밤 속을 달려간다. 버스 안에는 안면을 위해 불도 다 끈 상태였다. 평소에 잠이 많고 잠을 잘 잔다는 김군은 옆에서 잘 자고 있다. 약간의 불면증을 겪고 있어 평소에도 잠이 적은 나는 쿨쿨 잘도 자는 김군을 부러워 하며 같이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은 오지 않고 이런 저런 상념만이 머릿속을 채운다. 창밖엔 캄캄한 어둠속에 건물들이 내비치는 불빛이 반짝이는데 버스는 엔진소리를 내고 밤을 가르며 설악으로 달려간다.
12시 50분 한계령입구인 남설악광장 휴게소에 도착했다. 설악을 갈 때면 대개 무박이었는데 그때마다 밤 1시 쯤 되면 늘 들리던 곳이라 낯익은 곳이었다. 시간이 넉넉하니 식사할 사람은 식사를 하며 산행준비를 하라고 안내자가 말한다. 우린 식사할 배가 없다.

남설악광장
오전 1시 반 경 한참을 쉰 후 버스는 오색을 향해 출발하였다. 10여분후 몇사람을 한계령에 내려 놓은 후 2시 정각 오색 남설악 매표소앞에 도착하였다. 오늘은 다행히 2시부터 산행을 허가한다고 한다. 오전 2시 3분 매표소를 통과하여 헤드랜턴을 켜고 산객들과 줄을 이루어 대청봉을 향해 진군이다.
매표소 직원이 오늘 설악의 일출시각은 6시 16분이고, 지금부터 4시간 15분 후라고 알려주었기에 김소장과 나는 되도록 천천히 운행하자고 합의한다. 남설악매표소에서 대청봉까지는 5.0km로서 보통 3시간이면 충분할 거리이다. 만약 일출전에 대청봉에 도착한다면 센바람에 그곳에서 견디기 힘들어 중청산장으로 내려가야 할지도 모르기에 시간조절이 필수였다.
오늘 오색-대청봉길에 제법 사람들이 많다. 피크 때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지만 해드랜턴을 머리에 쓰거나 플래쉬를 손에 든 전기불의 행진이 캄캄한 어둠에 끝없이 이어지는데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별들이 반짝인다. 길은 초장부터 제법 경사가 져서 힘이 드는데 날씨는 춥지 않아서 긴팔 티셔츠 위에 짧은팔의 얇은 조끼 차림인데도 몸속에서 땀이 난다.
사람의 줄을 따라 1.7km 지점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새벽 3시가 조금 안 된 시각이다. 한시간에 1.7km를 왔으니 전체가 5km, 이 속도로는 두시간 후이면 도착이다. 안될 말이다. 더 자주 길게 쉬기로 한다. 물을 마시고 어둠속에서 인물사진도 찍어 본다.

어둠속을 지키는 팻말 - 정상까지 3.3km

김관석 소장 - 수염이 이채롭다.
그후로도 여러번 쉬고 물을 마시고 이야기를 하며 서행하여 대청봉 0.5km 전 지점에 도착한 시각이 5시 50분이었다. 날이 훤하게 밝아온다. 이제 일출시각이 26분 후로 닥아왔으니 시간을 잘 맞춘 셈이다. 지금부터는 보통 속도로 그냥 정상으로 올라가면 된다.
헤드랜턴을 끄고 약간의 바람이 부는 돌길을 한참 걸으니 정상이다. 6시 3분 드디어 설악정상인 대청봉 표지석에 도착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정상주위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으며 법석을 치는데 다행히 바람이 불지않아 날씨가 견딜만 하다. 다만 바람막이 옷을 꺼내서 입어야 적당할 정도이다. 많은 사람들이 동녘 바다를 보며 해가 뜨길 기다리고 있다.

대청봉 정상 - 서로 사진찍을 자리를 넘본다.
오늘따라 수평선 위로 구름층이 끼어 수평선에서의 일출을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러나 구름층위로는 하늘이 맑게 개어 있다.
6시 16분 드디어 구름속으로 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일출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부지런히 해뜨는 모습을 여러 컷 분주히 카메라에 담는다. 6시 28분까지 12분간 26컷의 일출사진을 찍어 보았다. 김소장도 일출촬영에 한창이다. 오늘 그래도 괜찮은 일출을 보았다고 귀띰한다.

일출 1

일출 2
일출 촬영을 끝낸 둘이는 정상석엔 사람들 때문에 접근 못하고 정상 약간 서쪽 바위 위에서 먼 곳의 경치를 더 담아 보았다. 서쪽 멀리 점봉산 너머에 구름이 깔려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바다와 같이 멋있다. 그 광경을 또 찍는다.

점봉산너머의 운해
자리를 옮겨 이번엔 동북쪽 공룡능선 쪽을 조망하며 사진을 찍는다. 중앙에 공룡능선을 넣고 설악산 전경을 몇장 더 찍었다. 사진광인 김소장은 나보다 몇 배나 더 시간을 들여 여러장의 사진을 촬영한다. 이번에 나는 그가 사진찍는 폼을 카메라로 잡아 본다. 진지한 표정과 프로다운 몸짓이다. 그가 내 사진을 하나 찍어서 선사한다.

대청봉에서 공룡능선을 내려다 보다.

프로의 자세

김소장이 찍어서 선사한 사진 - 색깔이 환상적이다.
우리는 천천히 중청대피소를 향하여 내려갔다. 정상에서 머문 시간이 족히 한 시간은 되었다. 오전 7시 7분 중청대피소에 도착하였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대피소에 들어가진 못하고 밖에 자리를 잡고 아침식사를 하였다. 나는 떡과 맥주 두 캔을 꺼내고 김소장은 빵과 포도를 꺼낸다. 새벽에 잠시 요기를 했기에 아주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맛있게 음식을 먹고 맥주를 마셨다.

중청대피소로 내려가는 길

중청대피소
이제 우리는 느긋하게 소청산장을 향하여 내려갔다. 사진을 촬영하고 멀리 펼쳐지는 경치를 감상하며 가다보니 7시 51분 희운각과 소청대피소가 갈라지는 소청봉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우측 희운각까지는 1.3km이고 공룡능선 가려면 역시 우측으로 가야 한다. 좌측 소청대피소는 0.4km 밖에 안된다.

소청봉의 갈림길 팻말
더 내려가서 오전 8시 7분 소청대피소에 도착하였다. 건물이 양쪽으로 펼쳐져 있어 규모가 제법 크다. 동문들과 다음에 온다면 이곳에서 잘 수도 있기에 매점 주인에게 묵는 방식을 물어 보았다. 예약은 할 수 없고 먼저 오는 순서대로 잘 수 있는데 자리는 200석이 된다고 한다.(반더룽산악회를 따라가면 이곳에서 숙박하게 된다고 한다.) 숙박비를 묻는 것을 깜박 잊었는데 지리산 세석산장처럼 6,000원이 아닐까 샐각되었다.

소청대피소의 우측 윙 건물

소청대피소 본체 건물
잠시 휴식을 취한 둘은 다시 다음 목적지인 봉정암을 향하여 산길을 내려간다. 김소장은 사진을 찍느라 좇아 오지 못하고 계속해서 뒤로 쳐진다. 오랜만에 좋은 먹이감인 암봉들을 보면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김소장은 사진찍기 적합한 장소를 계속 노리다가 드디어 봉정암 전에 작은 암봉을 타고 오른다. 좋은 장소를 발견한 것이다. 5형제봉이라는 멋진 암봉을 찍게 되었다. 바로 밑에 봉정암이 있고 용아정성릉이 시작되는 곳이다. 그곳에 머물며 여러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나는 디카의 밧데리가 10여분 밖에 없어 사진을 삼가야 했다. 김소장도 파노라마 카메라의 슬라이드필름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제 디카로 밖에는 찍을 수 없게 되었다고 아쉬워 한다.(그는 두 대의 커다란 카메라와 카메라 고정용 1자형 스틱을 소지하고 올라왔다.)

오형제봉의 위용

오형제봉을 지나면 용아장성릉 멋진 암봉이 시작된다.
소청산장에서 봉정암까지의 거리는 0.7km이다. 이 0.7km를 40분이나 걸리며 내려가 8시 50분 봉정암 절에 도착한다. 매우 큰 불전 건물이 중앙에 지어져 있고 해우소도 매우 규모가 큰데다가 샘에선 물이 풍부히 흐르고 설거지 시설의 안내문까지 있어 이곳이 설악산 산행이나 불교도들의 순례에 있어 중요한 곳임을 알게 한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수도에서 수통에 물을 가득 채운 다음 9시 12분 쯤 구곡담계곡으로 들어섰다. 우측으로 경사로를 올라가면 사리탑을 갈 수 있으나 오늘은 꾀가 나서 생략한다.

봉정암 1

봉정암 2
이제부터는 구곡담계곡->쌍문동계곡->수렴동계곡으로 수렴동산장까지 계곡이 연속되는데 바로 곁 북쪽으로 경치가 수려한 용아장성릉을 평행으로 이고 가게 된다. 용아장성릉은 설악에서 가장 험준한 능선이자 경치가 제일 좋다는 곳인데 현재는 출입이 금지되고 있는 곳이다. 출입은 안되지만 계곡에서 올려다 보는 것은 자유다.
계곡은 돌바닥과 계류, 폭포와 단풍, 용아의 암벽 등 기기묘묘한 경치가 얽혀 있는 곳인데 카메라의 전지를 아끼느라 사진을 몇장만 찍으며 눈으로 경치를 넣기로 하고 내려간다. 여기저기 나무들의 줄기와 돌이 흩어져 있고 가끔은 철제다리가 떠내려가다 주저앉아 있어 이곳에 올여름의 수해가 제법 심했음을 느끼게 한다. 돌바닥과 단풍, 이름을 확인 못한 폭포 하나를 사진기로 찍는다. 김소장은 왕성하게 찍고 있다.

계곡의 단풍

계곡의 돌바닥

이름 모르는 폭포

옹아장성릉의 암봉
계곡길을 1시간 반이나 계속 내려가는데 물이 흐르는 돌바닥 옆으론 철난간이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고 자주 폭포가 나오지만 비슷한 경치가 계속되니 지루한 감마저 드는데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답답하다. 오늘 산악회에서 받은 시각은 백담사밖 공용주차장에 오후 3시 40분까지 도착하는 것인데 이정표가 없어 시간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곧 수렴동산장이 나올 터인데 이상하다고 생각한 우리는 속도를 조금 높이기로 한다. 김소장이 앞에서 빠른 속보로 걷고 내가 그 뒤를 따른다. 한참을 내려가니 드디어 수렴동 산장에 도착하는데 그 시각이 11시 37분이다.

수렴동 대피소
안내지도를 보니 여기서 백담사까지는 1시간 50분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백담사에는 오후 1시반 도착인; 적당한 시각이다. 백담사에서 바깥 주차장까지는 걸으면 두시간, 셔틀버스를 타면 20분이면 충분하다.
이제는 상황판단이 좀 되고 서둘 필요가 없는지라 정상적인 속도로 진행한다. 길도 이제 아주 평탄하고 넓게 전개된다. 한두번의 오르내림이 있은 다음 울창한 숲에 난 넓은 길은 우리를 백담사에 도착하게 한다. 오후 1시 6분이다.

백담사 전경
우리는 개울을 건너 백담사 절로 들어가 쉬면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하나씩 입에 문다. 시원하긴 한데 너무 달다. 천천히 돌다리를 지나 개울을 건너니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서 첫 번째 버스로 백담사를 나올 수 있었다. 오후 1시 41분 백담사매표소 종점에 버스가 도착하고 우리는 내려서 주차장을 찾았다. 바로 주차장이 있고 그 입구에 화장실이 있었다. 우리는 화장실에 들어가 느긋하게 세수를 하고 발을 닦는다. 버스가 설악동에서 산객들을 싣고 오려면 두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백담사 매표소를 나와서 돌아 봄.
우리는 한 매점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맥주 두병과 오징어 땅콩, 소주 한병과 황태 한 마리를 차례로 시켜 다 먹은 다음 배낭속의 오징어와 과자까지 먹으며 시간을 죽였다. 드디어 4시가 넘어서 버스가 주차장에 도착하고 짐칸에서 식사가 내려지고 산객들에게 서비스된다. 이미 입에 많은 것을 넣은 우리는 간단히 밥을 먹고 소주 한잔씩만 마셨다.
5시쯤 버스는 백담사 외부 주차장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우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잠에 빠진다. 드디어 나도 잠을 좀 잘 수 있게 된 것이다. 용두휴게소에 도착, 잠시 쉰 후 버스는 다시 서울로 향했다.
(후기)
철이 좀 이르지만 설악 단풍을 구경하고 동기들과 갈 길을 미리 답사할 겸 설악산을 다녀왔습니다. 올해 3번 예정인데 그 3분의 1을 이룬 셈입니다. 단풍이 최고조는 아니지만 고지대의 단풍은 볼만 했습니다. 그러나 낮은 곳은 아직 초록색이었습니다. 지인인 김관석소장이 동행해 주었고 많은 것을 그에게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진에 몰입하는 것에서 배웠지만 특히 대청봉의 일출을 위해선 속도를 죽여야 한다는 그의 충고는 저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늘 앞으로 쉬지않고 전진하는 것이 저의 스타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말(7-8일) 다시 설악에 들어갑니다. 그때 소식 전하기로 하고 이만 줄입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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